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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대한민국 선거에서 투표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18대 총선에서는 46.1%로 떨어졌고,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63.0%를 기록했다. 재보궐 선거의 경우 10%대 투표율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래서는 대의(代議)민주주의의 대표성에 심각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갈수록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래서는 대의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투표시간연장, 투표연령하향, 사전투표제 등이 적극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갈수록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래서는 대의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투표시간연장, 투표연령하향, 사전투표제 등이 적극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김행수(원자료 - 중앙 선관위)

투표 시간 연장을 포함한 투표율 높이기가 이번 대선의 쟁점이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등 야권은 일제히 투표 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나섰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만 반대하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 거부하는 이정현 공보단장의 '황당 논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투표시간 연장을 찬성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의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 공보단장은 "시골엔 가로등이 없어 투표시간 연장은 안 된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그렇게 국민 안전을 걱정하는 정당이 여고생 밤10시까지 야간자습하는 건 왜 그냥 두나?"라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이유다.

박근혜 후보도 "투표시간 2시간 연장에 100억이 드는데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라며 투표연장에 대해 반대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100억도 비용도 논란이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36억 정도의 비용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니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정당 보조금 안 받을 테니 투표시간 연장하자" 혹은 "무상급식 반대를 위하여 투표하자고 180억 들인 당이 무슨 자격으로?"라는 비난에 새누리당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정말 비용이 문제라면 투표시간 2시간 연장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재외국민투표 제도에 대해서 새누리당이 왜 적극 환영하는지 설명이 안 된다.

OECD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가 투표 시간이 짧다는 것이 드러나 새누리당의 변명은 더욱 궁색하게 되었다. 오후 6시에 마감하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의 국가들이 오후 7시~8시, 심지어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등은 오후 10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다.

또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세계에서 투표일을 공휴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오마이뉴스>가 세계 각국의 대사관과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하여 확인한 결과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일요일이나 토요일 등 휴일에 선거를 실시하고 있고, 필리핀, 대만, 이스라엘 등도 우리처럼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일부 주들은 투표일을 주 공휴일(State holiday)로 지정하고 있었다.

새누리당은 애초 민주당이 도저히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후보 사퇴시 선거 지원금 반납(이른바 먹튀방지법)'을 이 투표시간 연장과 함께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가 문재인 후보가 이를 전격 수용하자 "이정현 공보단장 개인의견" 이었으며, "같이 논의하자는 정도였다"고 발뺌을 해 "정치가 장난이냐?"는 비난에 직면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율은 국민의 민의가 반영되는 척도 중의 하나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나라 중 하나다. 이번 투표마감시간 연장 논의를 투표율 제고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16살이 국민투표에 참가한다고?

 아르헨티나 16세 투표 연령 하한 CNN 기사(좌)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16세 투표 관련 BBC 기사(우).
아르헨티나 16세 투표 연령 하한 CNN 기사(좌)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16세 투표 관련 BBC 기사(우). ⓒ CNN&BBC 화면캡쳐

최근 영국으로부터의 스코틀랜드 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 민족당'이 스코틀랜드 제1당이 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알렉스 솔몬드 스코틀랜드 수반 사이에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가 합의되었다.

유명 영화배우인 멜 깁슨과 소피 마르소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역사적 배경이 되었던 스코틀랜드 독립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의 한 자치주로 남느냐, 완전한 독립국으로 가느냐?'는 스코틀랜드의 운명을 결정하는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을 16세로 결정했다고 한다.

영국 노동당 역시 투표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일반 선거의 투표 연령은 18세이다. 한 나라의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는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보수진영에서는  "장난 하냐?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 중요한 투표에 어떻게 미성숙한 학생들을 참여시킬 수 있느냐?"며 난리가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슷한 일이 아르헨티나에서도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투표 가능 연령은 18세였는데, 지난 10월 31일 아르헨티나 의회는 투표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지난 10월 17일 하원에서 찬성 52표 반대 3표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바 있기 때문에 시기의 문제였지 16세 투표 연령 하향조정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도 오스트리아, 니카라과, 에콰도르, 브라질 등과 함께 '투표 연령 16세 국가'의 일원이 되었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정치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중국, 호주, 핀란드, 네덜란드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투표연령이 18세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18세로 선거 연령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군대도 가고, 세금도 내고, 결혼도 하고, 운전면허도 딸 수 있는 나이가 18세인데 우리나라는 투표를 못한다. 이 표에 20세로 되어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미 18세에서 16세로 바뀌었고, 일본도 18세로 하향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18세로 선거 연령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군대도 가고, 세금도 내고, 결혼도 하고, 운전면허도 딸 수 있는 나이가 18세인데 우리나라는 투표를 못한다. 이 표에 20세로 되어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미 18세에서 16세로 바뀌었고, 일본도 18세로 하향을 추진하고 있다. ⓒ 중앙선관위

19세인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 1개뿐이었으며, 그나마 20세였던 일본도 이미 여야 합의로 18세로 낮추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18세는 군대도 가고, 세금도 내고, 결혼도 하고, 운전면허도 딸 수 있는데 투표는 못 한다.

이번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서울교육감 선거는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이지만 이들은 이 선거에서 투표권을 포함한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하고 있다. UN아동권리협약 제12조는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선언문 속의 글자로만 존재하고 있다.

의무투표제·사전투표제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 고민해야

현재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우리의 논의 수준은 투표시간 2시간 연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세계 각 국가들은 투표율 재고를 위하여 의무투표제, 사전투표제 등 각종 특별선거제도들을 실시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 없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어떤 나라는 벌금을 내고, 어떤 나라는 투표권 자체가 박탈되며, 어떤 나라는 공직을 맡을 수 없다. 심지어 감옥에 갈 수도 있으며, 은행거래가 중단되는 나라도 있다. 이렇게 의무 투표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세계에 30개가 넘는다.
특별한 사유 없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어떤 나라는 벌금을 내고, 어떤 나라는 투표권 자체가 박탈되며, 어떤 나라는 공직을 맡을 수 없다. 심지어 감옥에 갈 수도 있으며, 은행거래가 중단되는 나라도 있다. 이렇게 의무 투표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세계에 30개가 넘는다. ⓒ 중앙선관위

의무투표제는 각종 선거에서 투표에 참가하는 것을 국민의 의무로 규정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투표를 하지 않았을 때 징역, 벌금, 권리 박탈 등 각종 불이익을 주는 제도이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의하면, 벨기에,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등 30개가 훨씬 넘는 국가에서 이미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징역, 벌금, 공직 제한, 은행 거래 제한 등 투표 불참시의 벌칙과 불이익의 실태는 나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오스트레일리아는 20달러, 아르헨티나는 10~20 페소, 스위스는 3프랑, 키프로스는 300파운드 등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하고, 벨기에, 싱가포르 등은 투표권을 박탈할 수도 있으며, 벨기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공직 진출을 할 수 없으며, 페루, 볼리비아 등은 월급도 못 받고 은행 거래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물론 의무투표제를 실시하다가 폐지한 나라도 있다. 네덜란드는 1970년에 의무투표제를 폐지한 이후 약 20%, 베네수엘라는 1993년 폐지 이후 투표율이 3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보아 의무투표제는 확실한 투표율 제고 방안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의무투표제를 시행하는 나라들도 제도의 취지가 처벌이 아니라 투표 독려이기 때문에 질병, 외국 체류 등 합당한 사유가 있다면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는 등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의무투표제 외에도 각 나라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하여 사전투표, 우편투표, 부재자투표, 보조투표까지 다양한 방식의 특별선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 각 나라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하여 의무투표제 외에 사전투표제, 보조투표제, 대리투표제, 우편투표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사전투표제는 우리나라같이 노동시간이 길고 비정규직이 많은 나라에서는 적극 실시되어야 하는 제도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사전선거를 제한한 법이 위헌판결을 받아 평일 업무시간 후, 또는 주말에까지 사전투표가 가능해 올해 대선에서는 35% 정도가 사전투표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세계 각 나라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하여 의무투표제 외에 사전투표제, 보조투표제, 대리투표제, 우편투표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사전투표제는 우리나라같이 노동시간이 길고 비정규직이 많은 나라에서는 적극 실시되어야 하는 제도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사전선거를 제한한 법이 위헌판결을 받아 평일 업무시간 후, 또는 주말에까지 사전투표가 가능해 올해 대선에서는 35% 정도가 사전투표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 중앙선관위

스웨덴과 미국의 경우는 사전투표, 우편투표, 보조투표, 대리투표 등을 모두 실시하고 있으며, 호주, 캐나다, 스위스 등도 각종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 DC와 34개 주에서 사전투표제(조기투표)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 참여 비율은 2000년 16%, 2004년 22%, 2008년 30.6%로 계속 늘었고, 치열하게 이루어진 올해 대선의 경우 2800만명이 참여하여 35%를 넘겼다.

사전투표의 경우 길게는 한 달 이상 전에 유권자가 편한 날짜에 아무 때나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이 사전투표가 미리 개표를 하기 때문에 다른 투표에 영향을 준다거나 공무원들의 업무량 증가 등의 이유로 사전투표를 제한한 것을 미국 연방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내려서 현재 오하이오 주 등에서는 평일 업무시간뿐 아니라 아예 금요일 오후나 심지어 주말에도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학생에서부터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장의 근무시간으로 바쁜 국민,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우리나라는 인터넷 기반이 세계에서 가장 잘 되어 있는 환경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보안 등의 문제만 보완하여 (인터넷 기반) 선거인 통합명부제를 실시하면 신분증만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입으로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하는 그들이 왜 이런 제도는 실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투표율 높아질까 걱정하는 정당, 자격 있나

오히려 투표율 제고를 위한 여러 제도 중에 시간 연장문제만 논의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새누리당 계열의 보수세력이 선거에서 유리하고,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계열이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우리나라의 선거 공식처럼 되어 있다.

투표시간 연장이나 사전투표제, 투표연령 하한 등이 학생 혹은 직장인 등 상대적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들로 인해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대신하여 정치를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정치인이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두렵다면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 국민 참여가 두려운 것이라면, 그런 정당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으며, 그런 후보가 있다면 대통령이 될 자격도 없다. 투표시간 연장이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높여 자신들에게 선거에서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정략적 술수'라고 비난하는 새누리당이 반성해야 하는 이유이다. 국민의 선거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정략적 술수라면 그런 정략은 얼마든지 대환영이라는 것이 국민의 입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시간 연장#투표연령 하향#사전투표제#박근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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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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