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와 잠시 쇼핑을 했습니다. 경기가 어려워 옷가게들이 울상이라더니 한산했습니다. 이게 어디 옷가게뿐이겠습니까. 구경꾼을 붙잡기 위한 점원들의 노력이 짠했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아내, 한 남자에게 필이 꽂혔습니다.
"저 배에 확실한 식스 팩 좀 봐. 오~, 죽이는데…."여기까지면 뭐라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즐기기 위한 쇼핑이니까. 그러나 한 발 더 나아 간 게 화근이었습니다.
"저기 좀 보라니까. 당신은 배만 나오고…."눈요기만 하면 좋을 텐데, 꼭 비교를 해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가만있는 남편을 왜 긁는지. 그것도 사람도 아닌 마네킹과 비교당하는 남편 꼴 우습게 됐습니다.
이런 아내가 아니었는데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속 좁은 남자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허허' 웃어 넘겼습니다. 아내를 향해 날리는 진실한 웃음 대신, 헛웃음이 필요하리라 예상 못했습니다.
볼륨 죽이는데…"비교 당하면 기분 나쁜 거구나!"
아내에게 앙갚음(?) 할 기회는 의외로 빨리 왔습니다. 남자 마네킹 옆에 여자 마네킹이 서 있었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런 기회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야, 볼륨 죽이는데. 저 허리 좀 봐!"목소리에 감탄을 잔뜩 실었습니다. 호감과 섹시함도 가미시켰습니다. 그러나 아내와 비교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굳이 대놓고 비교하지 않아도 능히 이해할 센스 있는 여인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반응이 왔습니다.
"와~, 기분 나쁘다."남편에게 대놓고 기분 나쁘다는 아내. 그렇지만 아내 반응이 싫지 않았습니다. 비교가 나쁘다는 확실한 효과를 증명한 셈이니까. 아내는 몇 번이나 이 말을 곱씹었습니다.
"비교 당하면 기분 나쁜 거구나."닭살부부에서 언제부터 견제부부가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단지, 혼자는 아직도 잉꼬부부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살아있는 날까지 아내만 바라보며 사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