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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부평구의 ㄱ초등학교가 23일 학교장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보낸 학교폭력 예방 특강 안내 가정통신문.
인천 부평구의 ㄱ초등학교가 23일 학교장 명의로 학부모들에게 보낸 학교폭력 예방 특강 안내 가정통신문. ⓒ 장호영
인천시교육청과 학교가 특정 교회에서 진행하는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학생ㆍ학부모 특강을 안내했다가 긴급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공기관이 공문으로 특정 교회의 행사를 홍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학부모들의 항의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다. 부평구 삼산동 ㄱ초등학교는 지난 23일 학교장 명의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학생 및 학부모 특강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모든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가정통신문 내용을 보면, 이 특강은 연수구에 있는 한 교회에서 28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5시간 동안 열린다. 주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소통의 미학'이다. 주제는 좋다. 하지만 문제는 프로그램이었다.

정오부터 3시간 30분 동안 '소통'을 주제로 유명한 교수의 강의를 진행한 뒤 30분 휴식하고 나서 1시간 30분 동안 유명 가수의 공연이 이어진다. 해당 교수는 기독학과 교수이고, 가수는 현재 시시엠(CCM: 현대기독교음악) 가수로 활동 중이다. 공연 뒤 다시 30분 휴식 후 1시간 동안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소통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시교육청 장학사와 상담사가 강의한다.

ㄱ초교 학부모 ㄴ씨는 <부평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학교폭력 예방 특강이라고 가정통신문을 가져왔는데, 내용을 보고 기가 찼다"며 "다섯 시간 특강 중 학교폭력과 관련된 실제적인 내용은 마지막 한 시간 강연인데, 그마저도 두 명이 하니 결국 30분짜리 강연 두 개를 들으러 연수구에 있는 교회까지 가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학부모 ㄷ씨는 "학교가 교회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여 화가 나서 가정통신문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학교에 항의했더니, '시교육청에서 협조 공문을 내려 보내 홍보한 것 뿐'이라고 답했다. 항의했는데도, 학교에서 교장 명의로 다시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를 보내 더 화가 났다. 시교육청에도 항의 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시교육청에 확인해보니, 시교육청은 모든 학교에 이 행사를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학생·학부모 특강'으로 안내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또한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특강을 취소하는 '긴급' 공문을 다시 학교로 보냈다.

시교육청 생활지도팀 관계자는 "해당 교회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로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지역별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위해 선정한 종교기관 중 한 곳"이라며 "이번 특강도 학교폭력 예방교육 차원에서 추진됐으나, 교육청의 의도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긴급하게 취소하고 학교에 취소 안내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해당 교회 관계자는 "교회에서 마련한 행사를 학교폭력 예방 교육과 연계하면 좋겠다는 판단에 준비했으나, 교육청이나 교회나 소통의 부족으로 오해 소지가 있어 학교폭력 특강은 취소하게 됐다"며 "교회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이렇게 추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가정통신문#학교폭력예방 특강#교회#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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