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명견 진돗개(브랜드명 진도개)다. 그 진돗개 파는 곳을 찾아 나선다. 진도 오일장(2, 7일)에서다. 여기저기 기웃거려 봐도 진돗개 판매장을 찾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저기가 기요. 얼른 가보쇼. 안 끝났나 모르것소." 한 할머니의 말에 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해가 이제 얼굴을 내민 시간이다. 부리나케 찾아간 판매장은 장터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속에 있던 하얀 강아지가 연신 하품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흥정이 한창이다.
"주인장! 이놈 백구 10만 원에 파쇼." "뭐시라, 안 되라우. 쌍쌍에 20만 원인디, 한 마리에 10만 원은 안돼야."
6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중년 신사와 진돗개 장수 김정수 할아버지가 흥정을 벌이고 있다. 한참 동안 말을 주고 받더니 중년의 신사가 강아지를 안고 간다. 할아버지가 두 손을 든 모양이었다.
"얼른 팔고 농사일 할라고 그라제. 시간만 있으믄 10만 원엔 절대 안 팔아. 옛날엔 30만~40만 원씩 했던 놈이여." 김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못내 아쉬움이 묻어난다. 할아버지는 진도 오일장의 터줏대감이다. 이곳에서 한평생 진돗개를 팔아왔다.
"옛날에는 강아지 갖고 서울로, 부산으로 대도시로 폴러 다녔제. 주문이 들어오믄 목포역까지 가서 수화물로 보내기도 허고. 근디 요즘은 잘 안 팔려. 아파트 땜시. 시끄럽다고 개를 못키우게 허잖어."김 할아버지는 좋은 강아지를 사고 싶으면 새벽에 와야 한다고 귀띔한다. 상품 가치가 더 있는 게 먼저 팔리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좋은 강아지를 고르는 요령도 설명해 준다.
"좋은 강아지는 눈에서 광채가 나제. 머리도 잘 생겼고, 꼬리도 이쁘고. 글고 다리가 커야 좋은 강아지여."
장터에서 강아지를 샀다면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반드시 진도군수의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절차를 무시했다간 검문소에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진돗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돼 있다. 하여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진돗개라고 해서 다 천연기념물은 아니다. 일정 요건을 심사해 등록된 개만 해당된다.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개에는 전자칩이 장착돼 있다. 이 개들은 진도 밖으로 가져갈 수 없다. 반출 허가 자체가 나질 않는다. 단,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어미 개가 낳은 3개월 이하 강아지만 반출이 가능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