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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수장학회는 순수 공익재단으로서 투명하게 운영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고 김지태씨의 재산을 강탈한 것도 아니라는 주장을 폈던 박 후보는 기자회견 후 강압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패소판결이 있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언을 바로잡기도 했다. 또 정수장학회가 더 이상 자신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사진이 명칭 변경을 포함하여 잘 판단해 달라는 발언을 통해 사퇴를 종용하는 의사를 표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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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22일 '전방위토크' 코너에서 고진화 전 한나라당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함께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 박 후보의 기자 회견에 대해 진 교수는 "(장학회와 자신이 관계가 없다는) 자기 말의 일관성을 지키려는 노력과 이사진은 자진사퇴를 하라는 뉘앙스를 동시에 비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가 죽도 밥도 안 된 케이스"라며 "현실감각을 상실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수장학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도 밝히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충수를 뒀다는 것.

고 전 의원은 "한 달하고도 보름 넘게 해 왔던 대통합 행보가 다시 원점으로 회기된 상황"이라며 "장학회가 본인과 상관이 없고 투명하게 잘 운영되어 왔는데 어쨌든 이사진들은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비논리적인 모순으로 지난 번 사과를 통해 어느 정도 진정된 과거사 프레임에 자기 발로 걸어 들어가 다시금 갇히게 되었다는 게 고 전 의원의 주장이다.

진 교수는 "과거사 청산이 안 되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명확하게 보여 준다"며 "피해자를 공격하면서 강탈 자체를 정당한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5·16이 정당한 혁명이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고 김지태씨를 부패한 친일파로 공격하면서 재산 강탈을 정당화한 것은 이미 본인이 공식적으로 5·16을 쿠데타라고 인정했음에도 머릿속으로는 아직 '구국의 혁명'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고 김지태씨의 유가족들은 박 후보를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혀 대선 국면에서 박 후보의 법적 공방 가능성까지 열리게 되었다.

한편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 거부 발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 이사장이 박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사퇴를 하는 모양새가 이뤄졌다면 이렇게 큰 논란과 파장을 낳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진 교수는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사업을 하면서 장학 사업을 한 박정희의 상징자본"이라며 "최 이사장이 이 유업을 잇는다는 강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면 박 후보도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입장이 되면서 마음대로 하지는 못하는 이중권력구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의 뜻을 잇는 사업과 대선 후보가 되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일은 일정하게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원에서 박 후보와 최 이사장이 다른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또 고 전 의원은 "이렇게 급박하게 기자회견을 하게 된 건 MBC 지분 매각 대화록이 폭로가 되면서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없었다면 이사회에서 한 두 명이 사퇴하고 자연스럽게 풀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변했다"고 말했다.

진 교수 역시 "만약 폭로가 없었다면 혹은 최 이사장이 딱 사퇴를 해버렸다면 야권 입장에서는 함부로 공격하기도 어려웠을 상황이었을 텐데 이 두 가지가 다 어그러졌다"며 "극비리에 진행되었던 MBC 지분 매각도 공론에 부쳐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에 이제는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전 의원은 "당장 지지도의 일정 하락도 문제지만 결국 과거사 프레임으로 통합 행보가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며 "여기에서 다시 이 문제가 민주 대 반민주라는 광범위한 전선이 형성되는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 행보가 무너지고 야권도 이를 매개로 단일화의 명분을 만드는 차원의 공세를 펼 수 있도록 박 후보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진 교수 역시 이러한 분석에 동의했다. 진 교수는 "이걸 대선 때까지 끌고 가면 박 후보는 다른 캠페인을 못한다"며 "NLL 문제로 공세를 펴려 해도 야권은 후보 단일화라는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과연 박 후보에게 승산이 있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여 고 전 의원은 "NLL 문제와 이 문제를 치환하여 돌파하려는 것은 선거 패착"이라며 "적어도 11월 초부터 진행될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의 프레임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후보 단일화에 필적할 만한 능동적인 선거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털남#박근혜#정수장학회#고진화#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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