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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요청할 때마다 누리꾼 신상 정보를 무단 제공해온 포털 등 인터넷사업자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에 이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옹호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회피 연아' 게시자 신상 제공한 네이버, 개인정보보호 의무 위반

서울고등법원 민사 24부(재판장 김상준 판사)는 18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지난 2010년 7월 15일 누리꾼 신상 정보 등을 본인 동의 없이 경찰에 무단 제공한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에 5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았던 누리꾼을 원고로 진행한 소송으로, 1심 재판부는 네이버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따라 법적 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사업자가 기계적으로 따르는 관행은 개인 정보의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뿐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010년 당시 통신 자료 무단 제공 근거가 돼온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대한 헌법소원도 함께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8월 23일 수사기관 요청에 따른 통신 자료 제공은 강제수사가 아니라 '임의수사' 영역이어서 사업자가 반드시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각하했다. 이번 2심 재판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재량'을 가진 네이버가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연간 650만 건 '자발적' 공개... "신상정보 무단 제공 관행 없애야"

'회피 연아' 동영상 사건처럼 직접 수사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다수 누리꾼이 자신의 신상정보가 무단 제공된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9일 방통위 국감에서 지난해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에 넘긴 가입자 인적 사항 제공 건수가 문서 65만 건, 전화번호 580만 건 등 650만 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이 그동안 포털 등 인터넷사업자들이 수사기관 등의 요청이 있으면 이용자들의 동의 없이 신상정보를 제공해온 관행을 바로잡는 데 일조할 것"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을 개정해 신상 정보 등 통신 자료 제공은 엄격한 법원의 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NHN 역시 18일 "실제 수사기관의 요청에 대해 사업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용자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근거, 영장주의에 입각한 보다 제한적이고 분명한 입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규모 자료 제공 요청 관행과 관련해서는 인터넷기업협회 차원에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수사기관의 공익 추구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통신자료를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네이버#신상정보#회피연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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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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