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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국회의원 선거 홍보 포스터. 선거는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19대 국회의원 선거 홍보 포스터. 선거는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 중앙선관위

'4052만 8052명.'

지난 23일 행정안전부가 밝힌 8월말 현재 19세 이상 선거인수다. 물론 이는 주민등록인구를 기준한 것으로 수형인과 선거사범 등 투표권이 없는 사람, 이중등재,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최종 유권자 수는 조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가 없기에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만약 1위가 34%, 2위가 33.99%, 3위가 32.01% 득표해 1위와 2위 득표율이 0.01% 밖에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12월 19일 대선에서 투표율이 100%일 때 0.01%는 불과 4052표 차이다.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투표율 20년 만에 26.2%포인트 하락

100% 투표율은 현실 불가능하다. 독재자 박정희가 1972년 10월 유신 쿠데타로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은 이후, 우리 국민들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할 때까지 대통령을 직접 뽑지 못했다.

1987년 12월 16일 13대 대통령 선거 총 유권자는 2587만 3624명이었고, 투표자는 2306만 6419명으로 투표율은 89.2%였다. 아마 우리 역사에서 다시는 이런 투표율은 힘들 것이다. 이후 투표율을 보면 알 수 있다. 14대(1992년) 81.9%, 15대(1997년) 80.7%, 16대(2002년) 70.8%, 17대(2007년) 63.0%였다. 20년 만에 무려 26.2%포인트나 떨어졌다.

투표율이 이렇게 떨어지는 이유는 정치권의 지난한 싸움에 질려 생긴 정치 혐오증과 '나와는 상관 없다'는 정치 무관심 등이 한몫했다. 하지만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 선거일이 임시공휴일이지만 투표시간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로 투표일에 직장에 출근하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하기 힘들다.

투표하고 싶어도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호주는 투표율이 무려 94.8%이고, 우리나라는 56.9%이다. 물론 호주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매기기 때문에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 투표율이 낮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호주는 투표율이 무려 94.8%이고, 우리나라는 56.9%이다. 물론 호주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매기기 때문에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 투표율이 낮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뉴스데스크

<헤럴드경제>는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1600만 명 중 자발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노동자는 약 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26일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도 지난 총선 당시 민주노총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표율이 평균투표율 대비 15~20%가 낮았고, 비자발적 기권자 중 85% 가량이 투표시간을 지킬 수 없는 근무형태나 고용주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권자만 탓할 수 없다는 말이다.

유엔 산하 민주주의 선거 지원기구가 집계한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OECD 회원국 투표율을 보면 낯부끄럽다. 지난 4월 10일 MBC <뉴스데스크>가 OECD '평균투표율' 70% 이상... '다양한 노력' 제목 기사에 보도한 내용을 보면 투표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호주 94.8, 룩셈부르크 91.7%, 벨기에 91.4%, 독일 78.4%, 프랑스 71.1% 등이다. 우리나라는 56.9%로 OECD 30개 회원국 중 26위였다.

그럼 부끄러운 투표율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아니다. 높여야 한다.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투표시간 연장이다. 국회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이 논의되었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다. 결국 법조계와 누리꾼 그리고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다시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투표시간 연장, 새누리당은 '싫어요 싫어요'... 유권자가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5일 투표마감 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제한한 현행법(공직선거법 155조1항)이 국민의 투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으며 공개모집을 통해 선착순 50명으로 청구인단을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3일 오후 4시까지 민변 홈페이지(http://minbyun.org)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청구인단에 들 수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도 10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http://durl.me/3eqex9)

그리고 지난 26일 이인영,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과 참여연대, 민주노총, 청년유니온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청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입법발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말하는 투표시간 연장 반대 이유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은 지난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시간을 연장할 때 비용이 얼마나 드나, 선관위 관련자들에게 추계를 해 보니까. 추가로 한 100억이 든다"며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그는 "전국 동시선거는 공휴일이다. 그러면 12시간을 투표하는데 12시간 내에 투표장에 가서 투표할 10분의 시간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납득이 잘 되지 않다"며 유권자들을 탓했다. 하지만 앞에서 예를 들었듯이 약 600만 명의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투표용지 5장과 1장, 개표 시간이 같다고?

특히 그는 "개표 관리하는 것도 지방선거 때는 평균 한 10시간 걸렸다,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한 6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이렇게 되면 개표관리 종사가 두드러지게 기피현상을 나타내고 또 개표 자체가 늘어지게 된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는 설득력이 없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 교육위원 등을 뽑는다. 총선도 마찬가지다. 각 지역구별로 후보자가 다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만 뽑는다. 지방선거에 개표 시간과 대통령 선거 개표 시간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도 비슷하게 손재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기획관이 "투표시간을 연장할 경우 예산문제도 있지만, 국민들이 밤새 개표를 지켜보는 사회적인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며 투표연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럼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며 '투표용지에 찍기만 하세요'라는 선거 홍보는 왜 하는지 궁금하다. 돈과 시간이 더 들어도 투표율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선관위가 할 일인데도 "국민들 밤새 개표를 지켜본다"는 걱정은 선관위 관계자가 할 말이 아니다.

 인주가 없는 '투표용기'이지만,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권리와 의무'기구다.
인주가 없는 '투표용기'이지만,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권리와 의무'기구다. ⓒ 중앙선관위

그리고 예산 문제를 지적하는데 지난 4월 총선에서 재외선거 예산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없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지난 4월 총선 재외선거 예산은 213억 원이 들어갔고, 12월 1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예산은 306억 원이다. 총선 때 재외선거권자가 약 223만 명이었다. 총선에서 재외국민 선거 유권자 등록률이 5% 정도였고, 투표율도 전체 유권자의 2% 정도였다. 1인당 약23만 원이 들었다. 참고로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8427원에 불과했다.

재외선거 비용이 국내보다 27배나 높은 셈이다. 재외선거 비용이 국내선거 비용보다는 당연히 많이 들지만 돈 많이 든다고 재외선거를 없애라고 하는 국민은 없다. 이유는 재외국민도 투표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산 운운하면서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투표시간 연장하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의 주권행사가 쉽고 편해지면 좋은 게 아닌가요?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왜 반대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표할 권리'마저 차별받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투표시간을 오후 8~10시까지 하는 나라 많습니다. 고칠 건 고쳐야 합니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했다.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임시공휴일인 대통령 선거일에도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해야 하는 서비스직 근로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 시간안에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보다 많은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도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철수 후보 캠프도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 안철수캠프

10·26 서울시장 재보선 18시부터 20시까지 투표율 무려 8.7% 상승

 지난해 10월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투표율. 18시부터 20시까지 투표율이 무려 8.7%상승했다. 만약 18시에 투표가 끝났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투표율. 18시부터 20시까지 투표율이 무려 8.7%상승했다. 만약 18시에 투표가 끝났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 오마이뉴스

그럼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투표율이 올라갈까? 그렇다. 지난해 10월 26일 <오마이뉴스> 기사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 48.6%...'서초' 가장 높아>에서 보도한 그래픽 하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투표시간은 오후 8시까지였다. 2004년부터 재보궐선거는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로 연장됐다. <오마이뉴스> 보도 그래픽을 자세히 보면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투표율이 무려 8.7%포인트나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박원순 후보는 215만8476표(53.40%)를 얻었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186만7880표(46.21%)로  박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7.19%포인트였다.

표 차이가 워낙 많이 나 결과를 뒤집기는 힘들어겠지만 투표 시간이 오후 6시였다면 두 후보간 득표 차이는 많이 줄었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투표시간이 연장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208만6127표(47.43%), 한명숙 민주당 후보는 205만9715(46.83%)를 각각 얻었다. 두 후보간 표차이는 2만6412표로 득표율은 0.6%포인트 차이였다. 지난해 10월 26일 재보궐선거처럼 투표시간이 오후 8시였다면 당선자는 한명숙 후보가 됐을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돈이 많이 든다", "국민들이 밤늦게까지 개표를 봐야 한다", "성의 문제" 등등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불리를 떠나 투표하고 싶은 유권자가 시간 때문에 못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투표시간은 연장되어야 한다.


#투표시간#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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