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우편함으로 갔다. 그곳에는 몇명의 주부들이 모여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야~ 많이 나올 줄은 알았지만 이게 웬일이야? 전기료가 25만 원이나 나왔어. 자기네는?" "가만 있어 봐, 우린 17만 원이 조금 넘네, 우리도 많이 나왔다."
내가 관리비 용지를 뽑자 그들이 "아줌마네는 얼마 나왔어요?"한다. "잠깐만, 나도 긴장되네. 우린 8만5400원 나왔네"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줌마는 에어컨 안 틀었어요?" "안 틀긴... 16시간 이상 틀고 전기료가 얼마나 나오려나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런데 어떻게 고것밖에 안 나왔어요?"관리비 고지서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 달 전기료가 얼마나 나올까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전기료도 오르고 누진세가 만만치 않게 붙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러나 전기료를 보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적게 나와 내심 한시름 놓았다. 매달 3만~4만 원 수준으로 나오던 전기료였다.
지난 여름 푹푹 찌는 무더위에 하루에 12시간 이상은 에어컨을 틀었기에 전기료만 족히 20만~30만 원은 나오리라 생각했었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계량기를 지켜보면 빨간불이 쉴새없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었던 것.
지난달에는 292kwh 사용량에 3만2520원, 이달에는 468kwh 사용에 8만5400원이 나와, 지난 달보다 5만2880원 더 나온 것이다. 다행히 500kwh은 넘지 않아 누진세가 그리 많이 붙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생각보다 적게 나온 전기료를 보고 그 방법이 괜찮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적게 나온 전기료, 이유 있었네
한창 무더위에 에어컨을 틀었을 때였다. 실내 적정온도가 26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더워 에어컨을 틀어도 27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 두 대를 켜 실내온도를 빨리 내려가게 만들었다. 실내온도가 내려가면 에어컨 온도를 1도 높이곤 했다.
8월 중순 어느 날인가 밖에 온도가 드디어 35도를 넘어가는 날이 며칠간 계속되었다. 그런 날은 18시간 이상을 틀었던 것 같다. 밤에 잠이 들어 잠깐 더위를 잊을 때인 3~4시간만 에어컨이 쉰 것 같았다. 그래도 실내온도는 29도로 맞추었다. 그때도 선풍기를 함께 틀었다.
그동안 더위에 익숙해진 탓인지, 상대적으로 밖에 온도가 너무 높아서였는지, 29도로 맞추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날마다 그렇게 틀어대니 가끔은 실외기가 과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어 잠시 끄기도 했었다. 그 순간만큼은 에어컨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래 이런 날이 1년에 몇 번이나 있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전기료에 대한 걱정은 멈출 수가 없었다. 하여 아들과 남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 "만약 전기료가 30만~40만원선이 나올 경우 각자의 용돈에서 10만 원씩 내놓아야 해" 하고 말이다. 남편은 "그렇게 많이 안 나올 거야. 15만 원선? 많이 나오면 20만 원선? 그럴 거야" "그렇게만 나온다면이야 무슨 걱정을 하겠어. 그 정도 나오면 돈 안 걷는다" 했었다.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 않았으니 용돈 추렴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저녁 무렵 다른 집은 얼마씩 나왔을까 괜스레 궁금해졌다. 하여 1층 우편함으로 내려가 아직 관리비 내역서가 남아 있는 것을 꺼내어 봤다. 천차만별이었다. 1만 원 선부터 3만~4만 원 선, 그런가 하며 5만~6만 원 선. 10만 원이 넘는 집도 몇 집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는데 퇴근하는 젊은 남자도 다른 집 관리비 내역서를 꺼내어 본다. 그러면서 "다른 집은 얼마나 나왔나 궁금해서요" 한다. 나도 "그게 좀 궁금하네요" 했다.
"그 집은 얼마나 나왔어요?" "전기료 걱정에 에어컨을 조금 밖에 안 틀었어요. 우리 집은 6만 원이 넘네요. 아주머니댁은요?""우린 9만원이 조금 안 돼요." 우린 서로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