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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관련 정보는 많지만 보험사 쪽 정보만 넘치고 소비자를 위한 내용은 찾기 힘듭니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넘치지만 사보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공보험이 불안하니 사보험을 자꾸 가입하고, 결국 가계 부담만 커집니다. 우선 공보험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해 공보험과 사보험 사이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과도한 사보험 지출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6회 걸쳐 사보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온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 100세까지 살고 싶냐고 질문하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살고 싶은 나이로 100세가 아닌 70이나 80세를 이야기한다. WTO가 발표한 한국사람의 평균수명이 남자가 76.8세, 여자는 83.3세(2009년 기준)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람들은 지금의 평균만큼도 살기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원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다. 그럼에도 100세까지 살 거냐는 질문에 선뜻 그러고 싶다고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노후를 상상했을 때 긍정적인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후자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노후에 건강하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다면 오래 사는 데 거부감이 없겠지만 노후자금으로 10억 원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에 달할 만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후자금으로 수억 원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연스레 버는 돈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재테크로 대박을 챙겨야 한다는 투자강박증까지 생긴다. 노후자금으로 수억 원 이상의 큰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주로 금융사 혹은 금융사를 계열사로 둔 경제연구소에서 나온다. 이들은 밥만 먹고 살아도 이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은 또 자녀에게 부양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노후준비를 시작하지 않으면 비참한 최후를 보내게 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후자금에 대해서 공포심을 갖게 된다.

하나HSBC생명이 2009년 아시아 7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재무계획에서 가장 두려운 위협요소로 한국인들 61%가 '노후자금부족'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자연스레 연금상품 가입으로 이어져 금융사들은 금융상품 판매에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노후에 필요한 돈은 10억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조사.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조사. ⓒ 통계청

노후자금에 대해서 찬찬히 따져보자. 은퇴한다고 해서 노후에 당장 10억 원이 일시금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은퇴 후에 당장 필요한 것은 10억 원이 아닌 매달의 생활비다. 노후 한 달 생활비가 얼마 정도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막연히 200만 원, 300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가계부를 한 번 들여다보자. 지금 가정에서 쓰는 지출을 쭈욱 한 번 적어보고 그 중에서 자녀와 관련 된 지출을 모두 제거해보자. 교육비와 용돈만 빠지는 것이 아니다. 아마 밥을 먹어도 자녀들이 더 먹을 테고 자녀들로 인해 넓은 집에 살아야 하고 이로 인해 관리비도 늘어난다.

외식비, 통신비, 의료비, 문화생활비, 의류비 등 대부분의 지출이 자녀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에 보험료, 대출이자 등도 빠진다. 자녀 관련 지출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면 부부 둘이서 먹고 사는 데는 그다지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자신의 퇴직 후 국민연금 예상수령액을 확인해보자.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20년 이상의 가입자에게 주어지는 순수 노령연금의 평균금액은 77만 원이다. 이는 1명이 납입했을 때 기준이며 만약 부부가 같이 납입을 했다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소득, 재산 기준으로 하위 70%의 사람들은 약 10만 원 가량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받는다. 이 정도의 금액이면 조금 빠듯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두 부부가 밥을 굶어야  할 정도로 야박한 금액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약간의 저축만 더해진다면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노후자금, 수입과 지출 흐름부터 따져봐야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게 돼 노인문제는 더욱 큰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마땅히 할일도 갈곳도 없어 파고다 공원을 찾아 소일하는 노인들(1987.4.22)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게 돼 노인문제는 더욱 큰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마땅히 할일도 갈곳도 없어 파고다 공원을 찾아 소일하는 노인들(1987.4.22) ⓒ 연합뉴스

노후자금을 설계한다면 무작정 연금부터 가입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퇴직 후 최소한의 기대소득(국민연금, 퇴직연금, 노령연금 등)과 필요지출을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돈이 충분한지 부족한지 따져보고 부족하다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예를들어 자신의 예상퇴직시기에 자녀가 몇 살인지 생각해보자. 상당수의 사람들이 60세 이전에 퇴직하는데 퇴직 시기에 자녀가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즉 이때는 소득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늘어날 확률이 높다. 그 부족자금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때의 부족자금은 자녀 교육으로 인한 것이기에 종신지급되는 연금보다는 일반 적금이나 펀드가 보다 유리할 수 있다.

70~80세 이후에는 중증질환에 걸려 의료비 지출로 인한 적자구간이 생길 수 있다. 의료비의 경우 일시에 목돈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연금상품보다는 적금이나 펀드 등을 통해 일정정도의 자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특히 20~30년 이후의 노후의료비의 경우 현재 가입하는 보험에서 보장이 안 되는 항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의료비 통장을 통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노후의 소득과 지출의 흐름을 따져보고 자금이 부족한 시기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노후자금을 설계해야 한다.

노후준비, 돈보다 자기계발이 중요하다

그러나 노후 문제에 있어 중요한 문제는 단순히 돈이 아닐 수 있다. 지금 평균수명이 80세라는 것은 30,40대 조기사망을 포함해서 80세이니 상당수의 사람들은 80세를 훨씬 넘어서까지 살게 된다. 평균수명이 해마다 0.4세가량 늘어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수명 100세 시대도 머지 않았다.

100세 시대에는 60세에 퇴직을 해도 40년이라는 시간이 남는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는 100세가 아닌 120세까지 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120세까지 산다고 하면 퇴직 후에도 60년을 더 살아야 한다. 퇴직하고도 인생의 절반이 남아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 일 안 하고 놀면서 사는 것을 꿈꾸지만 조금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그 생각은 금세 바뀌게 된다. 노후에 하고 싶은 일로 흔히 '여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40년 동안의 여행은 너무 길다. 아마 여행을 다니는 것도 1년에 한 두 번일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날은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수터 다녀오고, 내려와서 아침 먹고, 아침드라마보고, 방청소하고, 그러면 점심시간이다. 다시 밥 먹고 졸리면 한숨자고, 일어나서 외출을 한다. 저녁은 지인들과 술 한잔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드라마를 본다. 그리고 졸리면 잔다. 이 생활을 40년 이상 해야 된다. 이런 삶을 원하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명이 짧았던 시기에는 퇴직 후 생존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여생동안 삶을 정리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 노후란 더 이상 남은 여생이 아니라 반평생이다. 40년이면 유치원부터 다시 다녀도 뭘 해도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인생의 반을 죽을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낙엽태우듯이 살고 싶지 않다면 노후에 하고 싶은 일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60세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요즘 같은 청년실업, 조기퇴직시대에 노후에도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억 원을 만들기 위해 빚내서까지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것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다. 노후에는 젊은 시절의 대기업 입사처럼 좁은 문의 취업 전쟁에 뛰어들 필요도 없다. 자녀의 경제적 독립으로 많은 돈을 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어르신들이 노후를 힘들게 보낸 것을 기준으로 나의 노후를 상상하는 것도 곤란하다. 노인인구가 25%가 될 앞으로의 초고령화사회에서는 노인관련 복지나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에서 노후 필요자금으로 이야기하는 몇억 원도 실상은 매월 생활자금으로 쪼개 환산해 보면 100만 원 수준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매월 필요한 돈을 한꺼번에 쌓아놓고 매월 조금씩 꺼내 쓰라는 그들의 조언은, 속을 잘 들여다보면 대단히 황당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고령화 시대를 앞둔 지금, 일하지 않는 미래에 저당 잡혀 아슬아슬한 재테크, 그리고 과도한 보험료에 시달리는 현실과 일하는 자유를 위한 희망의 노후 준비,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일까?


#노후자금#연금#이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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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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