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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4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류기혁 열사 7주기 추모제.
지난 9월 4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류기혁 열사 7주기 추모제. ⓒ 변창기

지난 15일 토요일 오후 7시경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을 살피고 있는데 한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엔 박석철 기자님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자결 소식을 속보로 올려 두었더군요. 저도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서 비정규직 노조 사무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알아보려 했으나 "전화상으론 이야기 해 드릴수 없다"고 해서 더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16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다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게세판을 살펴보니 새벽 4시경에 비정규직 노조 공식입장을 정리하여 올린 글이 있었습니다. '故 이○○ 조합원을 추모하며' 라는 내용의 글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 15일 새벽 5시경에 자택에서 목을 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2공장 시아테크에 입사해 다녔다고 전해집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고인은 2005년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에 가입하고, 비정규직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으로 싸워왔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또 "故 이○○ 조합원은 몇 년전 어머니를 여위고, 지병을 앓고 계신 아버지와 여동생을 위해 자기 몸을 혹사하면서 일해 왔다. 결국 몸이 아파, 얼마 전 병가 휴직이 끝나고 복직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고인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012년 지회 파업에 열심히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전 조합원은 충격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면서 "故 이○○ 조합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는 시각,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고통을 헤아리고 위로해야 할 현대자동차가 고용한 바지사장은 집단 문자에서 "특근을 신청하는 등 최근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고인의 죽음을 개인 문제로 축소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8월 투쟁이 끝나고 故 이○○ 조합원은 한 조합원에게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주)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인을 2010년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면, 아니 올해 이○○ 조합원 목소리를 듣고 전향적인 태도만이라도 보였다면, 고인은 희망 끈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또는 대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검찰, 법원이 현대자동차(주) 불법파견을 제대로 처벌하고, 지도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하며, 죽음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故 이○○ 조합원 죽음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착취를 용인하는 국가와 현대자동차(주)가 공동으로 저지른 사회적 타살이다."는 논평으로 조합원 죽음을 애도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고인이 꿈꿨던 그 희망!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대자동차에서 노동하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고,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을 막을 것이다. 그리고 故 이○○ 조합원 영정 앞에 이미 받았어야 할 현대자동차(주) 사원증을 반드시 바칠 것이다."며 결의의 글로 마무리 했습니다.

저도 지금 그 조합원 심정과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이라고 대법원에서 최종판결 났다는데도 신규채용 내용만 오르내릴뿐 불법파견에 대한 해결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2000년 7월 초부터 2010년 3월 중순까지 10여년 불법파견 된 비정규직 노동자로 현대차 울산공장 수동변속기부에 다녔던 저도 "정규직 전환만이 삶의 희망"으로 여기며 버티고 있습니다. 32살의 나이로 세상과 결별한 비정규직 조합원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차로부터 부당해고 당한지 2년이 되었습니다. 가장으로서 가정을 지켜나가기가 점점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발표문을 보면서 안스럽고 답답하여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답글을 하나 적었습니다. 아래에 내용을 옮겨 봅니다. 더이상 그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노동자 논단]

"현대차 불법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은 '정규직 전환' 입니다"

갑자기 그런 일이 또 발생 했군요. 먼저, 고인 되신 이○○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유서 한 장 써놓을 겨를 없이 가신 동지...... 참 비통한 심정입니다. 자신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 했을 이 동지...... 자신만이 아닌 가족의 생존까지 책임져야 할 상황...... 생명줄 놓을 정도로 직장과 가정을 오가는 여정에서 사회적 압박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했는지 느껴집니다.

저도 지금 아마도 그런 심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00년 7월 초에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에 들어가 일해오다 2010년 3월 중순경 정리해고 되버렸습니다. 대법원에서 "현대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라고 판결 내렸지만, 현대차는 불법파견 문제를 올바르게 정리하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신규채용'을 내세우며 불법파견 문제를 물타기 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된지 2년 넘었습니다. 가족을 두고 세상을 등지고 싶은 심정이 문득문득 들고 있습니다. 커가는 아이들 보면서 가장이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 마음을 다시 바로 잡곤 합니다. 하지만, 궁핍한 경제적 압박이 가정생활을 어렵게 하고 그 어려움은 다시 괴로움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현대차 재벌처럼 수백조원 매출고에 수조원이나 되는 순이익, 수천억이나 주식배당받는 그런 꿈까진 아니더라도 현대차에 사원증받고 정해진 정년퇴직까지 일했으면 하는게 희망입니다. 오손도손 가족과 함께 마을 식당에 가서 회식이나 한번하는게 꿈입니다. 현대차에서 정리해고된지 2년이 넘으니 추석이나 설날, 명절이 무섭습니다. 정규직은 두둑히 이것저것 받아 챙겨 고향으로 가는데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현대차에 불법파견 이용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정규직 전환만이 희망'입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불법업체장을 통해서 계속 노동탄압을 야비하게 자행하고 있습니다. 한 때 3000명이 넘던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2000명 다시 1000명 이하로 조직률이 떨어지고있는 상황만 보아도 현대차 노무조직이 얼마나 야비하게 비정규직 노조탈퇴공작을 벌이고 있는지 알수 있습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끈은 희망의 끈과 같습니다. 현대차 불법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고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의 끈은 정규직 전환 희망에 있었습니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를 전혀 엉뚱하게 풀려하자 정규직 전환에 희망을 걸고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절망과도 같이 작용합니다.

현대차는 더이상 무모한 노동탄압,현장탄압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최종판결 난 것처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목 매 자결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벌써 두사람이나 생겼습니다. 7년전 사회적 압박을 못이겨 자결한 류기혁 열사가 있고 이번에 다시 이○○ 동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결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에 입각해서 돌아가지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권력자는 국가권력만 유지하려고 기를 쓰고 있습니다. 재벌은 이 작은 나라 땅덩리를 독점구조로 만들려고 기를 쓰고 있습니다. 현대차만 하더라도 기아차를 집어 삼키더니 이제 엠코라는 건설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그룹이 되었고 수십개의 크고작은 계열을 가진 독점재벌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비정규직 노동자, 미조직화 노동자라고 해서 돈의 힘에 의해 구속되고,폭행당하고,납치당하고,해고당하고,징계당하고,노동착취 당하고,노동탄압 당한다면 그 딴 사회구조는 엿같은 사회구조 이므로 뒤집어 엎어 버려야 마땅합니다.

저도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피곤하면 쉬어야 하는 사람이거늘 대기업 총수라고 거만하고 교만한 잣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우롱하거나 무시한다면 그 딴 인간상은 이 사회로부터 추방되어야 하는 것 입니다.

사람이 가진 생명줄은 높고낮음이 없습니다. 귀하고 천한 차이도 없습니다. 사람이 가진 생명줄은 너나나나 똑같습니다. 누구는 재벌이라고 귀하고 누구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천하답니까?

생명줄은 똑같은 줄 크기와 똑같은 재질로 되어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생명줄은 마치 끊어지지 않는 고래심줄 같이 여긴다면 그건 큰 착각에 불과합니다.

지구별에서 함께 공유하다가 생명줄 끊어지면 그만인 사람들입니다. 거만하고 교만한건 그 인간성에 질병이 생긴 겁니다. 공손하고 겸손한 상태가 건강한 정신구조를 가진 생명줄 입니다. 탐욕스럽거나, 부도덕성,비윤리성,양심불량 같은 정신구조는 심각한 질병이 생긴 상태입니다.

지구별은 하나뿐입니다. 따라서 지구별을 오랫동안 지속시켜 나가려면 탐욕을 부려선 안됩니다. 그런 류의 독점재벌이 지구별을 망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지구별에서 추방시켜야 합니다.

현대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 20%가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착취에 노동탄압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것도 불법으로 말이지요. 그러다 또 한사람의 목숨을 앗아 갔습니다. 현대차와 현자노조는 더이상 불법파견을 방치하면 안됩니다. 신규채용 방안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더이상 엄한 사람 잡지 마시기 바랍니다. 더이상 무고한 생명줄 앗아가는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더이상 죄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궁지로 몰지 마세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만이 희망 입니다.

 공권력도 현대차만 보호할 뿐 입니다. 비정규직 노조 집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정문은 이렇게 가로 막힙니다.
공권력도 현대차만 보호할 뿐 입니다. 비정규직 노조 집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정문은 이렇게 가로 막힙니다. ⓒ 변창기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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