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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촉구 1인 시위. 정문 안 열사광장에서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출근 투쟁을 하고 있다.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촉구 1인 시위. 정문 안 열사광장에서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출근 투쟁을 하고 있다. ⓒ 현대차 조합원

지난 8월 31일 금요일 오전 7시 현대차 정문으로 갔습니다. 저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입니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최종판결이 났고, 비정규직노조는 집단소송과 현장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월·수·금 해고 노동자들이 별도로 정문 앞에서 출근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공장 안에서 시위용 천막이 하나 쳐져있고, 깃발을 들고 서있는 비정규직 노조원 모습도 보였습니다. 밖에서는 현자노조에서 잠정합의를 했다며 속보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그냥 철수하기가 좀 그래서 비정규직 노조 교육관에 가 1인 시위용 피켓 하나를 정문에 가져가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오전 9시가 다 되자 피켓을 다시 비정규직 노조 교육관에 가져다 놓고 일용직 밥벌이를 하러 갔습니다. 버스 안에서 <현자노조 속보>를 살펴봤습니다. '기본급 10만1000원, 성과금 500%+950만원 = 1인당 인상효과 2728만312원.' 속보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각종 복지혜택에 대해 '역대 최고의 임금과 성과금'이라고 설명돼 있었습니다.

<현자노조 속보>를 본 저의 심정은 참담하다 못해 침울했습니다. 저만 바라보며 사는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자노조가 잠정합의한 1인당 인상효과 분 2728만312원은 제가 1년간 일용직으로 벌어 들이는 연봉보다 더 많았습니다. 저는 월 150만 원 정도가 수입의 전부이니까요. 그조차도 4대 보험을 제하고 나면 120~130만 원이 손에 들어옵니다. 12개월 분을 계산햅면 1800만 원 정도 되니 현자노조 조합원의 임금 인상액 보다 훨씬 적습니다. 게다가 저는 2년동안 한푼도 오르지 않고 있는 일당급 5만3160원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어디 가족 앞에 고개를 못 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 혼자뿐이겠습니까. 대한민국 국민 중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900만 명이 된다고 언론에서 떠듭니다.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다 저 같은 처지일 것입니다. 저는 2000년 7월 초에 시급 2100원 받고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10여 년간 일하다 2년 전인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서 불법파견 판결 내리기 4개월 전에 권고사직으로 정리해고됐습니다.

"월급은 적어도 상여금 600%가 있으니 겨우 현상유지는 해. 잘리지 않게 열심히 일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으로 다닌 10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아내에게 들어온 말입니다. 그러나 2년 전 정리해고가 된 뒤 우리집 살림살이는 계속 내려앉았습니다. 몸이 약한 아내마저 신문팔이를 하고, 생계비가 모자라 여기저기 빌린 돈이 1천만 원이나 됐습니다.

"현대차 정말 너무하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내렸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지. 왜 안해주노? 당신은 복직이니면 체불임금이라도 받게 되면 숨 좀 돌리겠는데... 요즘은 현대차에 정규직 전환만이 우리가정 희망이야."

대법판결 이후 아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다닌 지 10년, 그리고 부당하게 정리해고 된 지 2년이 됐습니다. 오십이 다 된 나이, 마땅한 일자리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도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가장으로 산다는 것

 현자노조 쟁대위 속보
현자노조 쟁대위 속보 ⓒ 현자노조 홈페이지 캡쳐사진

현대차가 얼마 전 3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습니다만, 저는 반대합니다. 신규채용이면 불법파견이 외면되는 것이고,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조원의 정규직 전환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자노조에서 "회사 안으로 정리하자"는 입장을 보였을 때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들은 정규직이라고 상관없다 이건가? 신규채용이 적용되면 당신같이 나이많고 정리해고 당한 사람은 아무 혜택 못 받는다는 걸 노조를 모르는 나도 다 아는데, 왜 신규채용으로 노사합의를 하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났으면 정규직으로 전환 되는 게 이치에 맞는 거지. 정규직 전환에 당신 이름이 안 들어 가면 우리 가정 파탄 날지도 몰라. 알아서 해."

저는 그 신규채용에 서류접수 기회나 얻어보려고 지난 8년을 비정규직 노조원으로 활동한 게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에서 현대차를 불법파견 기업으로 규정지었습니다. 그러면 불법파견 사용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하는 게 도덕 경영이고 윤리 경영이고, 양심 경영 아닐까요.

현대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로 그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것을 불식시키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울산·전주·아산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불법으로 '사용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가족 앞에 고개 숙인 비정규직 가장인 저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현자노조의 노사협상이 끝나도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저와 우리 가족 나아가 전국의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려 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면 여러 가지 고통이 따릅니다. 고용불안이 첫 번째 고통이요, 노동착취가 두 번째 고통이요, 인간 차별이 세 번째 고통이요, 가족 생계가 흔들리는 것이 네 번째 고통입니다.

아내는 현자노조에서 배포한 잠정합의 안을 보면서 "부럽다"고 말하며 긴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비정규직 철폐 !!!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원청하청, 정규직 비정규직이 힘을 함쳐 해결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시용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실체로 불법파견 철폐 투쟁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현자노조 위원장과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이 함께하는 사진 보기 좋습니다.
비정규직 철폐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원청하청, 정규직 비정규직이 힘을 함쳐 해결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시용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실체로 불법파견 철폐 투쟁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현자노조 위원장과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이 함께하는 사진 보기 좋습니다. ⓒ 현자노조 홈페이지 캡쳐사진

덧붙이는 글 | 변창기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 특별취재팀 입니다.



#현대자동차#불법파견#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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