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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진 곳에 소박한 모습으로 자리한 모퉁이화실
구석진 곳에 소박한 모습으로 자리한 모퉁이화실 ⓒ 이안수

올해 초, 동네의 순댓국집을 갔다가 그 집의 벽에 걸린 금언들을 적은 손글씨 작품들을 보았습니다. 그 작가의 이름은 김인구이고, 프로방스에서 '모퉁이화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퉁이화실'이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작고 소박할 듯한….

저는 그 모퉁이 화실이 정말 모퉁이에 있는 지, 얼마나 작은 지 그리고 얼마나 소박한 지 저의 어림짐작과 견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방스에 갔을 때,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모퉁이가 아닌 막다른 곳이었습니다. 작고 소박하겠다는 짐작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버려진 쇳조각들을 모아 생긴 그대로의 모습으로 모퉁이라는 글자를 만든 모퉁이 화실의 안내기둥
버려진 쇳조각들을 모아 생긴 그대로의 모습으로 모퉁이라는 글자를 만든 모퉁이 화실의 안내기둥 ⓒ 이안수

저는 화가가 없는 화실 앞을 두리번거리다 되돌아가길 올 1월과 4월, 두 차례였습니다. 오늘, 처가 오랜 만에 서울에서 왔습니다. 이른 저녁을 순댓국으로 해결했습니다. 다시 프로방스에 들렸습니다. 모퉁이를 돌자 막다른 곳에 화실이 있고 바로 그 앞에서 등 굽혀 작업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이 화실의 주인이 분명했습니다.

- 화실 주인이세요?
"네, 김인구입니다."

- 요, 아래 순댓국집에 갔다가 선생님의 손글씨들을 보고 이곳에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아, 선생님의 글을 본적이 있어요. 모퉁이 화실을 언급한……."

- 이 작업은 무엇이에요?
"아, 참숯으로 커피 볶는 집의 간판입니다."

- 손글씨 작업 외에 그림 작업도 하지요?
"그럼요. 올 가을에 개인전을 할 예정입니다."

- 어떤 주제로 작업하시나요?
"'꽃이 피는 까닭'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그럼 그 까닭에 대한 답을 얻으셨나요?
"저는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꽃을 피우는 꽃의 입장에서 꽃을 생각해 본 것입니다. 식물들은 꽃을 피울 때 죽기 살기로 피운답니다. 정원사들은 식물이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으면 곧 열매를 잘라버립니다. 그러면 그 식물은 다시 죽기 살기로 꽃을 피웁니다. 식물은 열매를 맺어 확산과 팽창을 도모하고 싶은 거지요."

- 꽃집에서도 식물의 꽃을 피울 때, 한동안 물을 주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흠뻑 물을 주면 바로 꽃을 피운데요. 죽음의 위기에 대를 이어야겠다는 유전자의 코딩이 작동한 거겠지요. 그럼 그 답을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하나요?
"유화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칼라 유리를 붙여서 깨거나 캔 유리를 붙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에너지의 확산과 팽창을 표현하기는 유리가 적격이거든요."

 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린다음 위해 색유리를 깨어 붙이는 방식으로 확산과 팽창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활용한다는 모퉁이화실의 김인구화가
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린다음 위해 색유리를 깨어 붙이는 방식으로 확산과 팽창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활용한다는 모퉁이화실의 김인구화가 ⓒ 이안수

김 작가님은 화실의 내부도 보여주었습니다. 넓지 않은 화실에는 작가의 체취가 가득했습니다.
 두 평 남짓한 화실
두 평 남짓한 화실 ⓒ 이안수

- 이곳에서 작업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3년째입니다. 잠은 지하에서 자구요."

- 유화로만 작업하세요?
"오브제 작업하기도 해요. 나무, 쇠, 유리의 세 가지를 사용합니다."

 화실입구의, 오토바이크를 분해해 만든 정크아트(Junk Art).
화실입구의, 오토바이크를 분해해 만든 정크아트(Junk Art). ⓒ 이안수

프로방스에서 11년째 전무인, 제게 28년 째 밥을 사는 막역한 선배인 김두하 전무님을 그곳에서 뵈었습니다. 이번에도 한 잔의 커피와 커피 보다 더욱 따뜻한 마음을 퍼주었습니다. 모퉁이 화실을 되돌아 나오는 머리 위에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 김인구 화가의 손글씨로 쓰여 걸려 있었습니다.

 김인구 화가의 손글씨로 쓰인 마종기시인의 '우화의 강'
김인구 화가의 손글씨로 쓰인 마종기시인의 '우화의 강' ⓒ 이안수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죽기살기로 피워야할 것은 꽃뿐이 아님을 우리는 압니다.

 28년의 사귐, 물길이 트인 사이라고 할 만한가.
28년의 사귐, 물길이 트인 사이라고 할 만한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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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모퉁이화실#김인구#프로방스#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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