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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수 감성 문학관 개관 테이프 커팅식 장면
이외수 감성 문학관 개관 테이프 커팅식 장면 ⓒ 신광태

지난 12일, 화천 이외수 감성마을에는 그동안 가뭄에 대해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오후 내내 소나기가 퍼붓고 있었습니다. 이 빗속에서 진행된 이외수 감성마을 문학전시관 개관식에는 정치인을 비롯한 행정가, 문학인, 지역의원, 사회단체장, 지역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그중 내가 아는 얼굴은 TV나 방송매체를 통해 보아온 김한길, 최명길씨 부부와 방송인 이홍렬씨, 정치인 손학규씨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문학관은 아주 특별한 구조로 건축되었습니다. 1243㎡규모의 타원형으로 만들어진 전시관은 벽채를 따라 작가 공간, 수장고, 내빈실, 전시 공간. 작가 소장품 전시실, 퍼포먼스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운데 339㎡규모의 공간은 중정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중정의 용도는 음악이나 작품관련 행사 등을 위해 조성된 공간인 듯싶습니다. 따라서 그날 열린 개관식 행사는 넓은 뜰이나 다름없는 중정에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외수 문학관 개관식 이외수 선생이 문학관 개관식에서 참가자들에게 개관식에 대한 소개말씀을 하고 있다.
이외수 문학관 개관식이외수 선생이 문학관 개관식에서 참가자들에게 개관식에 대한 소개말씀을 하고 있다. ⓒ 신광태

천정이 없는 중정의 실내는 야외나 다를 바 없습니다. 따라서 참석자들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실내에 텐트를 친 풍경도 매우 이채롭게 보였습니다.

이날 개관식 행사 일정표 또한 내 외빈의 축사나 인사말에 이은 테이프 커팅 순으로, 어느 행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이하다고 생각할 만한 것은 문학관 건립행사이기 때문이어서인지, 축사를 하시는 분들이 다른 여타 행사보다 좀 많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외수 문학관 구조, 가운데 중정에는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외수 문학관 구조, 가운데 중정에는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 신광태

국민의례에 이어 이 건축의 감리를 담당하셨던 분의 건축과정보고가 있었습니다. 과거 (이외수)작가와의 친분을 비롯해 이 건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개인적인 사담을 곁들인 보고, 화천군수의 인사말씀에 이은 화천군의회 의장의 축사. 이쯤 되면 관객들은 슬그머니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축사나 인사말씀을 하실 분들이 몇 명이나 남았는지 시간계획표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눈에 뜨였습니다.

이 사람의 연설에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낸 이유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연단에 올라선 화천군의회 이태호 의장님의 축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제가 오늘 이 소중한 자리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어제 밤새도록 이 종이에 빼곡히 적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미 훌륭하신 말씀은 앞에서 다 하셨고, 또 주민의 대표인 저는 이곳의 주인일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지에서 오신 분들의 소중한 말씀 한구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 축사는 이것으로 생략하고, 이곳 감성 문학관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단 5초 만에 끝난 축사.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은 오늘 행사의 주인공인 이외수 작사의 문학관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행사 앞부분에 편성된 축사를 하는 사람들은 관람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할 이야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곳 주민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보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의 고견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 축사는 이것으로 갈음하겠다"며 관객들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멋진 연설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전시관이 떠나갈 정도의 박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타인의 배려도 없이 오직 본인을 내세우기 위한 연설

화천군의회 이태호 의장 5초짜리 연설로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화천군의회 이태호 의장5초짜리 연설로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 신광태

지난달, ○○도 어느 시골지역에서 열린 노인 게이트볼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는 운동장에는 5~60명의 노인들이 일렬로 서 있고, 연단 앞에는 텐트를 쳐 그늘을 만들어 그 지역의 기관장이라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좀 체로 언제 끝날지 모를 그 지역 ○○면장의 인사말씀에 운동장에 마을 선수자격으로 서 계신 노인들은 녹초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드디어 그 지겹던 면장의 인사말씀이 끝나자, 다음순서는 그 지역출신 의원님의 축사. 이분은 면장보다 한술 더 떠 양복 안주머니에 미리 준비해 온 두툼한 종이를 꺼내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어르신들이 이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기에 늘 건강하셔야 하며...' 노인의 건강을 염려하시는 분이 이 무더운 날에 노인들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10분이 넘는 연설을 하시는 겁니다.

상황에 맞는 연설,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피치가 필요하며, 때에 따라서는 과감히 포기하는 연설문화가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이외수#이외수문학관#감성마을#이태호#화천군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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