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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지인은 말했다.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완성하는 마지막 카드는 교육개혁이야. 대통령이 교육을 제대로 안다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

교육의 일선을 지키는 필자는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였다. 그렇다. 올해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해. 최근 대선후보들이 줄을 이어 출마의 변을 듣는 일이 자못 흥미롭다. 필자의 관전 포인트는 '후보자가 교육을 어떻게 말하는가?' 이다. 후보들이 얼마나 근본적인 고민을 하면서 교육을 말하는지가 정말로 궁금하다.

지인의 말처럼 교육개혁이 우리 사회를 지키는 화두가 된다면 그들을 향해 미리 예약 주문장을 받고 싶다.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 삶의 가치를 담고 있는지, 사회적 약자들이 보호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지, 자신의 이익을 숨기며 눈가림의 구호를 외치는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한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을 이야기했다. 참, 멋진 말이다. 오늘의 학교교육에서 사라진 저녁을 어찌 알았단 말인가. 사실, 아침도 잃어 버린 잔혹한 현실이다. 그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 나온 '화두'라면 반가운 일이다. 학생들에게는 저녁을 넘어, 아침이 있는 삶을 보장해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죽어 있는 공부에 시달리는지, 저녁이 아니라 아침도, 휴일도, 방학도 없는 생활이 우리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후보의 말처럼 학생들에게 저녁의 삶을 보장할 수 있다면 대선에서 그의 성공률은 높아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은 심각하다. 하루 종일 쏟아 붓는 교육 투자에 비해 성과를 만드는 효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학교 안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학생들의 스트레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교 폭력,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지도 못하고 선택하는 꽃다운 죽음, 살인적인 입시경쟁률, 대학을 다녀도 두 자릿수를 허물지 못하는 청년실업, 사교육으로 아무리 쏟아 부어도 희망이 보이지 않은 아이들의 공부가 그것들을 증명하는 현상들이다.

이런 현실을 해소할 정책을 다른 후보들에게도 주문하고 싶다. 첫 번째로 세계의 흐름은 지구적 차원에서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니 경쟁교육의 분위기를 상생의 문화 쪽으로 옮겨놓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시혜적 복지를 넘어 협력적 공존이 필요하다. 무한한 욕망을 가진 인간이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진 잉여를 남들에게 퍼주는 미덕은 솔직히 누구에게나 쉽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경쟁보다 협력교육, 개인보다는 공동의 문화를 학교에서 익힐 수 있도록 할 때 극복 가능하다. 이미 기업이 사회기부를 확대하는 따뜻한 자본주의 4.0이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이지 않는가.

그러려면 대통령 후보자가 자식교육을 통해 교육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한 사람이면 좋겠다. 왜 현실은 따뜻하지 않는지, 공교육이 얼마나 무력하게 시달리는지, 사교육비용의 부담으로 학부모들은 얼마나 허리가 휘는지, 학교를 지키는 교사들은 어떤 갈증에 목말라 하는지, 각종 교육제도가 세상의 편법에 어떻게 휘둘리고 있는지,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자 희망하는지, 고등실업자의 양산체제로 끝없이 밀려가는 교육의 현주소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후보였으면 좋겠다.

그 뿐이랴. 아이들이 숙제로, 시험으로, 경쟁의 늪으로 내몰리면서 얼마나 지치고 힘들어 하는지 아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효율'이라는 경영에 눈길이 먼저 가는 후보가 아니라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를 고민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내 아이의 손을 잡고 늦은 밤까지 기다려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아이에게 기죽이지 않게 키워보려고 백방으로 뛰어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고통을 겪어 본 사람만이 후보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 교육이 계층상승을 만들어주는 시대는 지났다. 경제적인 격차는 교육의 양극화로 확산되고, 그것이 학교의 서열화로 정착된 지도 오래되었고, 수도권교육과 지방교육의 격차가 돌이킬 수 없는 격차로 벌어지면서 교육을 통한 미래의 희망을 일구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앨빈 토플러는 "한국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 해법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한국도 국제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을 제대로 말하는 대통령을 찾아야 할 책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정말 교육을 제대로 말하는 후보가 있다면 우리는 주저없이 그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교육을 고친다는 것은 곧 나라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갈등의 해법을 찾겠다는 후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배운 지식이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갈 방도로 활용되도록 생산적인 교육을 설계할 줄 아는 깨어있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신문 '광주인'에도 원고를 보냈습니다.



#교육대통령#교육개혁#앨빈토플러#저녁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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