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경남 진주에서 전남 목포까지 내달렸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서울보다 더 멀었는데 광양에서 목포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에는 금방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 목포를 다녀온 지 약 2년만에 가는 목포는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더구나 배를 타고 신안군에 속한 섬이 마지막 목적였기 때문에 마음은 '쿵쾅'거렸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사는 곳진주도 공기가 나쁜 동네는 아닌데 신안은 정말 깨끗했습니다. 해질녘 한 동네를 갔는데 고추잠자리가 하늘 가득했습니다. 정말 깨끗한 섬이었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엄청 많았습니다. 잠자리가 많다는 것은 벌레가 많다는 것이고 벌레가 많다는 것은 오염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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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깨끗한 섬이었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엄청 많았습니다. 잠자리가 많다는 것은 벌레가 많다는 것이 벌레가 많다는 것은 오염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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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동네도 고추잠자리를 잘 볼 수 없었는데 신안에서 고추잠자리를 볼 수 있다니, 아직 우리나라가 완전히 오염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추잠자리와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이 사람사는 세상입니다. 고추잠자리만이 아니라 게들이 구멍으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녀석들과 가상 대화를 해봤습니다.
게가 말하기를 "더 이상 자연 훼손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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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가 사는 구멍입니다. 가짜 구멍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주위에 동글동글한 흙은 게들이 구멍을 내기 위해 파낸 갯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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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색으로 자신을 위장한 게. 모래와 갯벌 색깔로 적들 공격을 피하고 있습니다. 몇 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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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김동수입니다."
"김동수님? 처음 뵙는 분인데요. 우리 동네 사는 분은 아니지요.""응, 경남 진주에서 왔어요."
"진주? 어디에 있어요? 그곳도 바다가 있나요?""바다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 고향이 바다예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맨 처음 사용한 곳이지요.""이순신 장군은 또 누구세요.""이순신 장군도 몰라요. 임진왜란도 왜군을 물리친 분이예요. 우리 고향도 깨끗하지만 이 동네는 더 깨끗한 것 같아요.""그럼요. 정말 깨끗한 동네예요. 고추잠자리 보셨죠. 사람들이 더 이상 이런 곳을 훼손하지 말았어면 좋겠어요.""그래 더 이상 훼손하면 안 되죠. 건강해요." 옆에는 초승달처럼 생긴 흰조개껍데기도 있었습니다. 우리 고향도 조개껍데기가 지천에 널려 있었는데 방파제를 만드는 바람에 더 이상 조개껍데기는 없습니다. 이곳은 사람 손길이 덜 타기를 바랄 뿐입니다. 넓디 넓은 해수욕장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손에 닿을 듯 말 듯 한 밀짚모자처럼 생긴 섬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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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사장이 굉장히 넓었습니다. 전형적인 서해안 모습입니다. 저 멀리 밀짚 모자같이 생긴 섬이 참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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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와 폭이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바다 끝까지 모래사장처럼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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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길이와 폭이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바다 끝까지 모래사장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해운대 해수욕장보다 훨씬 더 폭이 넓어 보였습니다. 서해안이라 밀물과 썰물 차이가 크기 때문이 물이 나면 날 수록 해수욕장 폭은 더 넓어졌습니다. 사람 손 때가 덜 묻었기 때문에 가족끼리 아주 조용하게 쉴 수 있는 바다였습니다. 바다를 벗삼아, 모래를 벗삼아 욕심내지 않고, 쉴 수 있는 쉼터였습니다. 해수욕장과 들판 사이는 방풍림이 있었는데 비바람도, 큰 파도도 막아 줄 것입니다.
방풍림은 '생명지킴이' 방풍림은 다 살립니다. 모래사장도 살려주고, 나락도 살려줍니다. 콩도 살립니다. 고추도 살립니다. 당연히 사람도 살립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빌딩숲은 살리는 것보다 훼손하는 게 많습니다. 신안 해수욕장에 만난 방풍림은 자연은 생명이지만 사람이 만든 인공숲은 생명이 아님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방풍림은 '생명 지킴이'입니다. 잘 보호하고 지켜야 합니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을 때 방사능을 막아준다며 신안 소금이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신안은 우리나라 최대 소금 생산지입니다. 곳곳에서 염전을 보았지만 더 이상 소금을 생산하지 않는 염전도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염전이었지만 지금은 바다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소금을 생산하고 자리를 내어주었을까요? 소금 역시 생명입니다. 진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람의 탐욕으로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신안은 생명 지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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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는 염전이었습니다. 바다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소금을 생산하고 자리를 내어주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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