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 6일)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가 개었다가 오락가락 하더니 석양 무렵에는 구름 속에서 햇빛이 환하게 비쳐왔다. 햇빛은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내려오듯 금굴산을 타고 내려와 임진강 주상절리 적벽을 아름답게 물들여 놓았다.
비가 개어 텃밭에서 열무 씨를 파종하기 시작했다. 상추가 동이 서고 꽃이 피어서 거둬 낼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상추 대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무씨를 파종을 하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호랑이가 장가가겠네!"
목발을 짚고 파종을 하는 나를 바라보며 참견을 하던 아내가 혼비백산하며 실내로 들어갔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어쩐지 위태위태하게만 보였다.
"여보, 조심해! 천천히 가라고."
비를 피해 현관으로 들어가는 아내를 향하여 소리치다가 깜짝 놀랐다. 임진강 주상절리 적벽에 쌍무지개가 선명하게 꽂혀 있는 게 아닌가!
"여보, 쌍무지개야! 무지개가 두 개나 떴다고!"
갑자기 쌍무지개를 발견한 나는 아내를 향하여 소리쳤다.
"와아~ 정말이네요!"
현관문을 들어서다가 뒤돌아 선 아내는 감격스러운 듯 입을 벌린 채 주상절리에 꽂힌 쌍무지개를 바라보았다. 파종 하던 것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와 정신없이 렌즈에 담았다.
쌍무지개는 한반도의 중심인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주상절리에 크고 넓게 드리워져 있다. 이 지역은 동경 127도, 북위 38도 선이 교차하는 <중부원점>이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수되는 합수머리는 상공에서 바라보면 한반도 지도 모형을 하고 있다. 바로 그 지역에 쌍무지개가 뜨다니 '한반도의 중심 연천군'에 행운이 오려나 보다.
"여보, 로또 복권이라도 한 장 사볼까?"
"아서요, 괜히 요행수를 바라지 말고.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아요?"
아내 말이 맞다. 마침 서울에서 영이와 경이 두 딸이 함께 전철을 타고 온다고 했다. 쌍무지개가 뜨는 날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행복한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에게 이 보다 더 좋은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