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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시사회> 겉표지
<감시사회> 겉표지 ⓒ 철수와 영희
독자 여러분께서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7월부터 환자의 병력(病歷) 정보를 담은 '생명칩'이 내장된 신용카드가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소방방재청에서 말입니다. 생명칩에는 소지자의 인적사항, 병력, 혈액형, 만성질환, 보호자 연락처, 자주 다니는 병원 등의 정보가 담긴다고 해요.

또 있죠. 사람의 뇌와 손가락에 칩을 이식하는 것 말이죠. 그 칩으로 인공심장 박동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죠. 뿐만 아니라 그 칩으로 뇌파를 추적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심리상태까지 조절하게 한답니다. 이미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특허 등록을 신청했다고 하죠.

놀라운 일이 하루가 다르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게 좋은 걸까요? 그런 칩들이 개발되면 실종된 아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응급조치도 탁월하게 대응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만큼의 사생활 침해도 심각하지 않을까요? 더욱이 뇌 속을 해킹당할 수 있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겠지요.

한홍구·최철웅·엄기호·홍성수·한상희가 쓴 <감시사회>는 그런 문제들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1968년 박정희 정권 시절에 시행된 주민등록번호 부여 방식은 나름대로 국민을 식별할 수 있는 전산화 체계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병영국가체제로 재편한 통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당시 중앙정보부에서도 그것 하나로 출생과 성향까지 다 파악했다고 하죠.

국가신분증... 과연 옳은 선택이었나

과연 그게 옳은 일이었을까요. 일각에서는 그게 없었다면 국가체제를 이만큼 견고하게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다른 측에서는 결코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는 아니었다고 비판하기도 하죠. 미국이나 영국조차도 국가신분증을 만들지 않고서도 부국으로 성장해 왔다는 이야기죠. 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핀란드, 그리고 일본조차도 국가신분증 발급을 의무규정으로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놀라운 사례들이죠.

"국가신분증을 반드시 발급 받아야 하는 나라들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벨기에의 경우는 반드시 신분증을 발급받아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만, 국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합니다. 독일은 국가에서 발급하고 15세 이상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 스페인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스페인과 그리스도의 공통점은 뭡니까. 한마디로 유럽에서 후진국이라고 보면 됩니다. 독재자가 있었던 국가죠."(본문 204쪽)

그런데 이 책은 참 서글픈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5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개편된 것 아시죠. 그 안에는 아이가 여태 읽은 책의 목록이 모두 들어간다고 해요. 몇 줄 안 되겠지만 그 책에 관한 내용을 읽고 학교에 내면 선생님은 그걸 인정해 준다고 하죠. 문제는 그것이 입학사정관에게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이 약간 '삐딱한' 책을 읽는다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고요. 그렇잖아도 군대에서 '불온서적'이라고 금기해 놓은 책들도 많잖아요.

좋은 쪽으로 시행했다가 나쁜 쪽으로 악용되는 사례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돼 있는 CCTV도 그 예 중의 하나입니다. 소매치기와 살인범 등 방범용으로 설치된 그것이 은연중에 사생활 침해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도구로 말이죠.

감시 당하고 있는 당신... 어떻게 해야 할까

뿐만 아니라 카드 사용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개개인이 카드회사에서 받은 이용 내력이 국세청에 제출됐습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그게 거꾸로 돼 있다고 하죠. 국세청에서 카드 이용 내역을 개개인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게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국세청이 개개인의 카드 결제 정보를 다 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인 사찰'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면 이 역시 심각한 상황이 아닐까요.

더 재밌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2001년 9·11 테러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 미국과 러시아, 인도와 파키스탄은 설 원수지간이었다고 하죠.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날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이 나라들이 손을 맞잡았다고 합니다. 테러와 맞서려면 더 많은 국가가 하나로 뭉치고, 또 통제돼야 한다며 말이죠. 그렇게 국가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국민을 통제하는가 봅니다.

어떤가요? 이쯤 되면 국민 개개인이 깨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폐기하자고 말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그것이 좋은 쪽의 취지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권력기구의 감시와 통제수단으로 쓰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그걸로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고 하고, 국회의원 선거 때도 그걸 활용하고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앞서 말한 '생명칩'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악용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처음에는 생명을 건지고, 응급사태에 대비하는 쪽으로 선하게 쓰일 수 있겠지만, 점차 한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악의 수단으로 오용되는 것 말이죠.

<감시사회> 속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한 개인은 온통 벌거벗고 다니는 기분'일 것이라고 말이죠. 하루에도 개인이 수십 차례에 걸쳐 CCTV에 찍히고 있고, 매일매일 사용하는 카드 이용 내역이 국세청에 실시간 보고되고 있고, 국가정보기관은 그걸로 권력의 통제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죠.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요. 과연 어떻게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살아야 할까요? <감시사회>는 그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으니, 한 번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감시 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 도구인가?

로빈 터지 지음, 추선영 옮김, 이후(2013)


#국가신분증#〈감시사회〉#한홍구?최철웅?엄기호?홍성수?한상희#주민등록번호#민간인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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