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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 5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 5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국가기밀에 대한 종북좌파의 접근과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비서실, 당 소속 및 출입인사에 대해 기밀접근 체계를 재점검하고 강화하겠다."

 

취임 한 달을 맞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당 운영과 관련해 내놓은 청사진 중 일부다. 황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비한 '국가재정비상대책위' 구성 ▲ 거국적 국가민생개혁위원회 구성과 함께 '종북좌파 논란으로 촉발된 체제 안보 수호'를 3대 과제 중 하나로 천명했다.

 

그는 "19대 총선을 전후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체제·안보의 걱정을 국민들이 하고 계신다"며 "가칭 국가기밀보호특위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기밀보호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국회 정보위, 국방위, 외교통상통일위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 배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당내 주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조직을 만들겠단 얘기로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황 대표는 "헌법의 충성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생계형 사면은 권장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위반과 같은 국사범에 대한 복권은 신중을 기하도록 정비하겠다"며 "북한 인권과 탈북민 지원을 지속하기 위한 특위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잠잠해지던 종북몰이, 이석기의 '애국가 부정 발언'으로 부활?

 

전방위적 종북몰이로 '과거회귀세력'이란 역풍을 맞았던 새누리당이 다시 이념공세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결정적 계기는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부정'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법으로 정한 국가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이날 "(혁신비대위 산하 새로나기 특별위원회가) '애국가 제창을 (당)쇄신의 본질인 양 인식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전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이날 이 의원의 '애국가 부정' 발언에 대해 "국민으로서 해야 할 생각을 벗어난 언행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태에 대해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해법과 기준을 마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언급한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해법과 기준을 마련"할 기반은 앞서 말한 '국가기밀보호특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영우 대변인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더 다듬어야 할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해 공통의 특위를 꾸릴지, 아니면 특위에서 관련 법안을 내놓을지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황 대표의 이런 구상이 당내에서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이미 당내에서 이념 공세가 계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9일 의원연찬회 자유토론에서 "(종북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고 홍일표 원내대변인도 지난 12일 "(야당은 새누리당을) 매카시즘이라고 공격하는데, 종북논란을 확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멘토'로 볼 수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종북 논란은 오래 갈 수도 없고 오래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지난 12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종북 논란과 관련) 새누리당이 좀 오버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 목사는 특히, "(종북의원 제명 주장은) 잘 다듬어지지 않은 유치한 전략"이라며 "종북이란 기준도 애매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증하겠단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최근 종북논쟁을 보면 본말이 전도됐다는 느낌이 든다"며 "그들도 국민의 정당투표로 선출됐는데 자격심사 운운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선출되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시키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아직도 종북은 한국사회에서는 위험하다"면서도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종북주의자라고 한들 어떻게 처벌하겠는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야권 "철 지난 색깔론, 군부독재와 결탁했던 황우여 판사는 사과부터"

 

야권은 과거회귀세력의 철 지난 색깔론이 또 나왔다는 반응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이날 전두환 정권 당시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의 담당판사가 황우여 대표였단 점을 상기시켰다. 학림사건은 지난 15일, 31년 만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학림사건이) 30여 년이 지난 뒤, 비로소 바로잡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당시 학림사건의 담당판사였던 황우여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군부독재정권과 결탁해 무기징역이라는 법정 최고형으로 몰아세운 황우여 대표는 사건 피해자들과 국민들께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김 대변인은 "새누리당 대표는 전두환 군사독재시절 판사였고, 강창희 국회의장은 하나회 출신이며 유력한 대선후보는 박정희 군사정권시절 퍼스트레이디였던 분"이라며 "이런 과거 세력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도 "(황 대표가) 낡은 시대의 유물을 계속 들먹이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5공 시절에 민주화운동을 탄압했던 이로서 자숙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 분들의 속내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으나 드러난 말들은 너무 과거회귀적"이라며 "지난 민주정권 10년 동안 두문불출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사열을 받는 일이 발생한 것은 이런 새누리당의 과거 회귀적 속성이 투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황우여 대표의 주장이야말로)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색깔론 공세"라며 "황 대표는 종북좌파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정국 주도권을 획득하기 위해 색깔론을 제기하고 야권 전체를 거기로 몰아가고 있다"며 "통합진보당 입장에서는 당직자가 당원명부를 유출시킬 정도로 해이해진 당내 기강부터 바로잡으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황우여#종북#색깔론#학림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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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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