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동재개발지구, 그 곳에 서면 가슴이 먹먹하다.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하지만, 재개발지구로 선정된 이후 이런저런 문제로 남아있는 이들보다는 떠난 이들이 더 많은 폐허같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골목길, 이마를 맞대고 서있는 집들은 위태위태하다.
가로등 불빛과 길고양이와 불켜진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만 텅 빈 골목길을 배회하고 있다.
집이라는 것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비극일 터이다. 집의 본래 목적에 맞게 지어진다면 이렇게 몇몇 개발업자의 이익이나 투기꾼들에게 발목잡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적없는 골목길, 간혹 가로등 불빛이 차마 걸어가지 못한 어두운 곳에 더위를 식히려 나와 의자에 앉아있는 이들이 낯선 이방인을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방인이 된 듯하다. 그들에겐 길 건너 아파트촌에 사는 이들이 이방인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쓸쓸한 골목엔 길고양이와 집 나온 소리들이 어슬렁거리다 공중으로 흩어지고, 하늘엔 둥근 달과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가 환하다. 화음은 없고 불협만 있다. 현충일을 미리 맞이하며 걸어놓은 태극기의 흔들림만큼 쓸쓸하다. 그들이 사랑하는 조국은 그들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