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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은 핑계거리만 찾는 것 같네요."

학교비정규직(학교회계직원)의 교육감 직고용 문제에 대한 교육청의 태도를 보고, 황경순(51·김해분성여고 영양사)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이 한 말이다.

황 지부장은 30일 경남도교육청을 찾아가 고영진 교육감과 담당자들을 면담했다. 최근 경남도의회 석영철·조형래 (교육)의원은 '경상남도교육청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임용 등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6월 경남도의회 임시회 때 조례안에 대해 심의할 예정인데, 앞서 황 지부장이 교육청을 찾아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황경순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
 황경순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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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은 급식 조리사․영양사, 과학실험보조, 행정보조 등을 말한다. 경남 1600여 개 초·중·고교에는 80개가 넘는 직종에 1만200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방과후 돌봄'인 단기시간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이들은 학교장과 고용계약을 맺고 있다. 고용불안에다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비정규직들은 교육감이 직고용하고, 교섭도 교육청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의 교육감 직고용 여부는 교육감이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구분된다. 광주·전남·전북·경기는 이미 시행하고 있고, 나머지 몇 군데는 추진 중이다. 황경순 지부장은 "고영진 교육감을 면담했는데, 다른 지역에 하는 것을 보고서 해보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황 지부장은 "처우도 너무 열악하다. 교육감 직고용 문제를 다른 데 눈치 볼 것 없이 먼저 시행해야 한다"면서 "노동자와 경남도의원들은 변하고 있는데, 왜 교육청 공무원들은 사고전환을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교육청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조합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출범했는데 조합원 3000여 명을 앞두고 있다. 황경순 지부장은 경남학교영양사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지부장을 맡고 있다보니, 더 열심히 해서 학교에서도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한다. 일선 학교 교장이나 행정실장들도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분위기다"면서 "학교장들은 노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맡아 주고, 학교장은 학교 일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교육감 직고용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황경순 지부장은 30일 저녁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교육청의 입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1600개 학교와 노조 교섭? 너무 비효율적"

 황경순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
 황경순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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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청은 학교회계직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등의 문제로 노사간 갈등이 빈번하고, 다른 시도에서는 파업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위협받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는데."학교비정규직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으며 교육기관에서 근로하고 있다. 가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1년이나 20년 근무해도 똑같은 월급을 받고 있다. 고용안정이 되지 않아 해마다 12월이면 생존권 위협에 직면해 있다. 가정도 중요하다. 가정이 없으면 학생이 있겠는지 묻고 싶다."

- 교육청은 '솔로몬 지혜'와 같이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혜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정규직 공무원들의 마인드는 바꾸어 내야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공무원은 본래 기득권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이리 저리 자투리 예산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니 당연히 예산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무기계약직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교육청은 '학교회계직원'이라는 호칭보다 '계약제 직원'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학교비정규직을 무시하는 호칭이다. '계약제 직원'보다 '학교직원'이 더 포괄적이다. 이미 학교에서는 '학교직원증'을 만들어 공무원증처럼 사용하고 있다."

- 경남교육청은 2011년 7월 학교회계직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공인노무사를 채용해 노무상담과 원활한 노사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데.
"전담부서가 신설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활동은 미흡하다. '시·도교육청 학교회계직원 공동관리협의회'에서 나온 것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몇 글자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상담할 때 개인정보를 너무 수집해 상담을 꺼려지게끔 한다. 교육청은 처우개선을 대폭 했다고 하나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복지 포인트'만해도 경남은 35만 원이 책정되었다고 하나 실제 20만 원밖에 주지 않는다."

- 공공부문에서의 처우개선은 민간과 달리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기에 한계가 있고, 무상급식·교육복지·학교시설 등에 투입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상급식정책은 경남에서 처음 시작해 전국으로 번졌고, 정치인들의 공약에도 감초처럼 들어가 있다. 건강한 정책들의 밑바탕에는 학교 곳곳의 비정규직들이 있어 가능하다."

- 경남에는 1600개가 넘는 학교에 1만2000명 정도의 학교회계직원들이 있는데, 교육청에서는 일일이 '사법상 계약'을 체결하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전담부서를 설치해 종합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면 된다. 수요상황 파악과 요청은 단위 학교에서 진행하고, 학교 현장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시군 단위 교육청이나 도교육청에서 취합하여 도교육감의 결재를 받는 시스템이면 무방하다. 1만2000여 명을 한꺼번에 계약하는 게 아니고, 관련 조례가 만들어지면 한번만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시·군 단위나 노무사가 계약 체결을 대리할 수 있다."

- 교육감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개별 근로조건이 다른 각 학교의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일일이 교섭할 수 없다는데.
"그래서 교육감이 직고용을 해야 한다. 1600개 학교와 노조가 교섭을 한다고 가정하면, 이렇게 비효율적인 교섭 구조가 세상에 없다. 산업별교섭을 통해 집단교섭·중앙교섭을 하면 된다. 특수하게 개별 근로조건이 상이한 부분은 교육감이 학교장한테 교섭권을 위임해서 학교 재량에 맡길 수 있다."

- 교육청은 조례를 만드는 게 오히려 교육행정의 비효율성만 가중될 것이라고 하는데.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단일화 하고, 비효율적인 교섭 구조를 바꿔서 예산 낭비, 시간 낭비를 막음으로써 교육행정의 비효율성을 막을 수 있다."

"학교장의 창의적·자율적 경영 무엇보다 중요, 하지만..."

- 교육청은 교육감이 학교회계직에 대해 임용권을 가지면, 극단적으로 먼 거리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함양지역에 근무하다 생활근거지에 자리가 없을 경우 멀리 창원지역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가겠느냐고 한다.
"원거리 인사발령의 경우, 본인의 사전 동의나 편의제공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부당 인사로 간주된다. 지역 시·군 단위 안에서, 인근지역을 포함하여 인사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될 수 있다."

- 단위 학교 책임경영제로 학교장이 일정한 권한을 갖고 독립적인 학교회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고용노동부조차 학교비정규직노조 단체교섭 대상자는 교육감임을 분명히 했고, 이미 지방·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에 응하라는 시정명령까지 내렸다."

- 교육청은 학교회계직원의 채용은 지난 10년 이상 반복적으로 계속 학교장한테 있어 왔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관행으로 굳어져 관습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하는데.
"관행을 깨뜨려야 한다. 관행·관습이 많아진다는 것은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 계속 관습법적 효력을 따진다면 공교육에 해가 될 것이다. 권력남용일 수 있고, 없애야 하는 것이다."

- 교육청은 학교회계직원의 임용권 변경 문제는 근로기준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전국적으로 통일시켜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마다 학교회계직원이 임용권이 달라서야 되겠느냐고 한다.
"위기의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시 된다고 하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학교장이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가? 없다. 교육감으로 임용권을 변경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다. 수백 개의 학교와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산업별 교섭을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학교비정규직이 행복해야 학생도, 학부모도 행복해질 수 있다. 지방자치를 말하면서 '자치단체마다 학교회계직원의 임용권이 달라서야 되겠느냐'고 말하면 모순이다. 그래서 시·도교육감으로 통일시켜야 한다. 모범적인 것을 따라 배워야 한다."


#학교비정규직#경남도교육청#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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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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