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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옛 국가안전기획부, 현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의 고문 등 가혹행위에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해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고(故) 변두갑씨가 27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변씨는 1970년 11월 북한의 남파 간첩인 배OO씨를 알게 된 뒤 그를 돕기 위해 배씨의 지령에 따라 안동지역 국회의원 선거상황 및 민심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등 국가기밀을 탐지해 간첩하고 반국가단체를 찬양한 등의 혐의로 기소돼 1985년 국가보안법위반죄 및 반공법위반죄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88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후 변씨가 2004년 사망하자, 유족들은 2010년 "망인은 안기부 수사관들의 각종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자백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안기부 수사관들이 변씨를 연행한 뒤 68일간 영장 없이 안기부에 불법구금하고 구타와 고문 등 온갖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판단에 따라 재심을 받아들였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7민사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재심이 청구된 망인 변두갑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배씨가 북한의 간첩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며 "그런데 안기부 수사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서는 모두 피고인이 부인해 증거능력이 없고, 피고인이 68일간 안기부에서 불법구금된 상태로 수사를 받으며 구타와 고문 등 각종 가혹행위를 당한 점 등에 비춰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배씨에게 보고했다는 부분도 국회의원 선거 또는 농촌실태에 대해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눈 정도에 불과한 점 등에서 피고인이 배씨가 북한의 간첩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다른 발언내용도 일반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일뿐 북한의 반국가활동을 찬양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검찰 조사단계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고문이나 가혹행위 등이 없었기 때문에 안기부의 불법상태가 계속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5형사부(재판장 안영진 부장판사)는 2011년 12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안기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불법구금이 있었음은 명백하고, 안기부 수사관에 의해 피고인에 대한 구타와 고문 등 각종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안기부 조사단계에서의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사 조사단계에서도 계속 됐다고 할 수 있으므로, 검사 조사단계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해도 검사 앞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피고인이 재심대상판결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안기부 수사관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기 전 '검사 앞에서 기존의 진술을 부정하면 악질로 인정해 구형량이 크다'고 말했다"고 밝힌 점, 재심대상판결 항소이유서에서 "검찰에서 안기부 조서내용을 부인했더니 검사가 험한 표정으로 아주 몹쓸 이중인격자라면서 테이블을 치고 야단을 치는 통에 안기부 수사관의 충고가 떠올라 검사가 요구하는 대로 모두 수긍했다"고 밝힌 점이 근거가 됐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변두갑씨에 대해 무죄를 인정한 재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안기부#간첩#허위자백#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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