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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기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투철한 사명감? 한결같은 성실함? 청산유수 같은 문장력?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덕목 중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예리한 관찰력이 바로 그것이렷다.

5월 셋째 주 찜e시민기자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김영동(iskra1987) 시민기자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기사의 소재로 삼는다.

☞ 김영동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 가기

지난 4월 성균관대 앞 사거리, 그는 차도 방향으로 향해 뜬금없이 붙어있는 선거벽보를 문제 삼았다(관련기사 : 목숨 걸고 선거벽보 봐야 하나?). 또 김영동 시민기자는 신사역 1번 출구 계단에 붙어 있는 성형수술 광고를 보며 영화 <어머니>가 이끌어낼 수 있는 한국사회의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를 고민했다(관련기사 : <어벤져스>에 밀린 진짜 히어로... 죄송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청년,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한다. 앞으로 글을 자신의 업으로 삼을 것이라는 김영동 시민기자.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오마이뉴스>에 등장한 예리한 관찰자

 김영동 시민기자. 그는 1987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김영동 시민기자. 그는 1987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 김영동 제공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썼어요. 당시 저는 인권영화제 스태프로 일하고 있었는데, 영화제를 알리는 기사를 썼습니다. 당시 주류 언론들은 영화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마이뉴스>라면 제가 직접 기사를 써 관심 있는 이들에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 첫 기사는 5월이었는데 두 번째 기사는 올해 4월에 나왔다. 공백이 있었는데.
"사실 저는 2009년부터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소위 '언론고시'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그러다 지난 4월 즈음, 언론사 입사 계획을 접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글로써 사회를 환기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로써 뭔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 와중에 차도 방향으로 붙어있던 선거벽보를 보게 됐고, 이를 기사로 썼습니다."

- 아이디에 1987이라는 숫자가 들어가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1987이요? 1987년을 뜻합니다. 저는 1987년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해가 1987년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그런 의미 있는 해기 때문에 아이디나 이메일, 전화번호 같은 것에 1987이라는 숫자를 꼭 넣습니다. 그 숫자를 보면서 '아,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1987은 저를 자극하는 숫자입니다."

- 기사 이야기를 해보자. 나간 기사를 보니, 김영동 시민기자에게서 '예리한 관찰자'의 냄새가 난다.
"저는 항상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려고 노력해요. 대학교 재학 시절, 문학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시나 소설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집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이더라고요. 우리 주변의 것들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고요."

- '<어벤져스>에 밀린 진짜 히어로... 죄송합니다' 기사에도 김영동 시민기자가 말한 '관찰'이 많이 녹아 있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 영화 <어머니>를 보러 가다가 문득 성형수술 광고를 보게 됐어요. 참 세세하게 시술 전후를 비교해 놨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를 본 뒤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데 종점이 이소선 어머니께서 영면하신 한일병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희 집 근처라는 것 때문에 놀랐습니다. 전에는 그다지 신경도 안 쓰던 곳이었거든요. 그걸 경험하면서, 아는 만큼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겠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어요. 그리고는 '아, 우리 삶도, 사회도 어떤 계기에 의해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BC 파업 노동자들에게 힘 보태고 싶다"

 두 눈 부릅 뜨고 세상을 꼬집는 김영동 시민기자.
두 눈 부릅 뜨고 세상을 꼬집는 김영동 시민기자. ⓒ 김영동 제공


-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라... 김영동 시민기자만의 비법이 있다면.

"거창하지 않아요. 하하. 재미없는 답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세상 돌아가는 것, 내 주변에 생기는 일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관심을 두다 보면 대상이 다르게 보일 겁니다. 그리고 다르게 보이면 분명 깨닫는 게 있죠. 그거 말고 하나 더 있다면... 천부적인 재능? 하하하. 농담입니다."

- 자기소개를 보니, 현재 '청년저널리스트'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한다고 나와 있다. 뭐하는 동아리인가.
"대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이 스피치(Speech)나 글쓰기 등 기술적인 부분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사회를 고민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모임들은 사라지고 있고요. 그래서 '청년저널리스트'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20여 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던 경력 때문에 그런지 언론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최근 MBC 파업을 지지하는 예비 언론인 선언을 조직했던데.(관련 블로그 바로가기)
"공정보도를 위해 파업하고 있는 언론노동자들에게 어떻게 힘을 실어줘야 하나를 고민했어요. 그러다 예비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모아 파업을 지지하고 입사를 거부하는 선언을 하게 됐습니다. '수많은 예비 언론인들이 MBC 파업의 이유를 알고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표현은 구체적일수록 좋은 것이잖아요. 확실히 표현해 줄 건 해줘야죠.

지난 8일, 언론노조 MBC본부로부터 '파업 100일 토크쇼'에 나와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MBC본부 측에서 말하길 '예비 언론인 선언이 MBC 언론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니 저도 힘이 났습니다."

-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기사를 쓸 수 있게 한 <오마이뉴스>의 시도를 좋게 평가합니다. 제가 바라는 게 있다면 <오마이뉴스>가 좀 더 아래로부터의,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언론매체가 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찜E시민기자#김영동#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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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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