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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국민에게 돌려다오"
"권력의 시녀들, 언론인으로 돌아오라"
"즐거운 마음으로 KBS와 MBC를 시청하고 싶다."

백주대낮, 서울 한복판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전 현직 언론인들이 피켓을 목에 걸고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서있는 모습이 잦아졌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리도 비통한 문구를 들고 거리로 나섰을까. 서슬 퍼런 군사독재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KBS·MBC·YTN 등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해 <연합뉴스>·<국민일보> 등 언론사들의 파업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분노와 절망을 더하게 하는 것은 권력의 낙하산이 방송사 연대파업의 불씨가 됐음에도 그 권력이 다하도록 불씨는 꺼질 줄 모르고 더욱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 파업은 24일로 86일째를 맞고 있다. 또 KBS는 50일째, 연합뉴스는 41일째를 맞고 있다. 주요 방송사와 연합뉴스 등이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언론을 기치로 내걸고 장기간 연대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언론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

전·현직 언론인들 "낙하산 사장들 즉각 물러나야" 한목소리, 왜?

회사측의 강압적인 대응으로 각 언론사마다 노조 간부 등 수십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해직과 정직, 심지어 재산압류를 당하는 등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 총선이 끝나고 대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언론장악 청문회가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쉼 없이 새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새언론포럼은 전국언론노조 파업지지 기자회견을 마치고 19일부터 회원들 중심으로 릴레이 일인 시위에 나섰다. 새언론포럼은 각 언론사 노동조합과 언론노조에서 활동했던 전 현직 언론인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단체다. 언론학자와 변호사 등 언론개혁을 통해 사회민주화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 전파의 주인은 국민이다"며 "국민과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는 MB 하수인,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은 즉각 물러날 것"을 주문하며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보다 못한 언론계 원로들(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 협의회 공동대표 등 77명)도 나섰다. 23일 원로 언론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사 파업사태 해결 및 방송장악·민간인 불법사찰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국회는 언론사 파업사태를 해결하고,  방송장악·민간인사찰 청문회를 열라"는 게 선언문의 주된 골자다.

원로 언론인들은 "국민들이 이런 어용방송을 외면하고 그곳에서 종사하는 언론인들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이를 견디다 못한 양심적인 언론노동자들이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공정언론을 회복하기 위해 파업에 나선 것은 따라서 지극히 정당하고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방송사들의 장기 파업을 지지했다.

또 이날 참가자들은 "19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과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간부들은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불법사찰과 언론장악의 전모를 밝힐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KBS·MBC, 국민 무시하고 권력 편에 서서 시녀역할만?"

 MBC노조가 64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4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 앞에서 열린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에서 손정은, 문지애 MBC 아나운서가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채용 등 사측의 비정상적인 조치를 규탄하며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MBC노조가 64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4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 앞에서 열린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에서 손정은, 문지애 MBC 아나운서가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채용 등 사측의 비정상적인 조치를 규탄하며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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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는 "국민에게 언론 독립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며, 우리 스스로 국민의 언론을 되찾겠다"고 다짐한 뒤 "반드시 국정조사를 관철해 언론장악과 불법사찰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파업 속에서 언론장악과 사찰의 진상을 더욱 세세하게 알게 됐다"며 "또 다시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현직 언론인들과 언론계 원로들이 이처럼 한목소리로 언론장악 청문회를 주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언론장악을 위한 MB정권의 낙하산 사장들의 비상식적인 경영과 공정성을 상실한 방송보도, 무원칙적인 인사 등으로 전파의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고 권력의 편에 서서 시녀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의 거센 지탄과 공분을 사고 있는 KBS·MBC 두 방송사의 파행사태를 들여다보면 방송의 권력화 또는 사유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한 번 망가진 방송을 다시 복구시키기까지는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MB정부는 파탄의 단초를 제공해 놓고도 나몰라라 하며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그런데다 낙하산 사장들의 임기가 아직 한참 남았다. 지난해 연임을 확정한 MBC 김재철 사장의 임기는 2014년까지, KBS 김인규 사장은 재선임되지 않을 경우 11월에 임기가 종료되지만, 앞으로도 5개월 이상 남았다. 노조의 거센 퇴진요구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행보를 보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양대 공영방송사들이 파업을 빙자하여 대선기간에도 내내 편파보도로 일관한다면 많은 유권자들에게 큰 혼란을 심어줄 수 있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대로 가다간 총선기간에 두 공영방송이 보여주었던 편파보도보다 더 지독하고 위험한 보도를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시중 뇌물수수 회오리', 파업 실마리, 방송장악 청문회 '희망변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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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MB의 '멘토'로 MB정권의 방송장악 실세이자 전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장)을 지낸  최시중씨가 핵폭탄급 뇌물수수 회오리의 중심에 서게 됐다. 방송장악 청문회는 물론 언론사들 장기파업의 실마리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희망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MB와 동향(경북 포항)으로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과 서울대 동기인 그는 방통위 위원장을 지내면서 미디어법 국회 통과와 종합편성채널(종편) 허가, 종편 광고특혜 등을 밀어 붙여 그를 '방통대군'으로 불렀다.

지금 파업 중인 방송사들의 낙하산 사장 임명과도 무관하지 않은 그가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사업의 거액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자신이 당시 이 대통령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일할 때 여론조사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이 돈을 썼다"고 밝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그가 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MB 대선자금 수사의 판도라 상자로 비유될 정도로 정치적 대변수임에는 틀림없다.

언론계의 연대파업과 무관하지 않은  최 전 위원장 불법자금 수수의혹은 MB정권 '권력 3인방'의 몰락을 상징하기도 한다. 즉 MB의 멘토였던 최씨를 비롯해 MB의 친형 이상득 의원, MB의 핵심 참모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그들이다. 정권 창출과 운용의 핵심들이 임기 말을 맞아 동시에 검찰 소환을 기다리는 상황이 된 것.

누구보다 방통위원장을 맡아 방송장악과 미디어법 개정 등을 주도한 최씨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를 둘러싼 의혹들은 불법 대선자금 수수만이 아니다. 방통위원장 시절 그의 정책보좌관은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이다.

이밖에 그의 경력에서도 판도라 상자 충격을 가늠해볼 수 있다. 30여년간 <동아일보>에서 정치부장, 편집국 부국장을 역임한 후 1994년부터 13년간 한국갤럽 회장을 지낸 그가 여론조사 전문가가 돼 MB 대선캠프에서 여론조사 등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당시 대선 정국에서 그의 역량이 가장 잘 발휘된 부분은 여론조사였다. 최근 불거진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관련 수뢰 자금을 2007년 대선 때 여론조사를 위해 썼다고 밝힌 데서 그의 역할과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최시중, 뇌물수수 혐의 외에도 '언론환경 과거회귀 죄' 더 크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정당 사상 가장 치열했다. MB는 여론조사 우위를 앞세워 박근혜 후보를 눌렀지만, 당시 MB는 선거인단 득표수(6만4216표)에서 박 후보(6만4648표)에 뒤졌으나 여론조사 환산 득표수에서 2884표 앞서 승부를 뒤집었다. MB가 대통령 당선 후 최씨를 방통위 초대 위원장에 임명한데 이어 온갖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2기 위원장으로 연임까지 시켜줄 만도 했다.

대통령에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유일한 국무위원으로도 꼽혔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도 섰던 그는 특혜 논란을 무릅쓰고 거대 신문사와 재벌의 방송 진입을 허가하는 등 종편 출범을 밀어붙였다. 종편 광고를 몰아주기 위해 대기업을 압박하고, 황금채널이 배정되도록 힘을 썼다는 의혹과 비난도 받았다.

게다가 방송장악을 위해 YTN·KBS·MBC 등 방송사 사장들을 차례차례 측근 인사로 낙하시키는데 음으로 양으로 일조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때 '살아 있는 권력의 2인자'였지만 MB정권을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가 지은 죄 값은 당연히 일벌백계해야 마땅하지만 이번 사건 외에도 그가 저지른 잘못들로 인해 지금 우리 언론계는 큰 혼란과 갈등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장악하기 위한 온갖 시도들, 그 중 낙하산 사장 임명 강행과 촛불을 잠재우기 위한 표현의 자유 침해, 종편 출범 및 특혜 등으로 인해 언론환경 속에는 어느덧 과거의 칙칙하고 낡은 뿌리들이 깊숙이 내렸다.

과거로 회귀시키려드는 이 거대한 뿌리를 헤집고 거리로 나선 언론인들이 그를 청문회에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양대 공영방송사의 두 사례에서만 보더라도 그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만 한다.    

[# 사례 하나] KBS 양대 노조 동반 파업 초읽기...왜?

 4월 9일 오전 11시, KBS 본관앞에서 언론연대 김인규 퇴진 및 KBS 파업지지 기자회견
 4월 9일 오전 11시, KBS 본관앞에서 언론연대 김인규 퇴진 및 KBS 파업지지 기자회견
ⓒ 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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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민의 방송'이란 소릴 들었던 방송이 이젠 '권력의 방송'이란 소릴 듣고 있다. 그래서 일까. KBS 양대 노조의 동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40일 넘게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에 이어 기업별노조인 KBS노동조합(1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도 가결됐다. KBS 1노조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76.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이 내세운 파업 명분은 'KBS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이다. 현재의 이사회 구조상으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새노조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낙하산 사장 퇴진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같다. 김인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45일째 파업 중인 새노조에 이어 조합원 3000여명 규모의 1노조까지 파업에 가세함으로써 '낙하산 사장 철퇴'와 지배구조 개선 투쟁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희한하다. 4·11 총선이 여당의 승리로 끝나자마자 김 사장은 파업에 대한 대응 수위를 더욱 높이고 나섰다. 김 사장은 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전 사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새노조의 파업이 '억지파업'이라며 속히 업무에 복귀할 것을 종용하는 한편, 본관 앞에 설치된 노조의 천막을 경찰까지 동원해 강제로 철거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더니 기어코 KBS 새노조 집행부인 최경영 기자를 해고했다. 이는 새노조 파업 46일 만에 나온 첫 징계이자 2009년 1월 이후 3년 만에 처음 나온 해임 결정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KBS 내부에선 최 기자를 해임한데 대해 '보복성 징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최 간사의 활동과 새노조의 파업에 대한 보복행위"라고 성토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21일 논평을 통해 이번 징계는 명백한 '보복해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방송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됐을까. 이런 와중에 KBS는 선거 기간 내내 새누리당에 불리한 이슈는 침묵하거나 축소 보도하고, 야당은 흠집을 내는 극단적인 편파보도 행태를 보임으로써 국민의 편에서 더욱 멀어졌다. '공영방송'이자 우리나라 대표 국가기간방송인 KBS는 선거보도의 기본 중의 기본인 '보도의 공정성'을 선거 기간 내내 짓밟고 망가뜨려왔다는 총선보도 모니터단의 혹평을 받았다.

그런데도 MB정권의 '특보사장' 김인규 사장은 안팎에서 제기되는 KBS 새노조의 파업을 애써 무시하고, 편파보도로 점철된 총선 보도 문제도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더 이상 KBS를 망가뜨리지 말고 KBS를 하루 빨리 떠나줄 것을 당부하는 구성원들을 되레 겁박하며 인사조치하는 독선과 오만은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 사례 둘] MBC, 파업 틈타 'PD수첩' 만든 시사교양국 해체  

 MBC노조가 발행한 총파업 특보(58호)
 MBC노조가 발행한 총파업 특보(58호)
ⓒ MBC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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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더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사상 최장기간 파업 중인 MBC 노조 집행부에 대한 무더기 중징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직의 와해는 물론 방송의 역할과 기능의 숨통을 갈수록 조이는 양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MBC 19개 계열사 사장들은 지난 13일 사장단 회의를 갖고 각 지부별 지부장과 부지부장, 사무국장 등 총 57명의 노조 간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해고 3명, 정직 30여 명 등 대규모 징계가 내려진 서울에 이어 지역에서도 후폭풍과 후유증이 속출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방송문화진흥회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김재철 사장이 제출한 MBC 본사 및 관계회사 임원 인사 안건을 승인했다. 이번 인사에서 노사 관계와 관련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80일을 넘긴 MBC 파업 사태 해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MBC는 20일 임원회의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통합해 편성제작본부 아래에 두고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회사가 일방 통보한 조직개편안을 보면,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전격 해체하고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갈라놓았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김 사장이 파업 국면을 틈타 시사교양국을 와해시키는 조직개편을 통과시켰다는 반발이 거세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3일 <총파업 특보(제58호)>에서 "노조탄압에 앞장선 충견들을 경영진으로 승진시킨데 이어 눈에 거슬리는 MBC의 각 부분을 쪼개고 뒤섞어 좌지우지하려는 총체적인 MBC 공영방송 해체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노조는 <총파업 특보>를 통해 '치욕의 MBC 역사를 쓰다. 피의자 김재철, 경찰 출두'란 제목과 함께 "김 사장이 지난 21일 오후 신문과 방송 취재기자들이 없는 틈을 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두해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사장이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고 치욕스런 일"이라는 노조는 "김 사장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밤 10시30분께 귀가했다"고 전하면서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찰 조사는 지난달 6일 노동조합이 서울 남부지검에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MBC노동조합은 23일 경찰이 사전에 자료 확보와 확인 절차를 소홀히 하는 등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로 흐르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하고, 관할서인 서울 영등포 경찰서 앞에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노조는 "김 사장에게 자료 제출을 압박하든지, 압수수색 등을 통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보하는 게 수사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하지만 경찰은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사측은 대규모 임시직 채용과 지역MBC 조합원 징계를 예고하며 파업 대오 흔들기에 나사고 있다. 계약직 기자와 프리랜서 앵커 등을 채용한 MBC는 17일 또 채용공고를 내고 취재기자 20명을 비롯해 드라마PD, 뉴스진행PD 등 30여 명의 임시직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 그럴수록 노조의 반발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정치검찰',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불명예 회복 절호기회

 민주통합당이 지난해 12월 정리한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의혹 정리 도표
 민주통합당이 지난해 12월 정리한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의혹 정리 도표
ⓒ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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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양대 공영방송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데는 '방통대군'으로 군림하며 방송장악을 위해 무소불위 힘을 과시했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역할이 누구보다 컸다. 그를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파업 중인 언론인들 사이에 고조되는 이유다. 그러나 칼자루는 다시 일차적으로 검찰로 넘어갔다. 최 전 위원장은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과정에서 문방위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을 받았고, 그의 정책보좌관이자 양아들로 불리었던 '정용욱 부패비리 사건' 등이 미궁인 채 이번엔 단순비리가 아닌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다. 대형 뇌관이 터진 것이다. 

그래서다.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권력형 비리사건을 제대로 수사해낼지 온 국민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권 초반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것도 모자라 잇따라 터진 검찰조직 내부의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사건 등으로 부패 이미지까지 자초했다.

이번이야말로 검찰이 명예회복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검찰은 언제까지 'MB의 검찰'로 남을 순 없다.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수사하면 된다. 그러면 지탄받고 있는 권력의 낙하산들이 사퇴하고, 긴 파업도 종료된다. 또 새로운 방송사 사장선임 절차가 만들어지고, 언론장악 청문회도 이뤄지며, 존경받는 언론인이 사장이 되고, 방송의 신뢰도 회복된다. 더불어 국민들은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방송이 주인인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


#최시중#방송사파업#정치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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