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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현지시간) 재외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 피터 브른슨(미국평화군인회 회원)씨.
지난 28일(현지시간) 재외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 피터 브른슨(미국평화군인회 회원)씨. ⓒ 세이브 제주 아일랜드

재외국민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해외 공관 앞에서 진행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1인 시위에 대해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제지해 논란이 예상된다. '선거쟁점'이라는 이유로 정책캠페인을 무차별적으로 단속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선관위의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특정 정당·후보 말한 적 없는데" vs "고발하면 한국 입국 저지"


재외국민투표가 처음으로 실시된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한국총영사관 앞, 뉴욕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연(43)씨는 "구럼비를 죽이지 마라", "(구럼비) 발파를 중단하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색 피켓을 목에 건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국제 캠페인 '세이브 제주 아일랜드'(www.savejeju.org) 뉴욕지부는 이날부터 재외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이 단체 회원인 이주연씨는 3번째 주자였다.


이씨는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로 향하는 재외 유권자들에게 "제주를 위해서 투표를!"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줬다. 그러나 이씨의 1인 시위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갑자기 총영사관 안에서 진승엽 뉴욕재외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선거사무원 6명이 나와서 이씨의 1인 시위를 제지한 것이다. 이씨에 따르면, 진승엽 선관위원장은 이씨에게 "이런 식으로 전단지를 나눠주면 선거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는 점을 안내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말하거나 적시하지 않고, 단지 제주를 위해서 투표를 하라는 것인데, 이게 왜 선거법 위반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해군기지 찬반) 이슈가 선거쟁점이 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씨에 따르면, 진 위원장은 "쟁점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할 수가 있다"며 "쟁점이 되는 이슈에 대해 당의 입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저는 미국 시민권자라서 한국 선거법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1인 시위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그럼 '제주를 위해서 투표를'이라는 문구에서 '투표'라는 문자를 빼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진 위원장은 "상황을 전체적으로 봐서 해석을 했을 때, ('세이브 제주 아일랜드'는) 선거 결과에 의도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단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당신을) 고발하면 (미국 시민권자라 하더라도) 한국에 입국 저지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씨는 당시 상황과 관련 "1인 시위는 단순히 피켓을 들고 서서 제주 해군기지의 문제점이 담긴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이 전부였다"며 "그러나 선관위원장은 막무가내로 1인 시위를 중단하라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비록 이씨가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 입국이 저지될 수도 있다'는 말은 적지 않은 위협이 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어 "'세이브 제주 아일랜드'는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고, 한국의 어떤 단체나 정당과도 관계가 없다"며 "4·11 총선이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포함해 한국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해외동포사회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를 포함해 '세이브 제주 아일랜드' 회원들은 다음날부터 전단지는 포기한 채 피켓으로만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법원 "특정 정책 찬반 활동, 선거법 규제 대상 아니다"


그러나 재외선관위가 '선거쟁점'이라는 이유를 들어 제주 해군기지 반대 1인 시위를 제지하려고 한 것은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4대강 반대, 무상급식 추진' 정책캠페인을 벌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제2부는 판결문을 통해 "단체가 선거 이전부터 지지·반대하여 온 특정 정책이, 각 정당 및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입후보예정자들이 공약으로 채택하거나, 이른바 '선거쟁점'에 해당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특정 정책에 대한 단체의 지지·반대 활동이 전부 공직선거법 규제 대상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가 4대강·무상급식 캠페인은 그 자체로 '선거쟁점'이기 때문에 선거법 규제 대상이라며 단속을 벌인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국제캠페인 '세이브 제주 아일랜드' 뉴욕지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재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구럼비 바위 장례식' 행사를 개최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국제캠페인 '세이브 제주 아일랜드' 뉴욕지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재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구럼비 바위 장례식' 행사를 개최했다. ⓒ 최경준

대법원은 또 "이러한 법리는 선거쟁점이 된 특정 정책에 대한 단체의 지지 반대 활동이 결과적으로 그 정책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정당 후보자 입후보 예정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고 적시했다.


당시 유권자자유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선관위가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법조문에도 없는 이른바 '선거쟁점'이라는 신조어를 급조해 정책캠페인을 무차별적으로 단속했던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선관위는 자의적인 선거법 적용에 의한 '위법적인 과잉단속'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혜정 변호사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관위가 자의적으로 '선거쟁점'을 책정해놓고, '선거쟁점'이기 때문에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정책 캠페인을 위한 1인 시위를 선관위가 방해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가 '선거쟁점'이라는 이유로 여당에 불리한 이슈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조차 박탈하려는 시도는 과도하게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재외국민선거#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선거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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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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