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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2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유리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유리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 유성호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4·11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망신을 당해도 단단히 당하고 있다.

대검찰청 채동욱 차장 검사는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1일 오후 연 긴급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검찰은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여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수사를 한다니 본인들이 한 1차 수사가 잘못된 것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사즉생'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써가며 나서는 이번 2차 수사는 믿어도 될까?

객관적으로 검찰 수사가 '불신의 늪'에 빠졌다는 것은 검찰의 우군으로 생각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그리고 <조선일보>도 잘 알고 있다. 새누리당이 먼저 특검을 제안했고, 청와대는 이를 즉각 수용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역대로 발의된 특검 중에서 여당과 청와대가 이처럼 순식간에 특검을 제안하고 받아들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미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정부·여당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검찰의 존재 이유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야당이 아니고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할 것이니 특검을 하자고 나서는 상황을 누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검찰을 이해의 눈으로 보고 감싸주려 해도 감쌀 수가 없으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오죽했으면 가장 친MB적이라고 평가되는 <조선일보>마저 '이 상황에서 검찰의 '불법사찰' 수사 누가 믿겠나'(4월 2일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올렸을까 싶다. 지극히 지당하신 말씀이다. 이 마당에 누가 검찰을 믿겠는가?

민간인사찰 은폐 사건의 '주요 용의자', 권재진

'사즉생'의 각오로 민간인 사찰에 대한 재수사에 매진한다지만, 검찰은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가 있은 지 열흘도 더 지나서야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사가 몰랐던 범죄 혐의가 나타났을 때는 하루빨리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거늘, 검찰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서는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과 여유를 매우 친절하게 제공했다.

게다가 정부 기관 중에서 군대와 함께 모든 구성원을 서열 순으로 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직 중에 하나인 검찰 최상층부에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있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민간인 사찰이 벌어졌다.

즉, 권재진 장관은 실패한 1차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이다. 거기다 권 장관이 검찰 출신임을 상기한다면, 당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객관적인 눈으로 보자면 권재진 장관은 이번 민간인 사찰 은폐 사건의 주요 '용의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번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의 최상층부에 있다. 물론 그 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이야 선출직이니 사소한(?) 근거를 갖고 그 직을 물러나게 할 수는 없지만, 법무장관은 이 정도의 정치적 의혹이면 자리에서 물러나 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 인사로 법무장관을 인선하여 이 사찰 사건을 객관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검찰의 정체성 의심하게 만든 민간인사찰 수사

 권재진 법무부장관
권재진 법무부장관 ⓒ 남소연
이번 사찰에 대한 축소·은폐 의혹을 떠나서,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내지 선거운동원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서류더미와 씨름하고 잠도 못 자면서 고생하는 검사가 이 기사를 읽는다면 분하고 억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본격적인 선거 국면을 전후해 검찰이 착수한 수사와 그 수사 시기, 그리고 수사 진행 방식은 실로 절묘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야당 관련 사건은 수사 시기도 선거 시기와 잘 맞물려 있고 알려주는 내용도 소상하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검찰은 현재 민주통합당 전·현직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물론 야당 대표라고 해서 치외법권이 있는 것은 아니니 잘못이 있으면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내사 단계에 있는 사건이 친절하게 언론에 브리핑이 되거나 대표의 측근이라는 사람을 구속시키며 빠르게 수사하는 것을 보면서, 자제와 절제 그리고 축소의 미덕을 보이는 여당 관련 사건들과 비교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야기부터 하는 것이 순서겠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이 건과 관련된 소식을 언론에서 듣기가 쉽지 않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검찰이 선거를 앞두고 수사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거참 묘하다. 얼마 전에 전직 대통령의 형은 정확히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기소됐는데, 현직 대통령의 형은 미묘한 선거철을 피하기 위해 소환 시기를 늦춘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약간의 시차를 두면서 전직 대통령의 가족들 관련 검찰 수사가 언론에 오르내렸고 보수언론들은 이를 받아 사설을 쓰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것 역시 야당 대표 사건과 마찬가지로 엄정한 법 집행을 하면 그만이지만, 절묘한 시기만큼은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정치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검찰수사의 칼날

공관에서 편안하게 조사를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 봉투 의혹 사건도 돌이켜보자. 전직 대통령에게 온갖 난도질을 해대며 조사를 했던 검찰의 처사와 비교하는 건 구차하니, 우선 이 점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반면, 그 사건을 희석시키고 여야 형평을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한 것이라 평가받는 민주통합당 김경협 후보의 출판 기념회 초청장 사건은 최근 일이니, 비교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사실 돈 봉투와 초청장은 둘 다 종이봉투에 담겨 있으니 헷갈릴 수 있다고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경협 후보의 돈 봉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2011년 12월 26일 오후 5시~5시 10분 사이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모든 통화를 조사했다. 이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이 도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사건을 수사한 부서가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김제동의 투표 인증샷을 조사했던 공안1부라 하니, 그러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역설적인 이해감마저 든다.

이 조사로 통화내역과 인적사항을 공개 당한 사람이 무려 659명이다. 검찰이 야당 대표 경선이라는 행사에 관련된 사람의 통화 상태를 모두 검사한 것이고, 덩달아 교육문화회관에 있던 일반인들까지 졸지에 사생활을 침해당해야 했다. 야당 정치인을 잡기 위해 개인의 인권은 철저하게 말살한 것이다.

검찰이 김경협 후보가 돈 봉투를 돌렸다는 확신을 가졌다면,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잡듯이 집요하게, 그리고 철저한 수사 방침이 야당을 향할 때는 서릿발 갔다가 왜 현직 대통령과 관련되었을 때에는 그렇게도 작아진다는 말인가?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금품 살포 의혹을 받고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김경협(50)씨가 3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이 의혹을 보낸 CCTV에 찍힌 의심행동은 돈봉투가 아니라 출판기념회 초대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금품 살포 의혹을 받고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김경협(50)씨가 3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이 의혹을 보낸 CCTV에 찍힌 의심행동은 돈봉투가 아니라 출판기념회 초대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돼 있는 정치세력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검찰의 열성과 태도가 달라진다고 느끼는 것은 과연 나뿐일까? 지난 3월 6일자 <한겨레> 칼럼에는 검찰의 이런 이중성에 대해 한 전직 대검중수부장이 했다는 말이 실렸다.

'홈 어드밴티지'
한 마디로 검찰 수사가 정부여당에게는 좀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KBS 새노조가 지난달 30일 보도한 불법사찰 문건과 관련해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과 관련된 새로운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엄중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참 하나마나한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검찰이다. 위법사실이 보일 때 엄중히 수사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며 그러한 일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

권력의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홈 어드밴티지' 적용하는 검찰

국민들이 검찰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기소독점권과 수사권이란 권력을 가졌음에도, 신성한 주권을 가진 국민들 앞에서 스포츠 경기에나 있을 법한 '홈 어드밴티지'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PD수첩, 미네르바, 정연주 전 KBS 사장 건 등 이번 정권 내내 곳곳에서 야권을 향한 헛발질이 지속된 점을 상기하면, 선거를 앞둔 시기에 검찰이 보이는 편향성은 역설적으로 이해가 된다.

국가에서 합법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경찰과 군대가 있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 지휘는 검찰이 한다. 이들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참여정부 마지막 국방부 장관은 한나라당에서 비례대표 상위 순번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던 한 전직 경찰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는 코레일 사장 임명장을 받았고 이번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임명했던 검찰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사람에게 온갖 추악한 수사 기법을 행했다.

합법적 강제력은 전직 대통령에게마저 비수가 될 정도로 날카로움을 갖고 있다. 국민들은 질서유지를 위해 그들에게 합법적인 강한 힘을 부여하지만, 그에 따른 엄정한 정치적 중립과 조심스러운 권력 행사를 주문한다.

군대와 경찰은 대통령의 직접 통제권 아래 있으니 정권의 주기적 교체만 보장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 조직은 다르다. 그들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기소독점주의라는 엄청난 권력을 갖고 대통령마저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한다. 대통령이 같은 편일 때는 전가의 보도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다른 편일 때는 숨을 죽이고 있다가 기회를 엿본다.

대한민국 검찰은 수 백 명을 학살한 전직 대통령을 자의적으로 기소유예처분 했고, 여대생을 성고문한 경찰에 대해선 그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한 노고를 감안하여 불기소했다. 요즘엔 그렇게까지 노골적이진 않지만, 검찰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의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홈 어드밴티지'를 적용한다.

하지만 엄정한 정치적 중립과 조심스런 권력 행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그들에게 부요한 법적 의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이 이 의무를 지켜주기를 아주 간곡하게 부탁한다.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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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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