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프랑스 워크캠프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와 같이 스페인으로 놀러와 바르셀로나에 일주일 있었던 경험이 있지만, 여행자가 아닌 학생으로 다시 찾은 스페인은 모든 게 처음 온 마냥 새롭다.
고풍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기는 도시, 살라망카가 주는 신비로움보다 나에게 반가운 건 날씨이다. 아침에는 쌀쌀하긴 하지만 오후에는 벌써 20도는 거뜬히 넘긴다. 사람들은 두꺼운 재킷을 아직 벗지 않았지만 선글라스를 쓰는 패션을 저절로 연출하게 된다.
중학교 때 그만둔 태권도 수련 이후로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지만, 이 날씨에 집에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여기 있을 동안은 매일 조깅을 하기로 결심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중국 친구가 살라망카를 구경시켜준 덕에 한강시민공원 뺨치는 좋은 조깅 코스를 알아낼 수 있었다.
살라망카 남부를 지나는 토르메스 강변이 그 산책로이다. 살라망카 시내는 그리 크지 않아 걸어서 20, 30분이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결심 첫날, 후드에 조깅화까지 챙겨 신고 집을 나섰다. 헌데 한 5분을 뛰고 토르메스 강을 건너려고 하니 나같이 조깅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알고 보니 그 주변에서 마라톤 경기가 한창이었다. 사람이 모여 구경하면서 응원하는 게 재밌어 고작 5분 뛰고 30분 마라톤 구경을 하고 돌아왔다.
계속 밖에 나가고 싶은 날씨 덕에 이 결심은 도착한 지 2주가 다 된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조깅이라고 하기엔 부끄럽고, 산책이 더 맞는 것 같다. 날씨가 점점 좋아지더니 토르메스 강변에는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과, 연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점점 밖으로 나오는 연인들 덕에 봄이 오는구나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항상 산책하러 다니는 길이 뭔가 달라진 기분. 몇 분을 걷다가 발견했다. 꽃이다!
꽃이 핀 것이다. 잔디에 핀 꽃들은 물론이고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반가운 마음에 뛰는 것은 뒤로하고 꽃 사진들을 잔뜩 찍었다. 다른 앙상한 나무들도 가까이서 보니 가지에 봉오리가 맺혀 있다. 한국에서보다 먼저 만끽하는 봄기운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나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