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열광하는 군중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은 좀 특별하다. 인간의 눈높이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인데 이 사진전은 항공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프랑스 사진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사진전이다.
인간이 자기 키 이상의 높이에서 지구를 내려다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런데 미적 감각까지 곁들인 사진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 듯하다. 마치 신이 내려다 보는 지구의 모습이랄까?
사진전에 와서 느낀 것은 좀 달랐다. 아름다움만이 아닌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인간의 욕심과 무분별한 개발과 자원남용이 불러온 위기 등을 작가만의 특별한 애정으로 담아낸 사진이다.
전시는 4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1전시실은 "하늘에서 본 지구"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인간들이 만들어낸 자연의 모습, 자연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모습,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간적인 패턴,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의 형상, 이 네 가지가 공존하는 전시였다.
2전시장은 "하늘에서 본 한국"이란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한국은 작지만 아름답고 매력있는 나라란 작가의 생각으로 담은 사진들엔 우리 역사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담긴 DMZ의 모습과 끝까지 지켜야 할 독도와 마라도의 모습까지 우리땅의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3전시장은 우리의 가장 오랜 친구인 말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4전시장은 우리의 친구들인 동물들과 인물을 같이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1전시장 바닥에, 하늘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한가득 웃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아방구루 군중을 담은 사진이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나를 향해 열광적으로 손을 흔들며 반겨주고 있는 것같다.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사진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을 2층에서 찍으면 사진의 모습이 현실로 재현되는 듯한 재미있는 사진이 된다.
이번 전시장의 특징은 1전시장에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얀의 애정은 좀 특별하다. 얀은 2004년 이태리 밀라노에서 세계최초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만지는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구의 사라져가는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구 사진을 발표한 후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작품을 공유할 수 없어 안타깝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얀의 고민을 알게 된 안경 제조업자인 알랭 마이클이 식물성 플라스틱을 재료로 해서 종이 위에 입체적으로 사진을 표현하는 시도를 했다 "만지는 사진은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섬세하게 층을 쌓고 색깔까지 구분했다.
손으로 만지면 입체감을 느낄 수 있고 눈으로 보는 사람에겐 흑백사진의 효과를 제공했다.얀의 45점 사진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태어난 것이다.
신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의 초상얀은 사자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기구를 타다가 처음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 이후 150여 개국을 다니며 30만 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었다.
생명의 진정성을 끈질기게 포착하는 얀의 촬영 기법에는 그의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자연이 인간에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얀의 작품은 30여개 언어로 출간되어 약 350만 부가 팔렸고 그의 전시는 약 1억 명의 지구 시민들이 관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는 인류가 빌려 쓰는 곳이 아니라 가정(Home)이라는 얀의 메세지가 와 닿는다.
척박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모습이 빚어낸 아름다움, 악조건의 기후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 인간들의 무분별한 자연 훼손 및 자원 남용과 과잉소비가 불러온 재앙의 모습, 하늘에서 신의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 인간과 동물의 공존 등을 마음으로 담아낸 사진들 훈훈하게 하기도 한다. 봄볕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어떤 사진은 가슴이 섬뜩하기도 하고 어떤 사진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어떤 사진 앞에선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주말에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가족끼리 연인끼리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도 하늘을 누비며 지구의 초상을 기록해 지구촌 전역에 지구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얀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It's My Home
하늘에서 본 지구
2011.12.15-2012.3.15
서울시립미술관 본관(2,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