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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앞에 정부의 감독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앞에 정부의 감독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2012년 2월 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동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2008년 9월 이후 영업 정지된 18개 저축은행 예금주와 투자자(8만2391명)는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 원 초과 예금과 불완전 판매로 인정된 후순위 채권 매입액의 55%를 보상받게 된다.  

그러나 이 법안은 '예금자보호법'과 배치, 형평성 위배, 도덕성 해이 조성, 예보기금의 불평등한 사용,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의 다섯 가지 문제   

하나.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은 '예금자보호법'과 배치된다.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 원 초과 예금과 불완전 판매로 인정된 후순위 채권 매입액의 55%를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후순위채는 외환위기 때에도 '투자자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손실분을 보상해주지 않았다.

예금자보호법 :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나 파산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피보험기관인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아 적립해둔 예금보험료로 지급불능이 된 금융기관을 대신하여 지급하는 제도이며, 보호한도는 2001년 1월 1일 이후 금융기관별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포함하여 최고 5000만 원이다. 

둘. 형평성에 위배된다. 2008년 9월 이전에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피해를 본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이다. 그들은 5000만 원 한도까지만 보상받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마련된 특별계정 15조 원은 2011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초과 소진됐다. 이 특별계정은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다. 5000만 원 이하 예금자를 지켜내기도 어려운데, 5000만 원 초과 예금자를 보상해주겠다고 특별조치법을 만드는 셈이 되는 것이다. 

셋. 도덕성 해이를 조성할 수 있다. 은행도 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부실은행 퍼레이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이 시행되면, 유사한 금융사고가 생겼을 때 무조건 떼쓰면 국가재정으로 도와줄 것이라는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5000만 원까지 보호해주는 '예금자보호법'의 기본 취지를 무너뜨려, 예금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부실은행에 '예금자보호법'을 적용할 명분이 없어진다.  

넷. 예보기금의 불평등한 사용이다.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이 구제해야 할 규모는 예금 5000만 원 초과분의 55%와 후순위채 투자금의 55% 등 1025억 원이다. 보상 재원으로 정부 출연금, 부실 책임자의 과태료, 과징금, 벌금 등이 거론되었지만, 논의과정에서 예금보험기금으로 조성한 '저축은행 특별계정'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예보기금은 국민이 조성한 민간 재원이라는 점이다. 은행 예금자와 보험 가입자가 위험에 대비해 적립한 기금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금으로 돌리는 상황이다. 

다섯. 선거에 대비한 포퓰리즘적 정책이다. 새누리당은 무너진 민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동법에 대한 반대가 선거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4·11총선에 대비한 포퓰리즘으로 의심받을 만하다. 정무위 전체회의 → 법사위 → 본회의가 남아 있지만, 허태열 정무위원장과 정무위 관계자들은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정부의 부실 감독으로 발생한 피해자의 고통을 책임지는 행태인지,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가 선 지급하고 부실 책임자한테 구상권 청구하는 건?

2008년 9월 이후 발생한 18개 저축은행의 부실! 누가 책임져야 하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국정조사특위와 정무위원회가 공식 석상에서 상당부분 정부의 정책오류와 감독부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검찰도 저축은행사태 종합수사결과에서 정부의 책임을 규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이 없는 부실은행 피해자는 있을 수 없다. 정부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감독하는데, 부실은행으로 인한 피해자가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책임지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데 있다. 정부가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는 방법은 많다. 직접적 방법이든지 간접적 방법이든지 ① 다른 부분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② 다른 부분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③ 다른 부분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권리는 다른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대신 피해액수만큼 무담보 무이자 대출은 어떨까? 특히 대출기간을 길게 하여 피해본 분이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아니면 부실 책임자의 과태료, 과징금, 벌금 등을 예상하여 정부가 선 지급하고, 나중에 정부가 회수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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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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