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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수 전 부장검사가 <조선일보>의 '정치검사' 사설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성수 전 부장검사가 <조선일보>의 '정치검사' 사설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구영식

1인시위에 나선 그의 시선은 우뚝 솟은 <조선일보> 광고탑을 향해 있었다. "<조선일보>가 어떻게 보이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넘어야 할 산이고 개혁대상이란 걸 느낀다."

 

'울산지검 형사1 부장검사'라는 그의 마지막 경력을 헤아리면 1인시위가 좀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지난 8일자에 실린 <조선일보>의 사설은 엄동설한의 광화문 광장에 그를 세웠다. 그의 두 손에 들려진 피켓 문구에는 '억울함'이 묻어났다. 

 

'정치검사 웬말이냐? 조선일보 사과하라! 박성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정치검찰 비판하다 정치에 나선 전직 검사들'이라는 제목을 단 <조선일보>의 사설은 최근 검찰을 떠나 정치참여를 선언한 두 전직 검사를 겨냥하고 있다. 박성수 전 울산지검 부장검사와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다. 이들은 '정치검찰'을 비판한 뒤 사표를 내고 정치권에 참여했으며, 검찰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선일보>는 "두 사람은 왜 현직에 있을 때는 검찰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라며 "두 사람이 정말로 검찰 개혁을 원했다면 검찰에 몸담고 있는 동안 검찰 수뇌부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만일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 개혁의 칼을 들고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나서게 되면 검찰에 자기네 정치 코드에 맞는 새 옷을 입히겠다는 것이지 그게 검찰 개혁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들을 '정치검사'라고 직접 지칭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에 자기네 정치 코드에 맞는 새 옷을 입히겠다는 것"이라고 서술한 대목은 사실상 '정치검사'를 표현한 것이다.  

 

"<조선>은 어떤 사람을 '정치검사'로 규정하는지 모르겠다"

 

이날 1인시위 현장에서 만난 박성수 전 부장검사는 "역시 <조선일보>답다"며 "그동안 한나라당에 수십 명의 검사들이 들어가 정치를 했는데 그때는 한마디 하지 않다가 민주통합당에서 정치하겠다는 사람을 '정치검사'라고 덧씌우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검찰 안에서 검찰개혁을 하든 정치권에서 검찰개혁을 하든 그것은 자신이 선택하는 문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것을 가지고 정치검사라고 매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정치권의 검찰개혁 움직임에 물타기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부장검사는 "민주당에서도 계속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있고, 저나 백혜련 전 검사가 그것을 정치권에서 실현하기 위해 나서니까 두 사람에게 '정치검사'라는 굴레를 씌워 검찰개혁에 제동을 거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어떤 사람을 '정치검사'로 규정하는지 모르겠다. 원래 정치검사는 검찰조직 안에서 출세을 위해 수사권을 남용하거나 정치권력에 굴종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정치권력을 이용해서 검찰내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정파적인 의도를 가지고 검사직을 수행하는 경우에 정치검사라고 지칭한다는 것이다."

 

박 전 부장검사는 "하지만 저는 검사라는 기득권을 버리고 좀더 힘있고 빠르게 검찰 개혁 등을 추진하기 위해 검찰을 나온 것인데도 정치검사라고 하는 것에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나는 그런 정치검사 범주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설사 노무현 정부에서 진행한 검찰개혁에 반발해 사표를 내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검사가 있다고 할 때 그를 단순히 정치검사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이렇게 당부했다.

 

"물론 검찰을 나와 바로 정치권에 진입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것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법무비서관으로서 검찰 개혁을 추진해왔고, 검찰에 있었을 때도 검찰 개혁을 고민했으며, 이제 그것을 정치권과 국회에서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 검사직을 내던졌다는 진정성을 알아 달라."

 

박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05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이때 검경수사권 조정, 특별검찰청 설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개혁 과제를 다루었다. 한때 '정의로운 검찰총장'을 꿈꾸었던 그는 검찰에 들어온 지 20년 만인 지난 1월 4일 검찰을 떠났다. 현재 서울 강동을에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수#정치검사#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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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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