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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속의 엿.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최고의 주전부리였다.
추억 속의 엿.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최고의 주전부리였다. ⓒ 이돈삼

오래 전, 겨울철 주전부리 가운데 하나가 엿이었다. 이 엿을 얻어먹으려면 임무를 마친 헌책이 제격이었다. 공사장에서 주운 작은 쇳조각도 환영받았다. 빈 병이나 닳아진 고무신도 엿과 바꿔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먹는 엿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입에 달라붙어도 좋았다. 손이나 옷에 묻어 찐득거려도 괜찮았다. 엿 구멍이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많이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먹을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의 얘기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주전부리로는 환영받지 못한다. 맛은 말할 것도 없고 바삭바삭하고 입에도 달라붙지 않아야 한다. 너무 굵거나 길어도 불편하다. 먹기 좋은 크기로 적당히 끊어져야 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이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모양새도 예뻐야 한다. 불결해서도 안 된다. 깔끔해야 한다. 그래야 팔린다. 돈도 된다. 여러 가지 색깔이 적절히 섞이면 더 인기다. 컬러가 환영받는 시대다.

 색깔도 다섯 가지, 맛도 다섯 가지. 독특한 맛과 색깔을 지닌 오방엿이다.
색깔도 다섯 가지, 맛도 다섯 가지. 독특한 맛과 색깔을 지닌 오방엿이다. ⓒ 이돈삼

 보는 재미 쏠쏠하고 색깔 따라 맛도 별난 오방엿. 엿의 컬러시대를 열고 있다.
보는 재미 쏠쏠하고 색깔 따라 맛도 별난 오방엿. 엿의 컬러시대를 열고 있다. ⓒ 이돈삼

엿에도 컬러시대가 열렸다. 여러 가지 색깔과 맛으로 유혹하는 엿이다. 전통의 하얀 쌀엿에다 댓잎과 백년초, 단호박, 초콜릿을 가미했다.

기존의 엿에다 댓잎분말을 섞어 연한 초록색의 엿으로 만들었다. 백년초를 더하면 분홍색, 단호박을 첨가하면 노랑색의 엿으로 변신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넣으면 갈색 빛깔의 초콜릿엿으로 재탄생한다.

이른바 다섯 가지 색깔과 맛을 내는 '오방엿'이다. 먼저 눈이 화들짝 놀란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도 색깔 따라 별나다. 아이들이 먼저 반긴다.

 오방엿을 선보인 강순임씨. '슬로시티' 담양 창평에서 쌀엿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오방엿을 선보인 강순임씨. '슬로시티' 담양 창평에서 쌀엿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 이돈삼

오방엿을 선보인 이는 강순임(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씨. 예부터 전통의 쌀엿을 만들어오고 있는 '슬로시티' 담양 창평에 살고 있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부터 쌀엿을 만들어 왔는데요. 어떻게 하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쌀엿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컬러엿을 떠올렸습니다. 다양한 맛에다 색감까지 더해지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해서요. 갖은 농산물을 가미해서 엿을 만들어봤죠. 그 결과가 오방엿이에요."

 창평쌀엿은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고두밥을 짓는 것으로 시작된다.
창평쌀엿은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고두밥을 짓는 것으로 시작된다. ⓒ 이돈삼

 가마솥에서 익은 고두밥. 전통쌀엿 만들기의 시작이다.
가마솥에서 익은 고두밥. 전통쌀엿 만들기의 시작이다. ⓒ 이돈삼

강씨는 전통의 방식 그대로 쌀엿을 만든다. 직접 농사 지어 거둔 겉보리를 씻어서 엿기름을 만든다. 그리고 고두밥을 지어 만들어놓은 엿기름과 섞어 식혜를 빚는다. 이 식혜를 숙성시켜 즙을 짜내고 장작불 지핀 가마솥에다 달여 조청으로 만든다.

이어 조청을 계속 달이면 갱엿이 된다. 이 갱엿에다 댓잎 분말 등을 넣고 조금씩 뜯어내 화롯불 위에서 늘이면 공기가 들어가 부피가 커진다. 색깔도 하얗게 변한다. 이때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바깥바람을 끌어들인다. 잠깐 들어온 찬바람이 엿의 수축을 도우면서 엿을 엿답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엿을 일정한 굵기로 먹기 좋게 늘여 자르면 끝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으로만 해야 하는 고행이다.

 고두밥과 섞어질 엿기름. 창평에서는 직접 농사 지은 겉보리를 씻어서 만든다.
고두밥과 섞어질 엿기름. 창평에서는 직접 농사 지은 겉보리를 씻어서 만든다. ⓒ 이돈삼

 고두밥과 엿기름을 섞어 만드는 식혜. 전통쌀엿의 맛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고두밥과 엿기름을 섞어 만드는 식혜. 전통쌀엿의 맛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 이돈삼

찌꺼기 남지 않아 개운한 '오방엿', 없어서 못 팔아요

이렇게 만들어진 오방엿은 바삭바삭해 입에 달라붙지 않는다. 먹은 뒤에도 찌꺼기가 남지 않아 개운한다. 맛을 본 소비자들이 계속 주문을 해와 판로걱정은 하지 않는다. 지난 설날을 앞두고선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겨울철 부수입치곤 쏠쏠하다. 엿 600g을 만드는데 쌀이 1㎏이나 들어간다. 해마다 골치를 앓고 있는 쌀의 소비촉진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쌀엿을 만드는 일은 우리 전통을 지키는 작업이에요. 농가소득에도 큰 보탬이 되고요. 이렇게 좋은 창평쌀엿이 더 많이 알려져서 젊은이들도 쌀엿 만드는 일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소중한 전통도 계속 이어질 것이고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그녀가 쌀엿 만들기 체험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기회 닿는대로 쌀엿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에 신경을 쓸 계획이다.

평소 슬로시티 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강씨는 "슬로시티는 물론 지역에서 나는 쌀엿과 한과, 된장 등 슬로푸드 알리기에 적극 나서 주민소득으로 연결시켜 보겠다"면서 "앞으로 창평쌀엿이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도록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청을 달여 만든 갱엿. 식혜를 숙성시킨 조청으로 만들어진다.
조청을 달여 만든 갱엿. 식혜를 숙성시킨 조청으로 만들어진다. ⓒ 이돈삼

 전통쌀엿. '슬로시티' 창평을 빛내는 겨울철 대표적인 주전부리다.
전통쌀엿. '슬로시티' 창평을 빛내는 겨울철 대표적인 주전부리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방엿#전통쌀엿#강순임#창평쌀엿#주전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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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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