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각 대학이 정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하고 있다. 합격, 후보 00위, 불합격 등으로 고3 학생들의 운명이 엇갈린다. 합격하면 문자라도 보내지만 후보이거나 불합격이 된 녀석들은 아무 연락도 없다. 그래서 고3 담임들은 각 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반 학생들 합격 여부를 확인하는 게 요즘 일이다.

 

책표지 <나는 혁신학교에 간다>
책표지<나는 혁신학교에 간다> ⓒ 맘에드림

수험번호, 주민번호, 이름 입력하고 합격 여부 확인하면서 학생들 얼굴이 떠오른다. 환하게 웃는 얼굴, 한숨 쉬면서 아쉬워하는 얼굴, 금방이라도 펑펑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 대입 결과를 학생들은 온몸으로 느끼고 부모는 가슴으로 느낀다. 담임은 머리로 느끼고 교장이나 교감은 숫자로 느낀다. 숫자는 실적이 되고 비교 대상이 된다.

 

이렇게 입시는 학교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학교는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획득할 수 있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부모들조차 대입 제도 변화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특목고 입학을 위해 조기교육도 서슴지 않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초, 중, 고등학교 모두 입시 경쟁이란 초고속 열차에 올라타 있다.

 

입시가 주도하는 학교 교육에서 입시와 큰 관련 없는 것들은 뒷전이다. 학생 중심의 자치활동, 인성교육, 상담활동보다는 EBS 교재 풀어주는 수업, 늦은 밤 환하게 불 밝히는 자율학습과 경쟁이 강조된다.

 

경쟁에 밀려난 학생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소외감을 풀어줄만한 제도적 장치가 학교 현장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성적에 밀린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거의 없고, 그런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힘겨울 수밖에 없다.

 

최근 언론을 통해 집중 부각되는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도 여기에 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던 학교 폭력이 요즘은 중학생으로 내려갔고, 심지어는 초등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 연수에서 들었던 얘기가 정말 공감이 갔다. 4학년 때부터 수학을 비롯한 과목이 급격하게 어려워지고, 수업을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겉돌기 시작한다는 얘기, 초등학생들의 일탈행위가 이런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하루가 다르게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강제 전학, 학부모 소환제, 경찰의 학교 투입, 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 기록, 학교폭력 전담교사 승진 가산점 부여…. 그 어느 하나도 학교폭력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로로 세우면 모두 다 일등

 

학교의 본질은 가르치고 배우는 곳입니다. 이를 위해서 학교는 교사가 마음껏 가르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종으로 세우면 1등부터 40등까지 있으나 횡으로 세우면 모두 다 1등입니다. 정말 기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이 꿈꾸는 것, 나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입니다. (책 속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고, 성취감이 동력이 되어 스스로 소질과 능력을 키우고, 경쟁보다 더불어 나누고 배려할 수 있는 삶을 배우고 실천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혁신학교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입시에 종속된 경쟁과 서열 중심 교육에 마침표를 찍고 학교문화 혁신을 통하여 교실과 수업이 살아 있고 학생들 중심의 배움이 일어나는 행복하게 공부하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혁신학교는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등과 함께 교육현장에서 시작되어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나는 혁신학교에 간다>는 양평, 고양, 광주, 시흥, 성남, 용인 등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혁신학교 운영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학생들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되어 꿈과 재능을 키울 수 있는 학교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한 힘찬 물결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학교폭력'이 멀쩡했던 학교에 느닷없이 출현한 괴물인 것처럼 호들갑 떠는 언론과 그 장단에 놀아나는 각 기관들이 쏟아내는 대책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학교폭력'의 진정한 해법은 무엇인지 곰곰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덧붙이는 글 | 경태영/나는 혁신학교에 간다/맘에드림/2010.12/14,000원


나는 혁신학교에 간다 - 대한민국 희망교육

경태영 지음, 맘에드림(2010)


#혁신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