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야스에 있는 동탁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동탁은 방울과 같은 기능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기입니다. 동탁이 1881년 이곳 야스시 오이와야마(大岩山) 산에서 발견되기 시작하여 이곳에서 모두 24기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동탁박물관을 짓고 유물을 전시, 보존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견되는 동탁은 모두 500기 정도라고 합니다. 주로 시가켄, 나고야 부근, 고베 부근, 그리고 시마네켄 등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시마네켄 가모이와구라(加茂岩倉) 유적에서는 한 곳에서 39기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동탁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길이 134 센티미터, 무게 45.47 킬로그램이고, 가장 작은 것은 높이 3.4 센티미터, 무게 5.2 그램입니다. 이 두 종류는 모두 시가켄에서 출토된 것입니다. 특히 시가켄은 동탁 완성품뿐만 아니라 동탁을 만들 때 사용된 거푸집까지 출토되어 동탁의 원산지이자 동탁의 나라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동탁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으면 왜 만들었을까요? 아직 동탁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땅에서 묻힌 상태로 발견되는 점에서 옛사람들이 이것을 특별한 목적으로 땅에 묻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동탁을 묻으면서 땅의 신을 위로하고, 나쁜 잡신이나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묻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탁은 일본에서 야요이(弥生) 시대(BC.4 - AD. 3 세기) 중기에서 후기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 야요이 시대는 벼농사가 시작된 시기입니다. 따라서 벼농사 문화와 함께 청동기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동탁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묻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 동탁이 발견되는 곳 역시 나고야, 긴키, 시마네, 도쿠시마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됩니다.
동탁이 발견된 지역은 벼농사가 오래전부터 시작된 지역이고, 벼농사를 기반으로 강력한 지배세력이 형성된 것으로 생각되는 곳입니다. 동탁은 구리, 주석, 납 등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이 가운데 납은 산지에 따른 고유의 동위체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동위체를 파악하면 산지도 자연히 밝혀진다고 합니다. 이 동위체에 의해서 일본에서 발견된 동탁이 한반도와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은나라, 주나라 때부터 청동기를 만들었습니다. 때려서 소리를 내는 것은 종(鐘)이고, 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것은 탁(鐸)이고, 흔들리게 하여 소리를 내는 것은 방울[鈴]입니다. 고대 제정일치 사회에서 왕이 제사를 지낼 때 기에 달린 방울소리가 신을 부르는 힘이 있다고 믿어왔으며 가축 목에 단 방울 소리에도 신의 힘이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 발견되는 동탁 역시 방울과 관련된 신앙의 연장에서 성스러운 힘이 있다고 생각되는 동탁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데 사용하고 땅 속에 보관하거나 묻어서 땅의 신을 즐겁게 하여 풍요를 기원하지 않았는지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동탁이 발견되는 지역은 산신제를 지내는 곳과 겹쳐지기도 합니다. 시가켄에서 동탁이 가장 많이 발견된 오이와야마는 야스시 츠지 마을에 있습니다. 이 츠지 마을 역시 정월 9일 산신제를 지내기도 합니다.
시가켄은 비와코 호수를 중심으로 들이 넓은 곳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넓은 들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습니다.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낼 때와 농사가 끝난 뒤 신에게 추수에 대한 감사제를 지낼 때는 남녀 수 십 명이 밤낮 쉬지 않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술을 마시며 놀았습니다. 손발은 쇠(방울)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었으며 이 춤은 땅을 밟으면서 허리를 굽히거나 펴면서 추었습니다.
<참고자료>
1. 진수, 삼국지 위지 왜인전 한전,
2. 동탁박물관 발행, 동탁, 1996.
<야스 동탁박물관 가는 법>
오사카나 교토에서 JR비와코선 전차를 타고 야스역에서 내려서 동탁박물관행 버스를 타고 갑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