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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적 대위기에 놓인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혁신과 쇄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는 금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한나라당의 위기 의식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현재의 국민적 여론 추이는 한나라당에게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총선을 보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한 것처럼 이번 총선에서는 거꾸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실 재작년 6.2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서울 시장과 경기 지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참패했고,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에서도 서울 시장에서 패했다. 그러므로 올해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수도권 지역에서 매우 어려운 싸움이 전망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과 더불어 한나라당의 정치적 아성인 부산·경남 지역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 예상된다. 이 지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친노 진영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리고 창원·울산 등 공단지역에서는 진보진영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 세력인 통합진보당은 이 지역을 전략적 거점으로 설정해 통합의 시너지와 강력한 야권 연대를 통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최근 충청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에서 이상민 의원 등 3명의 의원이 탈당해 민주통합당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감안할 때, 충청권의 총선 기류가 같은 보수 진영인 한나라당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한나라당으로서는 현 시점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상당한 고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정치적 위기는 총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선에서도 비슷한 형국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 유지됐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은 사실상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26 재보궐 선거를 전후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적 지지율에서 안철수 원장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기조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이 안철수 원장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다 야권의 또 다른 경쟁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세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총선이나 대선에서의 국민의 일반적 정서는 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매우 강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한나라당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대위기의 배경에는 현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의 전략적 차별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간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외형적 경제 지표에 집착해 재벌을 비롯해서 대기업, 수출 산업, 중화학 공업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을 펼쳐왔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중소 기업을 비롯해서 영세 상인, 내수 산업, 서비스 산업, 경공업 등을 담당하는 서민 및 중산층의 고용과 소득 향상에는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재벌과 대기업은 호황을 구가하는 반면, 일반 국민의 생활 경제는 소외되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계층간의 양극화가 물질적, 심리적으로 극심해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기존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 모색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경제 성장 중심의 일방적이고 편향된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분배와 복지를 아우르는 균형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기조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재벌과 상류층 중심의 편향된 정치적 이미지를 혁신하고 중산층과 서민층을 포괄하는 국민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경제 정책의 편향성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행정·노동·법 등 사회 전반의 운영 관리에서도 편향적이고 일방적이며 경직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은 이러한 모습을 쇄신하고 혁신함으로써 균형적이고 온건하며 유연한 중도적 보수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절실하다.

최근 한나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런 고심의 발로로 해석된다. 사실 정책과 선거 전략의 핵심적 요건은 중도층을 얼마나 자기 진영으로 견인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전형적인 보수주의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출현할 수 있었던 것도 선거 전략에서 실용적이고 유연한 중도주의를 표방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정책적 기조에서 중도주의적 지향성은 구호로 전락하고 편향되고 경직된 일방적 보수주의로 귀착되면서 중도층을 비롯한 다수 국민이 지지 세력에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한나라당이 진정한 혁신과 쇄신을 통해서 건전하고 합리적인 중도적 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영국의 보수당과 같은 교과서적 차원의 진정한 보수주의 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근본적인 혁신과 쇄신을 통해서 한국 정치가 보수(한나라당), 중도(민주통합당), 진보(통합진보당·진보신당)가 상호 경쟁과 협력에 입각해 균형적인 조화를 이루는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정치 시스템으로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혜호#한나라당#민주통합당#보수주의#중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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