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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근태 선생 지난 2005년 4월  복건복지부장관 재직 때인 고인이 언론재단 초청 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고 김근태 선생지난 2005년 4월 복건복지부장관 재직 때인 고인이 언론재단 초청 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철관

한국 민주화의 상징인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이 지난 3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됐다. 김근태 선생과의 기억들을 더듬어 본다.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는 3일,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을 '한국의 민주화의 대부'라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이 보도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 미국의 <뉴욕 타임스> 등과 함께 권위지로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더 타임스> 보도만 보더라도 고인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분임이 틀림없다.

나는 고인을 생각하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고문'이 생각난다. 고인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병마와 싸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차분하고 인자한 성격의 소유자로 소문 나있었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후, 오는 총선에서 재기를 꿈꿔 온 총선을 4개월 정도 앞두고 허망하게 세상을 등졌다.

지난 12월 31일 저녁 쌍문동에 살고 있는 여동생(48)을 만났다. 여동생은 고인과의 인연을 얘기했다. 차분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 총선 나올 때마다 그를 도왔다고 했다. 잘 아는 구의원이 그를 소개해줘 고인을 알게 됐다고 했다. 18대 총선에도 고인을 돕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여동생은 "당시 고배를 마셔 정말 아쉬웠는데, 이제 그를 영원히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동생은 18대 당시 쌍문동에서 수퍼마켓을 했는데,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김근태 후보를 부탁할 정도로 고인의 광팬이었다. 동생은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고 김근태 선생을 지근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 취재 때문에 맺어진 인연이었다. 여러 집회에 뵌 적도 있었고, 지근거리에서 취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눈 적도 몇 번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고인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재직했던 2005년 4월 29일,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초청 포럼 때의 일이었다. 또, 2009년 12월 20일 불교인권상 시상식 때의 일도 기억난다.

2005년 4월, 한국언론재단 포럼에서 고인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고인은 이 현안들을 범국민적 문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 했다. 이날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고령화에 관련된 공적부양제도였다. 이에 대해 고인은 "어려운 문제지만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아가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설 것"이라는 획기적 발언을 했다.

물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당시 국민연금 연기금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시점을 감안하면 주무장관이었던 고인의 발언은 주목을 살 만했다. 그 발언은 그의 평소 철학에서 나온 획기적인 발언이었다. 만약 그날 '조중동' 기자들이 참석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2005년 4월 29일, <오마이뉴스>에 '저출산 고령화문제 범국민적 과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지난 2009년 12월 20일, 박원순(현 서울시장) 희망제작소 전 상임이사와 최상재(현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고인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는 국회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에 대한 반대 여론이 팽배한 시기였다. 그 자리에서 고인은 '이명박 정권에 대항해 민주주와 인권을 위해 맞서자'는 내용의 주장을 했다.

고 김근태 선생 지난 2009년 12월 20일 불교인권상 시상식 때 인사말을 하고 있는 고 김근태 선생.
고 김근태 선생지난 2009년 12월 20일 불교인권상 시상식 때 인사말을 하고 있는 고 김근태 선생. ⓒ 김철관

당시 고인의 발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을 절차상 위법이라고 했다. 선관위 사무처장, 법제처장까지도 다시 국회에서 논의해야한다는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미디어법이 재투표,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원칙 등으로 문제가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무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맞설 수밖에 없다.'

행사 전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스님을 비롯해 도관, 설곡, 지원 스님 등이 고인과 차를 마셨다. 나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진관 스님의 권유로 우연히 그 자리에 함께 했다. 이날 고인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박원순 상임이사를 축하해줘야 하는데 만나보지 못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 모습이 생생하다.

당시 박원순 상임이사의 불교인권상 심사평의 핵심 부분을 발췌해본다.

"권력기관의 음흉한 술수와 간섭을 공개적으로 과감히 거부해 모든 사람들에게 정권에서 공권력의 비열함을 널리 알린 점이 이상을 받게 된 이유입니다."

박원순 상임이사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고인이 아쉬워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2009년 12월 21일 <오마이뉴스>에 '올해의 불교인권상에 최상재 위원장 박원순 상임이사 수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고인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은 이명박 정권에서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평생 민주화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고 김근태 고문의 명복을 빌어 본다.


#고 김근태 선생#민주주의와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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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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