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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권술용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전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권술용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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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생명누리 공동체에서 주최한 제8기 인디고여행학교 수련회가 경북 문경의 '해보라' 학교에서 열렸다. 수련회에는 학생과 교사 포함 50명이 참가했다.

경북 문경시 농암면 농암리 164번지에 소재한 '해보라' 학교는 2008년에 개교했으나 내년 3월 1일부터 생명누리 공동체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샨티'학교로 이름을 바꿔 달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농암리는 충북 괴산군과 상주시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문경시 소재지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산으로 둘러싸여 아담한 곳에 자리한 이 마을에는 5백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해보라'학교 인근 농가에 걸려있는 시래기가 향수를 자극한다.
 '해보라'학교 인근 농가에 걸려있는 시래기가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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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의 겨울밤은 깊어가는 데 학생들의 이야기는 끊임없다
 문경의 겨울밤은 깊어가는 데 학생들의 이야기는 끊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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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와 콩, 담배가 주산업인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지만 부농 마을에 속한다는 김석진 부면장의 설명이다. 달고 단단한 배추로 60억,  2만 가마의 콩에서 40억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고 하니 수긍이 간다.

백두대간의 등뼈 120㎞가 에워싼 문경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 중 4개를 품은 아름다운 고장이다. 학교에서 20㎞만 가면 아름다운 문경새재도립공원이 있고 수려한 산과 맑은 물 맑은 공기는 아이들의 정서 순화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지구촌 인디고여행학교는 전국 팔도에서 참가한 40명의 학생과 8명의 교사가 50일 동안 배낭을 메고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8기 학생들은 오는 1월 5일 출발한다). 이들은 여행과 자원봉사, 순례를 통해 지구촌의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문화와 종교, 역사, 삶의 방식을 배운다. 또한 21세기의 절박한 문제인 생태적인 삶의 방식과 영성을 훈련한다.

 하얗게 내린 눈위에서 아침 운동 중
 하얗게 내린 눈위에서 아침 운동 중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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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중이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상당수 초중고생들은 학원에 다니거나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공부에 매달린다. 하지만 인디고 여행학교 학생들은 가방을 내팽개치고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미래를 포기했을까? 아니면 예습을 마쳤을까?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참가한 학생 중에는 성적도 상위권에 속하고 학교의 리더로 활동 중인 모범 학생도 있다. 이들은 보다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미래의 큰 꿈을 그리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적응이 힘들어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이들이 여행을 통해 협동심과 배려를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여행의 목적이다.

전환학년 제도 통해 삶 주체성 배우는 외국 사례

핀란드는 중3 때, 독일에서는 대학진학 전 1년, 또 다른 나라에서는 중·고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의 유예 기간 여행을 통해 세계를 둘러보는 배낭여행 등의 '전환학년(gap year)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기간에 시간을 내 자신에게 맞는 미래가 어떤 것인가를 체험하고 필요한 것들을 배워봄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선택한다.

 권술용 대표가 학생들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권술용 대표가 학생들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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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경쟁에 내몰리는 제도권 학생들과 제도권 밖으로 내몰린 가슴앓이 청소년들과 삶의 주체성을 상실한 유약한 요즘 청소년이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와 저축으로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 떠나 자신의 갈 길을 찾아가는 부러운 제도다.

서울 동부터미널에서 2시간 반쯤 걸려 학교에 도착한 아이들은 서로를 모르니 서먹서먹해 하고 가져온 핸드폰만 만지작거린다. 이걸 보고 "참! 애매합니다 이~"이라고 해야 할까.

"방학 때 영어 수학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행을 보내기로 결심했어요"라고 말한 이영인 엄마와 "현재 공부는 신경 안 씁니다. 스스로 깨달아라는 의미로 여행을 보냅니다"라고 말하는 홍성현 군의 아버지와 같은 부모도 있지만 어느 부모가 장래에 대해 자신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우려를, 한편으론 기대를 하며 아이들을 보낸다.

여행학교를 운영하는 권술용 대표의 환영사다.

"내 나이 일흔 하나가 되니 떨어지는 낙엽 하나만 봐도 감동이 돼 눈물이 나요.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해 감사하고 기도드리며 삽니다. 지구별에 훌륭한 성품을 지니고 태어난 여러분들이지만 시스템에 억눌려 죽어지내거든요. 여행을 통해서 담대한 마음을 기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어요. 여러분 중에서 훗날 안철수, 박원순 같은 훌륭한 분들이 나와 학창 시절에 인디고 여행학교를 다녀왔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나왔으면 합니다."

 정호진 교감이 여행 중 지켜야할 사항에 대한 훈화를 하고 있다
 정호진 교감이 여행 중 지켜야할 사항에 대한 훈화를 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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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진 교감의 환영사이다.

"샨티란 인도말로 평화라는 뜻입니다.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만이 아닌 내 마음의 평화도 포함합니다. 내년에는 60명 정도를 모집하고 장차 국제 청소년캠프도 열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한국인과 인디고 여행학교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한국인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학생이 되어 주십시오.

예전에 인도를 여행했던 인디고 여행학교 학생 중 한국을 욕먹인 학생이 있었다고 해서 부끄러웠고 어떤 분이 학생들을 선발할 때 좋은 애들만 선발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훌륭한 학생이면 이런 여행을 갈 필요가 없지요. 인디고 여행학교를 다녀와서 한국인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은 금방 친해졌고 밤 12시가 넘어서도  얘기꽃을 피웠다. 오염이 되지 않은 문경의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쏟아졌다. 그래 아이들아 가슴을 펴고 하늘의 별을 품으렴!

덧붙이는 글 | 문화촌뉴스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인디고여행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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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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