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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처리 규탄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미래를 팔아넘긴 한나라당 심판!'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마라!' '날치기는 이명박의 무덤이 될 것' 등 구호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처리 규탄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미래를 팔아넘긴 한나라당 심판!'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마라!' '날치기는 이명박의 무덤이 될 것' 등 구호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놓고 여야의 대치가 가파른 21일, 박희태 국회의장은 "그 좋은 협정을 체결해놓고 왜 자꾸 미국의 장관에게 문서를 받아오라고 하는가? 이것은 주권 국가의 체면 문제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뷰스 앤 뉴스 2011.11.21.) 여야를 중재하고, 더 나아가 국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입법부의 수장이 좋은 협정을 왜 안 하냐? 주권 국가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좋은 협정인지 아닌지,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고 한미 FTA 발효 이후 파생될 많은 문제점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것들이 괴담에 의해 발생되었다고 믿는다면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회 전체가 거수기가 되어 100% 찬성을 해야만 주권 국가의 체면이 설 것처럼 말하는 국회의장. 도대체 '좋은 협정'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미 FTA, 정말 '좋은 협정'이고 괴담일 뿐인 건가?

한미 FTA. 그 많은 시간 동안 정부는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 한번 한 적이 있냐고 묻고 싶다. 기껏 한다는 것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영토가 넓어진다는 얼토당토 않는 광고 정도로 국민들에게 협정의 당위성만 내세우고 있으니 찬성, 반대를 떠나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 아닌가? '진짜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어'라는 광고의 패러디 이상의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는 정부의 한미 FTA 대책. 국민이 궁금해 하는 온갖 의문이 괴담이라면, 괴담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소통방식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갈등의 중심이 된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미 FAT 협정 발효 후, 우리나라에 진출한 미국의 보험회사는 우리나라가 공적 보험 확대를 하려는 정책을 펼 경우 국제 중재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된다. 볼리비아의 경우 상하수도 사업을 수주한 미국 회사가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물값을 올리자 볼리비아 정부가 사업권을 박탈해 미국회사가 직접 볼리비아 정부를 제소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시사인 2011.11.14.) 또 미국의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사가 강력한 금연법을 제정한 호주 정부를 상대로 수십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도 있다.(한겨레 2011.11.21.)

이 두가지 사례만으로도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는 충분히 우려스럽다. 복지를 확대하고 사회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차기 어떤 정부도 볼리비아나 호주 정부와 같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국내 물값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정부, 민간보험회사 때문에 공보험 확대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 때문에 자국민이 성폭력, 퍽치기를 당해도 범죄자를 우리 법정에 세울 수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일각에서는 공공정책의 ISD 피소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라고 하지만 피소 가능성이 없는 것과 피소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에는 차이는 분명히 있다. 나라의 공공정책조차도 협정국 사기업에게 피소당할까봐 눈치를 본다고 해서야 국회의장이 말한 주권국가의 체면이 섰다고, 좋은 협정을 맺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등 돌리고 멀어져 가는 국민들 무서움 알게 될 것

그런데 한미 FTA 발효 이후 걱정되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가뜩이나 열악하기 짝이 없는 농업 기반은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빗장(세이프가드 등)이 풀리고 나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자영업자나 소규모 영세상들은 대형자본의 진출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 경쟁력을 잃고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도 있다.

농업이 붕괴되고 자영업이 몰락하고 서민들이 복지의 사각에 내몰려도 국가가 그들을 구제할 수 없다면 이는 '좋은 협정'이 아니라 재앙이다.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다는 정부의 논리는 영토가 늘어난다는 광고만큼 공허하기 짝이 없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득을 보는 측이 있다. 수출하는 대기업 일부가 그럴 것이고, 수입을 해서 파는 대자본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한미 FTA 협정이 맺어져야 한다는 논리는 곤란하다.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 잘돼야 나라도 살고 국민도 산다'는 허상 같은 경제정책에 희생됐는가? 대량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빚더미에 올라 앉은 가정 경제. 더이상 탈출구도 없는 서민들에게 한미 FTA는 좋은 협정이 아니라 소파협정 같이 불평등한 협정일 뿐이다.

국회에서 속보 소식이 날아 들었다. 한나라당 단독 날치기 처리. 찬성 151명 반대 7명, 한미FTA가 비준 되었단다. 끝내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라는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 이렇게 서둘러야 할 이유가 뭔가? 정부 스스로 100년을 가야 할 조약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영원한 우방과 동등한 조약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조약을 경호권을 발동하고 기자들까지 막아서면서 무력으로 통과시켜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한편 서민들이 죽어나가는데 한미 FTA가 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술만을 강요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외면하고 날치기로 한미 FTA를 통과시킨 한나라당을 두고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매국노가 따로 없다라고 비판했다. 한미 FTA를 끝끝내 대통령의 고집대로 밀어부친 한나라당. 촛불 들고 몰려드는 국민들보다 등돌리고 멀어져 가는 국민들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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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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