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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륜스님이 즉문즉설 강연에서 <수능을 앞둔 아이를 위한 기도문>으로 답을 해 준 내용을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법륜스님이 즉문즉설 강연에서 <수능을 앞둔 아이를 위한 기도문>으로 답을 해 준 내용을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 박석동(eco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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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오늘은 수능시험일입니다. 대학입시철마다 날씨가 추웠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참 따뜻하네요. 하지만, 교문 앞에 엿을 붙여 놓거나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부모님 모습은 변함이 없네요. 언론과 포털에도 어김없이 큰 법당에서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어머님들의 간절한 기도 모습이 헤드라인을 장식합니다.

수능의 긴장감이 대한민국을 또다시 엄습했습니다. 오늘 새벽 뉴스에 보도되는 수능 기도 모습을 보며, 고3의 심리적 압박감에 공감했습니다. 저 또한 대학입시를 거쳤으니까요.

수능시험 아침, 당신은 어떤 기도를 했습니까.

'희망세상만들기'라는 주제로 전국 100회 연속 강연을 진행 중인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장에서도 어떤 어머니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공부를 잘 하게 되고, 남편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아마 우리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심리일 것입니다. 이것이 욕심인 줄은 알지만 누구 욕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곳곳에서 웃는 소리도 들렸지만 질문하신 분은 내내 진지했습니다.

법륜 스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 이대로 잘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성적은 더 필요한 친구들에게 주십시오. 그리고 경제불황으로 더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우리 남편은 건강해서 감사합니다. 돈을 많이 벌게 할 일이 있으면 그 사람 좀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해 보세요. 100% 소원 성취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만약에 어쩌다가 실수로 소원 성취 안 돼도 괜찮은 기도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쉽지 않은 대답입니다. 장난스럽기까지 한 답변일 수 있지만, 되돌아보면 아이 때문에, 남편 때문에 불안해하고 더 욕심내면서 관계가 안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걸 경계하면 오히려 마음을 편안히 가져 아이에게 공부 잘 할 수 있는 토대와 배경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남편의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가 걱정하고 염려한다고 될 것이 안 되고, 안 될 것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씀입니다.

 ⓒ 글그림 : 에코동 (http://ecodong.tistory.com)
 ⓒ 글그림 : 에코동 (http://ecodong.tistory.com)
ⓒ 에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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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가 편한 마음으로 일에 임할 때 성공할 확률이 높고, 만약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깊이 새겨볼 말씀입니다.

제 주변에도 수능시험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보다 더 가슴 졸이는 사람이 부모일 겁니다. 10년 전, 수능 성적이 예상보다 많이 낮게 나왔을 때 정작 제 자신에 대한 염려보다 걱정하실 부모님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자식이 잘 되기길 바라는 부모님들의 애절한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법륜 스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본다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노력도 하지 않고 고득점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욕심은 반드시 괴로움을 가져옵니다. 법륜 스님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은 아이를 위해 '우리 아들 서울대학에 붙게 해주세요'하는 기도를 한다고 칩시다. 만약에 이 기도를 부처님이 들어줘야 한다면 부처님은 공부 못하는 우리 아들 부정입학 시켜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됩니다. 불교는 인연법입니다.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납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 것입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으면 그만한 노력을 해야 갈 수 있지, '부처님 우리 아들 서울대학에 보내주세요' 기도 한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으려고 할 때 부족한 성적을 기도로 메울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들 마음 속에는 늘 있습니다. 기도는 대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힘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어 왔으니까요. 하지만, 법륜 스님은 기도에 대해서 늘 새롭게 제안해 왔습니다.

"모든 괴로움은 나의 무지 때문에 일어납니다. 눈을 안으로 돌리십시오. 그러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눈을 안으로 돌이키는 노력'이 바로 기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하는 분들에게, 그리고 기도에 대해 푸념하는 분들에게 '단지 기도할 뿐, 성취되고 안 되고는 그분께 맡기십시오!'라고 말합니다.

기도할 때에는 '뭐 해주세요' 하는 내 욕심을 붙이면 안 됩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맑은 정신 밝은 눈으로 기도하면, 그 기도는 영험이 있습니다. 원의 성취가 더 쉽고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중략) 기도를 거지가 푼돈 구걸하듯 하지 마세요. 큰 원을 세우고 그 원이 성취되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바람직한 기도입니다." 
- 법륜스님의 책 <기도> 본문 중에서

"기도할 때 '뭐 해주세요'라고 욕심 붙이지 마세요"

어찌보면 우리들에게 기도는 '욕심이 붙어있는'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대상이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절대자에게 우리들이 부족한 것을 요구하는 게 그동안 우리들이 생각하는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법륜 스님은 '욕심'을 내려놓고 '다만 기도할 뿐' 정진하라고 합니다. "개인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행복하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행하다는 생각으로 하는 기도는 반쪽 짜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기도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모두 성취되는 것"이라고 기도에 대해 안내합니다.

기도 열심히 한다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치에 맞게 공부를 열심히 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은 수험생 아이에게 편안한 마음을 제공해 주는 겁니다. 시험은 아이가 보는 것이지 부모가 보는 것이 아니니까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너무 긴장하지 않고 잘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옆에서 믿어주는 것이지요.

"괜찮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잘 할거야. 노력한 만큼만 보고 오면 된다."

이렇게 믿어주는 마음이 수험생 아이에게는 그 무엇보다 편안한 마음을 안겨줄 것입니다. 그리고 법륜 스님이 말한 100% 소원 성취가 되는 기도를 한 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수능시험을 보는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해 법륜 스님이 들려준 발원문 전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너무 큰 부담감을 주지는 않았는지 정말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수능이 치러지는 11월 10일 아침. 아이와 함께하는 마음으로 수능기도를 올리고 있는 어머니.
 수능이 치러지는 11월 10일 아침. 아이와 함께하는 마음으로 수능기도를 올리고 있는 어머니.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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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지금 시험장에 들어가 있어서 마음이 불안한 부모님들은 이 글을 읽으며 편안한 마음 가졌으면 합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시험을 마친 아이가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꼭 껴안아 주세요. 정말 고생 많았다고 하면서요.

<법륜스님의 수능 기도 발원문 전문>

아이와 함께 하겠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시 집으로
잔뜩 웅크린 아이의 모습에
짠한 마음 감출길이 없는 엄마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하루하루 성적에 예민해지는 아이의 모습에서
긴장과 불안함이 보일 때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저려오곤 했습니다.
나도 힘든데 아이는 얼마나 숨이 막힐까

지난날 불안한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보다는
아이의 성적과 내 기대치의 잣대를 끝임없이 들이밀며
가뜩이나 무거운 아이의 가슴에
더 부담을 주지는 않았는지 다시 돌이켜 봅니다.

사사건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남편과 아이를 미워하고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참회합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어떤 결과에도 아이만을 생각하며 따뜻하게 감싸겠습니다.
자식을 믿고, 지켜보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우리 아이 그동안 공부했던 자기실력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엄마도 함께 이 시간에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많은 아이들이
함께 배움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hopeplanner.tistory.com/236에도 실렸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능#수능 기도#수험생#법륜스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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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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