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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분기점으로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박원순 시민진영후보'에게 야권통합경선에서 패함으로서 한나라당과의 양자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에 실패했고, 수십 년 구력의 한나라당과의 '핑퐁게임 무대'에서, 그것도 서울시장직이라는 최대의 지자체장 선거에서 링에 오르지도 못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1970년대 공화당을 모태로 하는 현재의 한나라당과 전통의 야당 민주당은, 최소한 1987년을 기점으로 삼더라도 서로 대통령직과 국회 다수당의 위치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해왔던  현실정치의 '불변의 양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냉정히 표현하면 민주당이 더 이상 한나라당의 '숙적'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시민의 선택입니다. 민주당 최대의 위기입니다.

서울시장 선거 후 여전히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중차대한 격전을 앞두고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사회진영을 포함한 야권은 '대통합'이라는 국민적 명령 앞에 올바른 선택지를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중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수세에 몰린 민주당과 '야권 대통합'이라는 국민적 열망의 선두에 선 것으로 보이는 '혁신과통합'의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누가 보더라도 현재의 야권이 그 어떤 형식이던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을 '응징'하기는 어렵습니다. '야권 대통합'은 국민적 명령입니다. 그리고 최근 국민적 각광을 받고 있는 안철수 교수의 비중은 기존 양당제를 부정할 만큼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11월 7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안철수 교수에 대해 "통합정당의 목표와 가치에 대한 목표의식 동의 없이 '무임승차(프리라이더)'하려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관련기사 : <손학규 "안철수, 프리라이딩? 고개 갸웃하는 사람 있을 것">).

문제는 손학규 대표가 그간 상식적 수준의 '통합의 불가피성' 외에 '통합정당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특별히 거론한 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가 안철수 교수에 대해 '동감'을 권유할 만한 '가치와 목표'가 분명하다면 불과 그 며칠 전 민주당 대표로서 그가 발표한 '야권 대통합 로드맵'에 의당 그 내용이 포함되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손학규 대표가 '통합정당의 가치와 목표'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먼저 보여주었어야만, 비로서 안철수 교수에 대해 '무임승차'를 염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의 기대 속에 11월 3일 발표된 '야권 대통합 로드맵'에는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변화에 대한 욕구를 담기보다 자당의 정치일정을 중심으로 '통합' 상대 측과의 '접촉일정'을 일방적으로 나열한 것에 그치고 말았으며, 그조차도 현재 민주당내에서 심각한 분란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고 보도됩니다.

필자가 며칠 전 이 지면을 통해서 게재한 <야권통합 열쇠, '지분 분점'아닌 '시대정신 공유'>(기사 보기)에서도 주장한 바와 같이, 이번 야권통합은 기존 정치 정파들의 이해관계의 '조정'과 '갈등' 속에서 성사되기는 어렵습니다. 최소한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적 요구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고, 기존 야당(대체로 민주당)도 이러한 국민의 '변화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공유해야만 '야당 대통합'이든 다른 형태의 야권정치지형 변화든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의 야권이, 특히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총체적 야당불신'이 왜 생겼는가를 되돌아보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거치며 군소 지역당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현존해 계시는 전임 대통령을 비유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그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합니다만, 최소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는 대목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졌던 '대권욕'입니다. 긍정성도 있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87년 민주화체제'의 결과가 '군부독재 후계자의 집권'으로 귀결된 것에 대한 상흔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바로 김영삼 당시 야당지도자의 '3당합당'을 통한 '변신'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현재 '반한나라당 전선'의 입장에서는 그분의 대권욕 때문에 '전체 판'이 망쳐졌던 셈입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분당 을 보궐선거를 통해 극적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이후, 차기 대선주자로 각광받아 왔습니다. 또한 직전 대선에서도 비록 당내경선에서 정동영 당시 후보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 바 있습니다.

그가 현실정치인으로서, 자고 일어나니 느닷없이 국민적 각광을 받고 있는 안철수 교수에 쏠린 국민적 기대감에 대해 염려의 시선이 생기는 것도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갖고 있지도 않는 '야권통합의 가치와 목표'를 근거로 안철수 교수의 '무임승차'를 우려하며 그를 견제하는 것은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입니다.

손학규 대표의 이러한 모습에서 자칫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권욕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은 필자만의 상상력이기 바랍니다. 현재 손학규 대표의 손에는 현대사를 관통하는 전통야당의 역사성과 자부심을 살릴 수 있느냐? 아니면 자기 자신, 혹은 미처 버리기 힘든 정치관행에 매몰되어 당을 군소정당으로 궤멸시키느냐를 결정할 어려운 권한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손학규 대표는 선명한 야당통합의 가치와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좋은', '희망' 등과 같은, 귀로 듣기에는 좋지만 구체성이 결여된 '일반적 당위성'말고, 87년 민주화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그리고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 앞에서 신음하며 기존 정당에 등 돌린, 과거에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유권자들에게 '피와 살'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목표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무상급식 실시와 같은 복지정책상 세부정책 같은 것보다 상위개념의, 미래의 대한민국을 큰 그림으로 새로 디자인할 수 있는 '국가비전'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서 예로 든 안철수 교수에 대한 손학규 대표의 '무임승차 염려'도 말의 앞뒤가 맞게 되며, 더 중요한 것은 민주당에 절망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으며, 향후 야권대통합의 여정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토건과 냉전중심의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이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가느냐의 중대한 분기점입니다. 민주당이 그 역할을 방기하면 다른 세력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민주당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치 않고, 새로운 시대적 욕구는 민주당을 넘어설 힘을 이미 갖추었습니다.


#시대정신#손학규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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