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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동사 노천법당. 거대한 암벽 밑에 수더분한 인상의 지장보살 입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여느 법당과 달리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연동사 노천법당. 거대한 암벽 밑에 수더분한 인상의 지장보살 입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여느 법당과 달리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 이돈삼

여행은 모름지기 북적거리는 것보다 한산한 곳이 더 낫다. 특히 늦가을 여행은 더더욱 그렇다. '대나무 고을' 담양의 금성산성 자락에 있는 절집 연동사로 간다.

연동사는 여느 절집과 다르다. 정말이지 절답지 않은 절집이다. 일정한 틀에서 자유롭다. 일탈을 꿈꾸는 절이다. 소나무와 대나무, 차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소박하다. 수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절을 지은 재료도 모두 자연에서 얻었다. 요사채의 지붕도 대나무와 산죽을 엮어 지붕에 얹었다. 기둥은 인근의 나무를 잘라 세웠다. 거창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방바닥과 벽은 황토를 발랐다.

 연동사는 시설 하나하나가 모두 거창하지 않다. 자연스럽다.
연동사는 시설 하나하나가 모두 거창하지 않다. 자연스럽다. ⓒ 이돈삼

 연동사  요사채 전경. 지붕에 대나무와 산죽을 올렸다. 소나무와 대나무, 차나무가 어우러진 소박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연동사 요사채 전경. 지붕에 대나무와 산죽을 올렸다. 소나무와 대나무, 차나무가 어우러진 소박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 이돈삼

들머리에 일주문이나 사천왕상도 없다. 손으로 삐뚤빼뚤 쌓아올린 소박한 돌탑들이 절과 밖의 경계를 대신할 뿐이다. 전기선도 전화선도 보이지 않는다. 스님이 부러 전기를 들이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금세 바람이 차갑다. 온전한 밤이 일찍 시작된다. 장작불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난다.

자연석실 노천법당도 애틋하다. 거대한 암벽 밑에 수더분한 인상의 지장보살 입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누구나 지나가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항상 열려 있다. 열려있는 법당이다.

 연동사에는 야생 차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바위 틈에서도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연동사에는 야생 차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바위 틈에서도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 이돈삼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차나무. 부러 가꾸지 않은 차나무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차나무. 부러 가꾸지 않은 차나무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 이돈삼

안개가 마을을 뒤덮었다 해서 '연동사'라 부른다

연동사는 본디 오래된 암자였다. 누가 무슨 연유로 지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절 이름에 대한 유래는 정유재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성산성에서 죽은 시체가 절과 골짜기에 즐비했다. 그 수가 2000명을 헤아렸다. 전쟁이 끝난 다음 유족들이 시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유골더미 속에서 피붙이를 찾을 길이 없었다. 체념한 유족들이 그 위에 향불을 하나씩 피웠는데, 그 연기가 온 산을 안개처럼 뒤덮었단다. 그래서 연기 연(煙)에 마을 동(洞) 자를 써서 연동사(煙洞寺)라고.

폐사지로 버려졌던 연동사를 복원해낸 건 원행스님의 공력이다. 1990년대 중반, 스님이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땐 지장보살 하나와 기단뿐인 삼층석탑이 전부였다. 오래 전 절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담양이 탯자리인 스님은 그날부터 연동사 복원에 나섰다. 폐허된 역사 하나 복원해서 후세에 물려주자는 생각에서였다. 스님은 날마다 산죽과 잡목을 걷어내고 터를 다듬었다. 요사채를 짓고 길도 냈다. 돌탑도 하나씩 쌓았다. 논흙을 가져다 달마상과 나한상도 직접 빚었다.

 연동사 풍경. 차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져 풍경이 소소하다. 절집 같지 않은 절집이다.
연동사 풍경. 차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져 풍경이 소소하다. 절집 같지 않은 절집이다. ⓒ 이돈삼

 연동사의 야생 차밭. 부러 가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산비탈을 차지하고 있다.
연동사의 야생 차밭. 부러 가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산비탈을 차지하고 있다. ⓒ 이돈삼

스님은 동굴법당에 놓을 500 나한상도 직접 빚고 있다. 스님의 다실에는 완성된 나한상들이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앉아 있다. 투박한 멋이 훨씬 더 정겹다.

요사채와 다실을 드나드는 문에 걸린 달마도 역시 스님의 작품이다. 스님의 달마도 솜씨는 이미 중국에까지 소문이 나 있다.

요사채와 다실에 앉으면 차밭이 펼쳐진다. 부러 가꾸지 않은 야생의 차밭이다. 산비탈 자갈밭이 온통 차나무다. 바위를 뚫고 나온 차나무도 보인다. 약수터 옆에서 뿌리를 드러낸 차나무의 굵은 뿌리가 그 세월을 짐작케 한다.

 연동사 노천법당. 거대한 암벽 밑에 수더분한 인상의 지장보살 입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연동사 노천법당. 거대한 암벽 밑에 수더분한 인상의 지장보살 입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 이돈삼

 연동사 요사채를 지키고 있는 백구. 소소한 절집 풍경이다.
연동사 요사채를 지키고 있는 백구. 소소한 절집 풍경이다. ⓒ 이돈삼

계곡을 따라 펼쳐진 차밭이 꽤 넓다. 풀을 뽑는 것 빼고 별나게 관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병해충도 없다. 산바람 매서워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꽃과 열매를 매달고 있다. 스님은 절을 찾아오는 나그네에게 이 찻잎을 덖어 만든 차를 끓여 내놓는다. 스님과 함께 교감하며 마시는 수제차의 맛이 담백하고 깊다.

사람을 알아보는 견공 두 마리도 절의 풍경이 된다. 처음에 심드렁했던 마음도 소소한 풍경에 사로잡힌다. 발길 오래 머물도록 하는 절이다. 늦가을에 횡재한 느낌을 선사하는, 연동사는 바로 그런 절이다.

주변에 가볼만한 곳도 많다. 전남 담양과 전북 순창의 도계(道界)를 이루는 금성산성은 연동사와 산길로 연결된다. 산성의 길이 7352m. 연대봉을 주봉으로 해서 노적봉, 철마봉 등 능선을 따라 성벽이 이어진다. 늦가을 풍광을 아우르며 쉬엄쉬엄 걷기에 좋다.

 연동사에서 바라본 담양. 보이는 풍경도 소박하기 그지없다.
연동사에서 바라본 담양. 보이는 풍경도 소박하기 그지없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 연동사는 담양읍에서 순창 방면에 있다. 24번 국도 타고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면 연동사 안내판이 서있다. 그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 산길로 1.5㎞ 가량 들어가면 자리하고 있다. 금성산성 주차장에서 연동사 푯말을 따라가도 나온다. 금성산성을 오르다 연동사 푯말을 따라 오른쪽으로 10여 분 내려가도 연동사와 만난다.



#연동사#원행스님#금성산성#노천법당#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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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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