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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위반 회색의 정의가 지배하는 세상에 맞선 박용현 기자의 124편의 컬럼집
정당한 위반회색의 정의가 지배하는 세상에 맞선 박용현 기자의 124편의 컬럼집 ⓒ 철수와 영희
광우병 쇠고기 사태로 시작된 촛불 정국과 미네르바의 인터넷 글쓰기 사건, 광장에서의 집회불허로 집시법 위반자가 되어 발부된 구속영장과 희밍 버스 참가자 수백 명에게 발부된 송고장은 대한민국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법을 집행하는 나라인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정당한 위반>이라는 124편의 글을 묶어 낸 박용현 기자는 법을 전공하고 법조계를 오랫동안 드나들었던 <한겨레 21> 기자다. 그는 이미 지면에 발표된 글을 다시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이유를 "나쁜 세상에 대한 불완전한 기록이자 그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한 미완의 모색"이라고 밝혔다.

마치 거울을 통해 어디에 지저분한 것들이 묻어 있는지 살펴본 뒤 휴지를 꺼내 닦든지 물에 오물로 더럽혀진 부분을 헹궈내듯, 나쁜 세상에 던져진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성찰하며 다시 일어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가다 몸과 마음에 멍이 들더라도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갈망만은 놓지 말고 세상과 소통해보자는 의미란다.

총 6장으로 나뉜 글의 첫장과 둘째 장만 소개한다. 첫 장은 민주주의 특강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도 진보도 맛보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좀 어설퍼 보이긴 한다. 그러나 '촛불 소녀'로 일컬어지는 촛불 정국은 분명 이론이 아닌, 몸으로 민주주의를 실험해 본 실천민주주의 현장이었다.

비록 그것이 미완으로 끝나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지는 못했지만 촛불로 변화된 시민들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마음속 촛불의 심지를 끄지않고 새롭게 촛불의 힘을 모아 변화를 향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힘이 희망버스가 다섯 차례나 이어지도록 한 바탕이 아닐까.

2장 정당한 위반에서는 자유에 대한 개념,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짚어 준다. 서울광장에 이어 광화문 네거리에 광장이라는 이름의 장소가 만들어질 때 시민들은 시민들의 광장을 상상했다. 시민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나와 난장을 벌이고 토론을 하고 춤추고 그야말로 살아있는 아고라를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에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달랐다. 광화문 광장엔 경찰들이 파수꾼이 되어 지키고 순찰카가 순회를 한다. 집회는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여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집회만 허가하며 시민들의 생산적인 집회는 늘 불허한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집시법 위반이라며 물대포를 쏘고 영장을 청구하고 현장에서 잡아 닭장차에 실어가 48시간 동안 구금을 한다. 광장이라는 명칭이 낯뜨거울 정도의 행태가 21세기 선진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용현 기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우리의 희망을 지나치게 헌법과 법률, 법정에 기대는 건 잘못된 희망이다. 자유는 뭇 사람의 심장에 자리한다. 그곳에서 자유가 죽으면 헌법도 법도 법정도 도와줄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심장에 자유가 살아있다면 그를 위해 어떤 헌법도 법도 법정도 필요가 없다."

저것이 바로 절차적으로 하자있는 헌법. 법. 법정에선 양식있는 지식인과 시민이 정당한 위반을 주장 할 수 있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헌법과 법률이 아닌 뭇 사람의 심장에 자리한 희망 말이다. 광장의 주인인 시민들이 범법자가 되는 상황, 독소 조항이 그득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광우병 쇠고기를 거름 없이 수입해 국민에데 먹이겠다는 사안에 대해 국민이 '정당한 위반'을 당당하게 외치며 모일 수 있음은 심장에 자유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정당한 위반'을 부끄러움 없이 주장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진보주의자로 살아 낼 심지 굳은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일침은 참으로 가슴에 새길 만하다. 진보주의자들은 꿈을 늘 미래로 유예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인  꿈을 오늘 현재형으로 즐기며 사는 일상의 실천가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움켜쥐고 이 나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내일로 바꾸며 살 수 있을 것이다.

통과 절차에서부터 인정할 수 없는 헌법이나 법의 구속을 받는 많은 시민들이 양심에 한치의 부끄러움 없이 '정당한 위반'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시민들의 심장 안에 자유와 희망과 민주에의 열망과 평등, 세상에 대한 꿈이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닌 고귀한 영혼을 신자본주의라는 물신의 망령에게 불의에 팔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덧붙이는 글 | 정당한 위반/ 박용현 지음/ 철수와 영희/13,800원
서울의 소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정당한 위반 -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박용현 지음, 철수와영희(2011)


#정당한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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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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