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는 이미 가을꽃들이 내년을 기약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이제 막 가을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이른듯, 보고 싶은 가을 꽃들이 아직 몽우리를 맺고 있는 것들도 많이 있었으니 아마도 10월 말이 절정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꽃, 그들은 누가 지켜봐주지 않아도 피어납니다. 대충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피워낼 수 있는 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혹시라도 제주도를 떠나 있는 동안 눈맞춤해 주는 친구가 없어 토라졌을까 싶었는데, 더 예쁘게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은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에 가서야, 나도 모르게 그들을 담으려 땅에 엎드렸습니다. 그렇게 엎드려서 그들을 바라보아도 편안한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육지에서도 그들을 찾아나선 여행을 했지만, 마음껏 엎드릴 만한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쪼그려 앉아서 그들을 담으려면 손도 떨리고, 다리도 떨립니다. 삼각대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주는 오름이나 해안가 모두 꽃이 피어난 공간마다 여유롭습니다. 누구라도, 눕지 않으면 실례가 될 것만 같이 그러합니다.
"나 없이도 잘만 피어나더라."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면서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사진들은 10월 중순에 담은 것입니다. 요즘 제철을 맞아 피어날 것입니다. 혹시라도, 바쁜 일상에 가을꽃을 놓치신 분들은 제주도에 가시면 싱그럽게 피어나는 가을꽃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