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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2
작품 2 ⓒ 이정민

#남성 위주의 문화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형성된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거기에 합당한 담론의 장이 필요한데, 운영만 잘하면 이 여성미술비엔날레가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끄는 문화 이벤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기위해선 운영진의 보다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윤진섭 호남대교수)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출발점 자체가 여성미술의 역사적, 현재적 고민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또 홍보나 예산 규모에 비해 인천 대중과의 활달한 논의나 역동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인천의 지역성이나 문화예술 활동 기반의 연계 및 확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정정엽 작가)

정체성 논란 등으로 존폐 위기를 맞았던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가 지난 10월 1일, 한 달 간의 축제 마당을 올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도 운영상의 과정이나 전시 인프라의 문제, 지역예술인들과의 소통 부족 등의 한계점이 남아 있다고 지적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작품 1
작품 1 ⓒ 이정민

'미지의 대지'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본전시, 조율전, 참여전의 세 파트로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본전시는 세계 여성작가들과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여성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고, 조율전은 국내외의 여성작가뿐만 아니라 남성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어 참여전은 신진여성작가들에게 개인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200여개국 700점의 작품과 논문이 출품되는 이번 비엔날레의 본전시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조율전은 한국이민사박물관, 참여전 '따로 또 같이'는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번 비엔날레는 특별히 뉴욕 퀸즈미술관을 거쳐 MIT대학 리스트 비주얼아트센터 관장을 역임한 제인파버(Jane Faver)가 예술 감독을 맡아 큰 조명을 받고 있다.

제인파버는 앞선 개막식 기자회견을 통해 "연평도 사건이 시사하는 소통의 문제, 정치적 이념 차이로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평화의 메시지가 관람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비엔날레의 취지를 전했다.

무료 참여전,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미의 향연 펼쳐져

 작품 3
작품 3 ⓒ 이정민

지난 19일 오후 6시, 평소 알고 지내던 이미혜 서양화가의 초청을 받아 특별 초대된 50명의 국내외 작가와 한국여성작가 117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를 찾았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갤러리 분위기는 조금 썰렁했지만 화사한 화이트큐브(전시장)아래 각 작가가 뿜어내는 다양한 그림의 향연들을 보니 이내 시선이 따뜻해진다. 전시장 안에는 조각작품, 서양화, 풍경화, 인물화, 도자공예, 유화 등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발길 닿는 곳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작품 6
작품 6 ⓒ 이정민

이번 참여전에서 서양화 작품 3점을 출품한 이미혜 작가는 "인간이 가지는 힘과 자율적인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붓을 잡은 나의 손은 춤을 추며 날아 다닌다"라고 한 뒤 "(작품을 통해)고호의 열정과 마티스의 색채를 꿈꾼다. 감각적이고 자연적인 요소들을 통해 인간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자유를 향한 무한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작품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독특한 색감과 차별화된 이미지로 어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이상애 작가는 "전자매체와 각종 통신매체의 등장으로 지구촌이 하나가 된 오늘날 여성의 미적 기준은 나라와 인종의 구분 없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바로 바비인형이 있다"고 설명한 뒤 "작품 속에서 자신의 자화상이자 오늘날 여성들의 초상을 대변하고 있는 바비는 시대의 미적 기준에 따라 성형되어지고 조장 되어지는 시뮬라크르(복제)일 뿐"이라고 의미심장한 취지를 전했다.

획일적 전시 배열과 관객과의 소통 문제, 2%부족

 작품 5
작품 5 ⓒ 이정민

지난 2007년 '숨결'전시회를 바라본 최태만 미술평론가는 비엔날레 전시기획력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더 이상 지루하고 맥 빠진 전시는 지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참여 전시회가 열리는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전시장 분위기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양상이었다.

총 1시간을 세심히 둘러본 전시장 풍경은 수십 명의 작가 작품을 전시하다보니 중앙 구석에 또 다른 칸막이를 만들어 무척 답답한 느낌을 줬다. 작가들 작품 또한 2~3개로 한정되다보니 그 작가의 뚜렷한 개성과 미학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이것은 최태만 미술평론가가 지적했던 ▲구태의연한 나열식 전시 ▲전시기술력의 부족 ▲전시방법론의 결여 ▲작품 간 상생이 아닌 상멸을 자초할 수 있는 구성 ▲태평하게 진열해 놓은 뷔페식 전시 등이 여지없이 드러나 있는 이유였다.

 작품 4
작품 4 ⓒ 이정민

이에 대해 김용진 부평아트센터 큐레이터는 기자와의 전화에서 "대관 전시라 깊게 관여는 못했지만 아마도 대규모 작가들의 전시다보니 어려움과 한계가 따르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런 부스전의 경우 관객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안배가 어렵고 시민참여와 예술성 홍보효과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김 큐레이터는 "광주나 부산 비엔날레의 경우 상설 대규모 전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 작가별 주제 전시가 뚜렷하다. 공간 인프라 확보와 운영기법상의 체계화가 절실하다"고 한 뒤 "또 요코하마트리엔날레처럼 2, 3년을 준비하는 열정과 자세가 필요하다. 일례로 시민활동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예술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예술마을 조성, 자유로운 소통 공간 마련 등의 기획력을 높여 정제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민과 예술가들에게 먼저 환영받을만한 내용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부평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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