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시월의 바람이 분다.
'아, 제주구나! 맞아, 이것이 제주의 바람의 맛이야!'
몸이 먼저 느끼고 마음에게 말을 건낸다.
"여기 제주도야!"
그러나 마음은 서럽기만 하다.
'아니, 하필이면 이렇게 날씨가 맑고 바람이 좋을게 뭐람?'하면서도, 비바람이 불었더라면 더 슬펐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강정바다를 바라본다.
나 한 사람이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한다고, 서러워 한다고 바뀔까?
이미 구럼비 바위는 유린 되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에 마음이 편치않다. 이건 입장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안보에 대한, 혹은 진보나 보수라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물론 돈의 문제도 아니다.
그냥 바다, 구럼비 바위, 거기에 기대어 사는 것들의 입장에 서면 너무도 분명한 답이 있다. 그 해답을 애써 피해가며, 오답을 정답이라고 우기고, 기어이 오답이 정답이 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무기력하게 바라만 본다.
여전히 불어오는 바람, 파도, 햇살에 부서지는 시월의 바다….
그 모든 것이 서럽다.
그래, 아파도 외면하지 말자. 외면하고 싶어도 담아 두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6일 제주 강정마을에 다녀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