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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 선상 우럭배낚시에 푹 빠진 낚시꾼들
 지난 24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 선상 우럭배낚시에 푹 빠진 낚시꾼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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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해안 바닷가 낚시꾼들에게 우스갯소리로 '가을에는 미끼로 장화를 끼워서 넣어도 우럭이 물고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럭이 커다란 장화를 미끼로 착각하고 덥석 물 정도이니 그만큼 가을에는 우럭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그 조과가 풍성하다는 것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지요.

낚시를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실 한번 출조에서 많은 양의 고기를 잡아도 종종 난처한 처지에 처할 경우가 있습니다. 생선이라는 게 생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선도가 떨어지기에 빠른 시간내에 처리해야만 하는데 이것저것 요리를 해먹더라도 남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쿨러를 가득 채워온 날에는 동네잔치가 벌어지곤 합니다. 이웃이나 아는 사람들을 불러 나눠주기에 인심을 듬뿍 얻고 하지요.

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고 잡아온 생선은 넘쳐나니 결국 다듬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놓는다고 해도 자칫 잘못하면 냉동실 칸만 차지한 채 수개월이 지나고, 끝내는 그냥 내다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럭 만큼은 아무리 많이 잡아와도 이런 염려는 붙들어 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인 생선을 말려서 보관하는 방법을 써먹으면 두고두고 요긴한 반찬거리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바로 '우럭젓국'으로 끓여서 먹는 것이지요.

출조 열번에 한번꼴로 풍성한 조과

지난 봄부터 주말마다 서해안 우럭낚시를 즐겨 출조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출조해서 우럭을 잡아 내다보니 출조 때마다 풍성한 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을 아닙니까. 바로 '미끼로 장화를 끼워서 담가도 우럭이 물고나온다'고 하는 계절인데 이럴 때 클러 안 채워 오면 언제 또 풍성한 조과를 맛볼 수 있을까요.

뭐 이런 기대심으로 지난 24일 제가 즐겨찾는 영흥도 우럭 선상 배낚시를 떠났지요. 배는 늘 타는 것처럼 경영호를 탔습니다. 낚시꾼은 14명 만선으로 두어시간을 질주한 후 아침 7시경부터 바다에 낚시줄을 드리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낚시줄을 드리웠지만 가는 것은 시간뿐 배에 타고 있던 낚시객 전체로도 겨우 낱마리 조과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간조가 아침 8시경이었는데 이후 입질이 왕성한 초들물 시간 때에도 조과가 전체적으로 빈약하더군요. 그렇게 1시간 반을 더 물에 담그면서 고패질을 했지만 어신은 전혀 없이 팔만 아플 즈음 선장이 '조금 이동하겠다'고 말한 뒤 어디론가 배를 돌려서 부지런히 30여분간을 달려가더군요.

날씨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청명한 가을날씨에 선들선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파도는 1m가 채 안 되니 낚시하기에는 그만인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30여 분간 달린 배는 서서히 멈춰선 뒤 선장이 채비를 입수하라고 말하더군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채비를 던져 바닥에 닿을 즈음부터 배 여기저기에서 '물었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말 그대로 우럭밭에 들어 선 것입니다. 

우럭채비에는 보통 2개의 바늘이 달려 있는데 이때는 한마리가 물고 올라오는 것은 보통이요, 두 마리를 걸어 올리는 사람까지 순식간에 배 여기저기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사무장의 말로는 어탐기에 우럭이 켜켜히 쌓여 있는 걸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우럭은 보통 수중 어초 부근에서 서식하는데 특히나 먼 바다 수심 50m 이상이 나가는 곳에서는 우럭이 작은여에 옹기종기 모여 있곤 하는데 바로 이 우럭떼를 발견해 낚시대를 드리운 것입니다.

배 한 쪽에 7명씩 앉는데 그 인원 전체 낚시대가 휘청 거리면서 우럭을 걸어 올리는 거였습니다. 잠시 뒤에는 반대편 쪽에 앉아 있던 낚시꾼들도 바늘에 걸었다는 함성소리와 함께 거의 동시에 낚시줄을 감아 올리더군요. 올라온 우럭도 씨알이 굵었습니다. 보통 30cm가 넘고 큰 것은 40cm가 훌쩍 넘습니다.

 백아도는 덕적군도 남쪽에 위치해 있답니다. 출조한 곳은 가운데 부근에 있는 옹진군 영흥도이니 거리상으로는 약 100km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백아도는 덕적군도 남쪽에 위치해 있답니다. 출조한 곳은 가운데 부근에 있는 옹진군 영흥도이니 거리상으로는 약 100km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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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를 지나면서 입질이 뜸해지니 선장은 배를 다시 돌려 댄 후 낚시대를 드리우는 것을 네차례 정도 반복하니 더 이상은 우럭이 올라오지 않더군요.

한 삼십여분 사이에 그쪽에 모여있던 우럭 200여 마리를 몽땅 소탕(?)했던 겁니다.

오후에는 덕적군도 백아도 밑쪽에 있는 소령도쪽에서 낚시가 이루어졌습니다. 
섬하고 불과 10m정도 떨어진 곳에 배를 대고 흘리는데도 제법 큰 우럭이 바늘을 물고 나오곤 했습니다.

선장의 말대로 '오늘은 낚시가 되는 날이네요'처럼 말입니다.

또 오후에는 전동릴이 고장나 예비로 가져갔던 광어 루어낚시에 도전했는데 진한 손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목줄 2호줄에 50cm급 광어가 걸려서 올라오는데 그 묵직했던 손맛은 한동안 잊지를 못할 것 같습니다.

최불암 선생이 입맛 다셨던 서산 '우럭젓국'

KBS프로그램 중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최불암 선생이 출연해 전국 각지의 맛고장을 찾아서 지역 고유의 음식과 맛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서 최 선생님이 서산지방의 음식으로 선보인 것이 바로 '우럭'을 말린 후 보관했다가 끓이는 '우럭젓국' 이었습니다. 예전 우리네 선조들이 생선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우럭을 말려서 보관해 놓고는 귀한 손님이 오거나 반찬이 귀할 때 끓여서 먹었던 이 지역 고유의 음식이지요.

이날 낚시에서 쿨러를 꽉 채워서 돌아왔는데 이제는 처리하는 게 문제입니다. 우럭 세 마리와 광어 두 마리는 썰어서 회로 먹고 우럭 두 마리는 포를 뜬 후 생선가스용으로 랩으로 싸서 보관하는 등 잘 처리했지만 그래도 몇 마리가 남습니다. 생각하다 떠올린 게 바로 말렸다가 '우럭젓국'을 끓여 먹기로 한 것입니다.

 이날 잡은 생선을 다듬기 전에 신문지 위에 한번 늘어놔 봤습니다. 광어 큼지막한 것은 60cm에 가깝습니다.
 이날 잡은 생선을 다듬기 전에 신문지 위에 한번 늘어놔 봤습니다. 광어 큼지막한 것은 60cm에 가깝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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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것은 뭐 어려울 것 있나요. 우럭 비늘만 다듬어 흐르는 수도물에 씻은 후 등쪽으로 칼집을 넣어 반으로 쪼갠 후 천연소금으로 간수를 만든 후 여기에 담가 놨다가 베란다에서 말리기로 했던 겁니다. TV에서 보니까 우럭을 말리기 위해서는 등쪽으로 할복을 한 후 바닷물에 2~3시간 담가 놨다가 3~4일 말린다고 했으니 그대로 따라서 해보았답니다.

바닷가에서 해풍에 말리는 게 아니어서 잘 마르지 않을 것 같아 머리 부분과 아가미 부분을 따로 자르는 등 몸통하고 총 4등분으로 나눈 후 옷걸이에 낚시바늘을 매단 후 여기에 꿰어서 베란다에서 사흘동안을 말렸답니다.

첫날은 동네 파리들이 온통 몰려와 북적거리더군요. 어떻게 냄새를 맡고 왔는지 우럭을 말리고 있는 베란다 쪽으로 들어오려고 요동을 치더군요. 무시무시하게 생긴 큼지막한 '똥파리'들이 방충망을 무작위로 들이박고 있던데 한동안 키득키득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들던 그 큼지막한 '똥파리'들이 생선냄새를 맡고 쫓아와서는 어떻게든 한입 먹어보겠다고 날뛰고 있는데도 인간이 쳐놓은 '방충망'에 막혀 들어오지 못하니 똥파리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애가 탈지...

 일요일부터 사흘간 베란다에서 말리니 이렇게 잘 말랐더군요
 일요일부터 사흘간 베란다에서 말리니 이렇게 잘 말랐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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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들 꼬들 잘 마른 우럭 '뜨물'에 잘 씻어서....

나흘간을 잘 말리니 제법 꾸득꾸득 합니다. 냄새를 맡아보니 별다른 냄새가 나는 것 같지는 않으면서도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게 성공적인듯 합니다. 이제 머릿속에서 그려보았던 '우럭젓국' 만들기에 도전해 보아야지요.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니 준비물은 쌀뜨물, 호박, 청양고추, 풋고추, 빨간고추, 무, 대파, 마늘다진 것, 새우젓 등 입니다. 쌀뜨물로 잘마른 우럭을 30분 남짓 담가 놓았가 깨끗하게 씻었답니다.

그 다음은 쌀 뜨물을 한소끔 끓인 후 무를 넣고 끓이다가 마른 우럭을 적당하게 자른 후 설설 끓고 있는 쌀뜨물에 넣었지요. 그렇게 15분여 끓인 후 살펴보니 살이 알맞게 익는 것 같아 그 다음에는 준비한 야채를 넣은 후 마지막으로 다진 마늘을 풀어 넣고 새우젓을 조금씩 넣으면서 간을 보았답니다.

 30여분 남짓 정성을 들여 끓인 '우럭젓국' 입니다.
 30여분 남짓 정성을 들여 끓인 '우럭젓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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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마무리한 게 바로 이 '우럭젓국'입니다. 맛이요? 음 한술 떠 먹어보니 담백한 '북어해장국'맛에 우럭 특유의 생선 감칠맛이 더해지니 가히 진미라고 할 만 합니다. 북어해장국이 너무 담백해 감칠맛이 부족한 반면 우럭젓국은 그 담백함에 우럭 특유의 감칠맛이 더해져 입안에 착 감기는 게 기존 생선국과는 전혀 새로운 맛으로 다가왔답니다.

앞으로 우럭낚시를 가서 고기를 아무리 많이 잡아와도 걱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우럭젓국'이 있으니 말입니다. 덤으로 우럭낚시를 가려고 집을 나서면 또 낚시 간다고 인상을 찌뿌리곤 하는 아내에게도 당당히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허~ 일용할 식량을 잡으러 가는데 어인 말이 그리 많소이까!~' 또 술 많이 먹은 다음날에는 '냉동실에 있는 우럭 꺼내서 속 풀게 해장국을 냉큼 끓이도록 하시요!"하고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럭젓국#서산#배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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