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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밤 MBC 'PD수첩'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와 정삼지 담임목사(제자교회) 문제를 다루었는데 주 내용은 조 목사에 대한 것이었다. 방송 제목도 "나는 아간이 아니다"였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누군가가 나를 눕혀놓고 바윗덩어리를 가슴 위에 올려놓은 기분이었다.

 

방송은 조용기 목사가 지난 7월 31일 "나는 아간이 아닙니다"라고 설교한 내용에서 시작한다. 조용기 목사가 자신을 아간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럼 아간은 누구일까?

 

여호수아 7장에 보면 아간은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후 모든 것을 다 멸절하라는 하나님 명령을 어기고 '시날 산의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은 이백 세겔과 그 무게가 오십 세겔 되는 금덩이 하나를 훔쳤다'. 이것으로 아간과 자녀들, 소와 나귀, 양들 그리고 생명 있는 모든 소유물은 돌로 쳐 죽임을 다하고, 마지막에는 불사름까지 당한다. 한마디로 기독교에서 '아간'이라는 이름은 탐욕 때문에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 자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조 목사가 "나는 아간이 아닙니다"라고 말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PD수첩'은 조 목사와 그의 가족에 대한 세 가지 의혹을 다루었다. 미국 법인 베데스다대학에 쓰인 자금 행방, 한세빌딩 건축에 쓰인 자금, 5만 성도가 모은 <국민일보> 평생독자 기금 등이 어떻게,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다루면서, 순복음교회 장로와 이전에 그 단체에서 일했던 이들의 인터뷰도 있었다.

 

'PD수첩' 보고 나는 '단장'을 경험했다

 

방송을 보면서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반드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보고 '단장(斷腸 :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함)'의 고통을 느끼며 통회와 회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같은 목사로서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누리집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를 비롯해 총무 김운태 목사와 홍재철 목사 등은 19일 MBC를 방문해 안택호 편성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일가를 중심으로 벌어진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를 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내용 자체가 노사공동비대위의 특보나 일부 사람들의 제보에 불과한 것으로 객관성이 결여된 내용"이라며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길 대표회장은 "확실치 않은 제보 내용으로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이자 한국교회의 어른을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전도와 선교에 크게 악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국가의 발전과 사회의 안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다고 한다. 회개 운동을 펼쳐야 할 것인데 오히려 방송 금지를 요청했으니 통탄할 일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작진에 의해 교회에 불만을 가진 몇 사람만을 지정하여 악의적이고 왜곡된 인터뷰를 함으로써 여의도순복음교회를 흠집 냈다"며 "한국 기독교와 세계 기독교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원로목사이신 조용기 목사와 및 그 가족들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큰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조용기 목사가 한국교회와 세계 기독교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갈수록 한국교회가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반박과 비판이 아닌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의혹이 있다면 이를 취재하고 보도해야 하기 위함이다. 그것이 아무리 종교단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비판하지 못할 성역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교회와 천만 기독교인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비신앙인들에게도 기독교가 왜곡된 모습을 비춰지는 계기"가 되고 "전도와 선교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방송은 분명 한국교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하나님의 마지막 사랑

 

하지만 이미 한국교회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거의 조롱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한국교회가 성경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2000년 기독교 역사상 기독교 진리 때문에 핍박받는 것이 아니라 성경대로 살지 않는다고 교회가 비난받는 일은 아마 한국교회가 거의 처음일 정도로 이 시대 교회는 '교회답게' 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핍박받는다고 말한다.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교회는 지금 핍박받는 것이 아니라 교회답지 못하기 때문에 비판받고 있다. 이런 비판에 한국교회는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교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해버렸기 때문에 세상이 교회가 망하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보지 못해 채찍질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너 이러다 망하니까 정신 차리라'는 채찍이다. 

 

교회가 망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비판한다면 100번이라도 절하면서 고맙다고 해야 한다. 교회를 조롱하는 사람들을 정말 일부이다. 아니 그들 조롱까지도 새겨야 할 정도로 한국교회는 자정불능 상태임을 모르는가. 그런데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말과 같은 행동이다.

 

특히 교회를 향한 세상의 비판은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지막 사랑임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회개하지 않으면 세상도 더 이상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두렵지 않는가. 목사와 교회의 명예만 찾지 말고, 바로 우리 자신이 교회의 명예와 하나님 이름을 더럽히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마지막 경고까지도 교회 핍박이라고 생각하면 희망은 없다.

 

아간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고, '예수님이라면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실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2000억 원짜리 교회, 한 해 헌금이 1500억 원이 들어오는 교회, 수십억을 횡령하는 목사, 성추행 등 성범죄가 이어지는 교회, 예배당 건축을 하면서 건축법을 어기는 교회, 과연 이런 모습을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제발 정신 차리자. 남 탓하지 말고. "바로 내 책임이요" 이 말 한마디 못하는가.

덧붙이는 글 | * 김동수 기자는 새누리교회 목사입니다.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피디수첩#조용기#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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