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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정 비가 오는 날 찾아간 침수정. 그저 화려하지 않은 자태가 더욱 정겹다
침수정비가 오는 날 찾아간 침수정. 그저 화려하지 않은 자태가 더욱 정겹다 ⓒ 하주성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우봉리에는 수령 450년이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마을회관 앞에 자리하고 이 느티나무는 마을에서 섬기는 신목(神木)이다. 이 나무를 보러 갔던 것은 아니다. 바로 그 느티나무를 내려다보고 있는 정자인, '침수정'을 만나기 위해 비가 오는 널인데도 길을 나선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니 어르신들이 어디 야유회라도 가시는 것인지, 버스에 탑승을 하고 계시다. 할머니 몇 분이 나무아래 계시기에 왜 안 가시느냐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저 웃기만 하신다. 느티나무를 지나 야산으로 조금 오르다가 보면 침수정이 자리한다. 침수정은 윤선도의 문인이던 홍경고가 17세기에 지었다고 전한다.

느티나무 우봉리 마을에서 섬기고 있는 스령 450년이 느티나무
느티나무우봉리 마을에서 섬기고 있는 스령 450년이 느티나무 ⓒ 하주성

금줄 마을에서 위하는 나무임을 알 수 있는 금줄
금줄마을에서 위하는 나무임을 알 수 있는 금줄 ⓒ 하주성

수수함이 더 아름다운 침수정

침수정을 다녀온 지는 날이 꽤 지났다. 지난 8월 20일에 화순군을 답사하면서 다녀 온 곳이다. 마침 그 전날 온 비로 인해, 침수정을 오르는 길이 많이 파였다. 물길을 피해 침수정으로 오르니, 정자는 전라도 지역의 전형적인 정자의 형태로 지어졌다. 중앙 가운에 한 칸 방을 드린 조촐한 정자이다.

정자 안벽에는 송사, 기우만 등 문인들의 글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글만 해도 37개나 된다. 아마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홍경고의 사람 사귐이 대단했나보다.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 팔작집으로 지어진 침수정은, 화려하지가 않다. 그저 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소탈한 모습을 하고 있다.

침수정 측면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인 침수정은 중앙ㅇ에 길게 드 칸 방이 마련되어 있다
침수정 측면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인 침수정은 중앙ㅇ에 길게 드 칸 방이 마련되어 있다 ⓒ 하주성

현판 침수정에는 정면과 우측에 현판이 걸려있다
현판침수정에는 정면과 우측에 현판이 걸려있다 ⓒ 하주성

덤벙주초 정자는 덤벙주초 위에 원형의 기둥을 세웠다. 마루에는 난간도 없다
덤벙주초정자는 덤벙주초 위에 원형의 기둥을 세웠다. 마루에는 난간도 없다 ⓒ 하주성

정면으로 바라보면 가운데에 방을 한 칸 드렸다. 그러나 실제로 방은 두 칸 방이 된다. 옆에서 보면 중앙서부터 뒤편까지 방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누마루를 깐 주변에도 무엇 하나 시설물들이 없다. 아마도 정자의 주인이 앞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미인 듯, 그저 수수한 촌 아낙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 펼쳐지는 벌판을 바라보며 시심을 일깨웠을까?  

침수정을 한 바퀴 돌아본다. 잎으로 펼쳐지는 벌판에서 시원한 비바람이 불어온다. 답사를 하면서 흘린 땀을 바람이 식혀준다. 그도 고맙기만 하다. 마루에 걸터앉는다. 앞에 배롱나무에는 꽃을 붉게 피웠다. 저 나무는 얼마나 오래 전부터 이곳에 서 있었을까? 아니면 누군가 허전한 정자를 벗 삼으라고 심어놓은 것일까?

덤벙주초 침수정의 기둥을 받치고 있는 자연석 그대로인 덤벙주초
덤벙주초침수정의 기둥을 받치고 있는 자연석 그대로인 덤벙주초 ⓒ 하주성

게판 정자 안에는 37개의 글을 쓴 게판이 걸려있다
게판정자 안에는 37개의 글을 쓴 게판이 걸려있다 ⓒ 하주성

기둥 대충 다듬은 기둥들이 주인의 심성을 닮았다
기둥대충 다듬은 기둥들이 주인의 심성을 닮았다 ⓒ 하주성

별안간 벌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 보니 정자 안 기둥에 꽤 큰 말집이 하나 달렸다. 그리고는 벌들의 요란스레 나는 소리가 들린다. 낯선 나그네의 등장이 별로 달갑지 않다는 것인지. 자연석으로 그냥 철버덕 갖다가 놓은 덤벙주초가 눈길을 끈다. 저렇게 자연이 그 자리에 있어 좋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흐르는 지석강이 저만치 보인다. 그 강물이 굽이굽이 돌아 정자 앞으로 다가왔으면 좋으련만. 빗줄기가 세차진다. 갈 길은 멀고 돌아보아야 할 곳은 많다. 오늘 해 안에 몇 곳을 더 들리려면, 빗속에서라도 길을 나서야 할 판. 정자 주인의 고매한 성격 한 자락 들고 침수정을 뒤로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침수정#화순#우봉리#홍경고#17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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