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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권위에 걸맞는 작품들이 쏟아졌다. "2011 이병주국제문학제 제10회 전국학생백일장"에서 심사위원들도 탄성을 자아내는 청소년 문학도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생산된 것이다. 이병주 선생이 백일장에서 시를 썼다면 이보다 더 잘 썼을까라고 할 정도였다.

 

소설가 이병주(1921~1992) 선생을 기리기 위한 '전국학생백일장'은 지난 3일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렸다. 이번 백일장은 (사)이병주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이병주문학관이 주관하는 "2011년 이병주국제문학제"의 한 행사로 열렸다.

 

 “2011 이병주국제문학제 제10회 전국학생백일장”이 지난 3일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렸다.
“2011 이병주국제문학제 제10회 전국학생백일장”이 지난 3일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렸다. ⓒ 이병주문학관

이병주문학관은 9일 백일장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백일장에는 전국에서 학생 문사 250여 명이 참석해 가을 하늘 아래에서 열띤 문학 경연을 펼쳤다. 초등부는 "코스모스" "알밤", 중․고등부은 "벽" "골목"이 제목으로 주어졌다.

 

초등부 장원은 하동초교 5년 배효진 학생의 "알밤", 중등부 장원은 진주 삼현여자중학교 1학년 김수진 학생의 "벽", 고등부 장원은 창원 중앙여자고등학교 3학년 이지은 학생의 "골목"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고등부 장원에게는 5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이, 중등부 장원에게는 3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이, 초등부 장원에게는 15만 원의 상장과 상금이 주어지게 되었다. 특히 고등부 장원자에겐 '문화관광부 장관상'과 대학 입학 특혜가 주어진다.

 

이병주문학관은 "많은 상금과 부상이 주어진 이번 대회에는 10년 동안의 전통과 권위가 말해주듯 풍부한 기량과 수준 높은 작품이 쏟아져 나와 심사위원들을 기쁘고 힘들고 탄복하게 했다. 수상작을 가리는데 그만큼 힘이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백일장은 고등학생의 경우 전국에서 응모 학생 가운데 60명 만을 선발해 본심을 치렀다. 예심에 참여한 유홍준 시인은 "어떤 것은 지나치게 수준이 높았고 또 어떤 것은 지나치게 낮았다"며 "그 지나치게 높은 것 중에서 일부를 떨어뜨리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고 밝혔다.

 

본심은 강희근·강동주·이원규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상당한 작품들이 어른들의 수준을 웃돌았다. 심사를 하는 내내 탄성과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순수한 문학적 잠재력'과 '선수'적 기교를 가려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이병주국제문학제'는 오는 29일부터 10월 1일 사이 하동에서 열린다. 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등 전국에서 많은 문학인들이 참여하고, 오는 30일 저녁 이병주문학관에서는 '진주KBS 공연'도 펼쳐진다.

 

하동 출신인 '나림(那林)' 이병주 선생은 진주농과대학․해인대학 교수를 지내고, <국제신보> 주필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소설 알렉산드리아>,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 <미완의 극>, <그해 5월>, <니르바나의 꽃>, <소설 남로당> 등을 남겼다.

 

다음은 학생백일장 장원 작품들이다.

 

 “2011 이병주국제문학제 제10회 전국학생백일장”이 지난 3일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렸다.
“2011 이병주국제문학제 제10회 전국학생백일장”이 지난 3일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렸다. ⓒ 이병주문학관

고등부 장원 ... "골목" / 이지은(창원중앙여자고등학교 3학년)

 

외할머니께는 평생 지니고 다니신 골목이 있다 / 늘어난 배 만큼이나 긴 할머니의 골목 / 그 끝에 매달린 자식들의 무게를 안고 / 할머니는 걸어오셨다

 

그 골목에서 자라난 흙의 삶 / 분꽃이나 해바라기 같은 꽃들이 피어나기도 하고 / 또 어떤 날에는 / 느티나무 가지가 부러질 만큼 큰 바람이 몰려오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할머니에서 아버지로 이어지는 / 골목을 지나왔고 /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골목을 내어줄 것이다

 

■중학교 장원 ... "벽" / 김수진(삼현여자중학교 1학년)

 

노을은 나에게 / 달빛이라는 슬픔과 / 어둠이라는 죄를 주고는 / 돌아오지 않는다

 

바다는 놀리기라도 하듯 /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 고개를 쳐들고 바위를 두드려 / 내 마음을 복잡하게 섞어놓는다

 

나는 조금만 있으면 보지못할 / 세상의 그물망에 걸리고 / 물고기비늘처럼 갈라지고 벗겨진 /한 여자의 창백한 손을 잡으며

 

참으라는 그 한마디만 되뇌인다

 

바람의 끝자락에 실려온 / 차갑고 날카로운 풀향기가 / 안개벽 속으로 파고 든다

 

드디어 높은 산 너머로 불그스름한 빛이 / 구멍난 안개벽 속으로 새어나오고 / 그 빛은 벽을 넘어 내 살갗에 닿는다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본다

 

내 심장소리는 / 저 벽의 경계선을 넘어 / 숲속에서 큰소리로 울리는가 보다

 

여인의 심장소리는 / 파도 소리와 나의 심장소리에 묻혀 / 들리지 않는 거 겠지 그런 걸 거야

 

그녀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길은 / 아득하지만 내게는 쉬웠다  /울어도 울어도 넘치지 않을 / 소리쳐도 공기방울만 피어오를 바다 속으로 가는 것

 

그늘만 지게 하는 / 저 얄미운 벽이 만들어놓은 / 길을 따라

 

한 걸음…… /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 초등부 장원 ... "알밤" / 배효진(하동초등학교 5학년)

 

밤나무 / 가지마다 / 뽀족뽀족 / 밤송이가 / 한가득

 

하늘도 / 뾰족뾰족 / 밤송이에 / 찔릴까봐 / 더 높이 도망가고

 

산도 / 뾰족뾰족 / 밤송이에 / 찔릴까봐 / 화끈 달아올랐어요

 

하지만 / 뾰족뾰족 / 밤송이 안엔 / 탱글탱글 / 매끈한 / 알밤이 들어있지요

 

알밤이 드러날 땐 / 하늘도 산도 / 다시 알밤 곁으로 / 돌아올 거야.


#소설가 이병주#이병주문학관#이병주국제문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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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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