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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햇살이 날로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8일)은 흰(白) 이슬(露)이 내린다는 백로(白露)군요. 이 무렵이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도 하고, 추수할 때까진 잠시 일손을 쉬는 한가한 때이기도 합니다.

참외는 중복(中伏)까지 맛있고, 수박은 말복(末伏), 처서(處暑)에는 복숭아, 백로(白露)에는 포도가 제 맛이란 옛말도 생각나네요. 철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과일 맛으로 절기(節氣)를 느끼던 우리 조상님들, 참으로 센스쟁이! 예의 갖춘 편지 첫머리에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 하옵시고...' 하는 인사말에서도 알 수 있듯, 백로에서 추석까지의 '포도순절'이야말로 달고 맛있는 포도! 포도의 계절이죠. 아우, 침 나오네요.

포도 .
포도. ⓒ 조을영

포도하면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과일이죠. 우리 조상님들은 주렁주렁 달린 포도알을 보며 자손 번성을 연상하셨는지, 그해 첫 포도를 따면 사당에 먼저 고한 다음, 그 집 맏며느리가 한 송이를 통째로 먹는 풍습을 만드셨습니다. 조선 백자에 그려진 포도 문양 역시 다산의 의미를 부여해서 부부 침실에 두셨다고 해요. 그러니 처녀가 남 앞에서 포도를 먹고 있다간 '요런 망측한 것!' 하며 호통을 당한는 것 역시 포도에 담긴 이런 뜻 때문이죠.

한편 포도는 부모 은혜를 가르쳐 주는 과일입니다. 포도지정(葡萄之情)이라 해서, 어머니가 포도 한 알씩을 일일이 자신의 입에 넣어 껍데기와 씨를 가려낸 다음, 자식에게 먹여주던 그 정이 포도에 담겨져 있다는 거죠.

하여간 바야흐로 '포도순절' 백로. 한창 단물을 내뿜는 싱그런 포도를 먹으며 다산의 기쁨과 부모 은혜를 되돌아보는 것도 이즈음에 의미 있지 않을까요? 그런 뜻에서 포도를 이용한 백로와 추석 음식, 포도송편은 어떨까요? 재료는 쌀가루와 포도, 속재료로 사용할 건포도나 견과류만 있으면 된다구요!

포도 송편을 만들려면 우선 포도즙을 만들어야 해요. 포도를 알알이 다 따서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에다 잠깐 담궈 잔여 농약을 제거하고 이걸 중불에서 끓여주면 되는 거죠. 초반에 물을 4분의 1컵 정도 붓고 끓이면 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요. 포도 알이 으깨지도록 주걱으로 눌러가며 저어주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포도 한 송이 분량이면 20분 만에 포도즙이 뚝딱 만들어집니다. 백로 무렵 당도가 최고조로 올라선지 설탕을 안 넣어도 달고 진한 포도즙이 됐군요.

포도송편 만드는 법 (1) 포도를 알알이 떼서 손으로 쥐어 으깬 후 중불에 끓여서 포도즙을 만든다.
포도송편 만드는 법 (1)포도를 알알이 떼서 손으로 쥐어 으깬 후 중불에 끓여서 포도즙을 만든다. ⓒ 조을영

포도즙 만들기 포도가 흐물해지고 물빛이 짙은 보라색이 될때 까지 중불에서  끓여준다.
포도즙 만들기포도가 흐물해지고 물빛이 짙은 보라색이 될때 까지 중불에서 끓여준다. ⓒ 조을영

포도송편 만드는 법 (3) 포도즙을 쌀가루에 조금씩 넣어가면 반죽을 만든다.
포도송편 만드는 법 (3)포도즙을 쌀가루에 조금씩 넣어가면 반죽을 만든다. ⓒ 조을영

포도즙을 넣은 송편 반죽 .
포도즙을 넣은 송편 반죽. ⓒ 조을영

포도송편 만드는 법 (5) 반죽을 떼서 동그랗게 만든 후 건포도나 다진 견과류를 넣어서 빚는다.
포도송편 만드는 법 (5)반죽을 떼서 동그랗게 만든 후 건포도나 다진 견과류를 넣어서 빚는다. ⓒ 조을영

포도송편 .
포도송편. ⓒ 조을영

정성껏 만든 포도즙을 쌀가루에다 살살 뿌려서 찰지게 반죽해 보세요. 그리고 보랏빛이 아름다운 포도송편을 정성껏 빚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찜솥에 쪄내면 맛있는 포도송편 완성! 맛 가득, 정성가득, 이야기 가득한 포도송편. 백로의 의미를 담아 추석 준비까지 할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죠. 포도순절에 먹는 포도송편, 어떨까요?


#백로#포도#포도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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