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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원대 건빵과 햄버거를 군부대에 납품하면서 입찰가를 담합한 식품업체들과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방위사업청 직원, 현역 군인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건빵과 햄버거 등을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입찰담합을 통해 납품단가를 부풀리고 관계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D사 대표 손아무개씨(58) 등 9개 식품업체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담합을 눈감아 주고 납품단가를 높여 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방위사업청 직원 이아무개씨(5급)를 불구속 입건하고 비리에 연루된 육군 김아무개(47) 중령 등 현역 군인 8명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국방부 검찰단에 통보했다.

군납 건빵과 햄버거빵 원가산정을 담당하고 있던 공무원 이씨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낙찰이 확실시되는 A사에 접근해 원가를 높여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는 등 모두 5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뇌물수수 사실이 발각되자 자신이 차명계좌로 사용하고 있는 계좌주 배아무개씨와 공모해 A사에서 사무실 임차를 위해 배씨에게 돈을 보낸 것처럼 허위의 임대차계약서까지 만들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A사는 2009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배합기준에 미달하는 저질 건빵 1223만여 봉(시가 37억7000만 원 상당)을 생산, 군부대에 납품해 모두 61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사와 나머지 업체들은 지난해와 올해 방위사업청에서 발주한 각 군수지원사령부 관할 각 지역 건빵 및 햅버거식빵 입찰에서 응찰가격을 사전에 알려주는 등 1회 입찰 때마다 업체별로 낙찰 받을 지역을 배분하는 수법으로 15차례에 걸쳐 모두 6억6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군부대에서 보급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김 중령 등 현역 군인들은 D사가 곰팡이가 핀 건빵 등을 납품한 사실을 확인한 뒤 업체들에게 문제 삼지 않는 대가로 돈을 요구해 수백만 원을 받아 챙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비리 첩보를 입수한 뒤 관련자들을 형사입건해 수사를 벌여 방위사업청 직원 이씨의 연루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날 이씨가 근무하는 방위사업청 계약관리본부 가격분석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조사 결과, D사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업체들은 군소업체들을 규합해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를 세워 입찰을 따냈으며 들러리를 선 업체들은 그 대가로 작은 규모의 입찰 건을 넘겨받는 식으로 담합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규정을 어기고 밀가루보다 원가가 높은 쌀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저질 제품을 만들었고 당국의 묵인 속에 곰팡이가 피거나 부패한 제품까지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소문만 무성했던 군납업체와 군부대에 만연한 군납 비리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납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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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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