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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명박 대통령한테는 칼이고 방패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레임덕에다, 퇴임을 해야 한다. 충성도 높은 고려대 후배를 데리고 왔다. 검찰총장이 취임사로 '종북주의 척결'을 내거는 것은 처음 보았고, 시대착오적이다. 공안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거나 한진중공업과 재벌에 대해 이야기 하면 종북좌익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이 높은데,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대)가 한 말이다. 조 교수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바꾸자 2012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뒤,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강연회는 민생민주창원회의, 창원진보의합창, 창원대 사회과학대학학생회가 마련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진보집권플랜"에 대해 강연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진보집권플랜"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조 교수는 창원과 인연이 있다. 그는 강연에 앞서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 묘소가 창원에 있다. 창원과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요즘 전국을 돌며 강연하고 있다. 총선 출마를 생각했다면 한 군데만 정해서 활동할 것이다. 전직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일축했다.

 

강연에서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이 다가 온다. 의회와 대통령이 한 해 동시에 바뀌는 게 처음이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도 정권이 바뀐다"면서 "중요한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이냐, 범진보진영이 통합하거나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연대에 대해 설명한 그는 "연합정치가 성공하려면 소수파가 춤출 수 있어야 한다. 대통합이 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소수파한테 현재보다 더 많은 지분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통합에 대해, 그는 "각자 비난하고 따질 상황이 아니다. 통합하지 않고 진보진영이 독자 목소리를 낼지 의문이다. 두 정당이 빨리 소통해서 진보대통합을 이루기는 강력히 요청한다"면서 "이념이 같아도 감정을 건드리면 속이 상한다. 하는 말이 맞아도 사람이 미워서 안 맞다 하고 발을 뺀다, 감정적 앙금이 있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손석희 같은 분이 MBC 사장 해서 규정 바꿔야"

 

강연에 이어 문성현 전 대표가 묻고 조국 교수가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 전 대표는 미리 준비해 온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청중들이 적어 낸 질문지를 대신 읽기도 했다. 다음은 대화 내용이다.

 

문성현 : "문화방송이 김여진, 김제동씨 등 사회적인 발언을 한 연예인들에 대해 고정출연을 못하게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조국 : "수준 미달이다. 그 규정에 따르게 되면 사회문제에 공개적으로 발언한 사람은 출연 못 한다. 그런데 진보적 발언을 한 사람만 솎아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하지 않았다. 편파적이다. MBC 사장의 문제다. 그것도 정치 문제다. 집권세력이 사장을 임명한다. 좋은 정부가 들어서고 해서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손석희 교수 같은 분이 사장을 해서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

 

 조국 서울대 교수(오른쪽)와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2012 진보집권플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오른쪽)와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2012 진보집권플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윤성효

문성현 :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한다. 원래 주민투표를 발의해야 할 사람은 시민이다. 그런데 막대한 돈을 들여 시장이 주민투표를 한다.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조국 : "'의무교육'을 하고 있어 '무상급식'이라는 말보다 '의무급식'이 맞다고 본다. 의무급식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결정이 났다. 유권자들은 의무급식 하는 쪽으로 표를 찍어 주었다. 보수적인 김문수 경기지사를 포함한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광역단체도 하고 있다. 두 번의 선거인 셈이다. 주민투표 비용을 다른 데 썼으면 한다. 무상급식을 하지 말자는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하니 시민 입장에서 화가 난다."

 

문성현 : "'87년 체제'처럼 내년은 '12년 체제'가 될 것 같다. 두 번 다시 이명박 정부와 같은 정부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밥 먹여 주는 진보, 유능한 진보를 요구하고 있다. 진보 중에서 경제도 잘하고 실제로 밥을 먹여줄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법학자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조국 : "'12년 체제'라고 하는데, 내년은 선거를 하는 해니까 따지고 보면 '13년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7년 체제' 때와 같은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이 다 바뀐다. 내년에 어떤 체제가 들어서느냐가 중요한다. 통일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민주주의와 노동, 복지의 신념을 가진 정당들이 힘을 합쳐 강고하게 버텨야 한다.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10년은 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떨쳐 일어서서 헌신해야 한다. 2012년에 한 판을 해야겠다."

 

"강북우파가 줄고 강남좌파가 늘어야 한다"

 

문성현 : "학교에서는 무어라고 하지 않는지?"

조국 : "저는 교수로서 생활을 충실히 해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거나 논문 쓰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열심히 하고 있다. 저는 진보진영에서 '주력군'이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의 역할은 중심을 도와주고 보조하는 것이다. 저 보고 '강남좌파'라고 하는데, '강북우파'가 문제다. 반서민정책을 찍어주는 '강북우파'가 줄어들고, '강남좌파'건 전국에서 좌파가 많아야 하고 좌파가 단결해야 한다."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열린 조국 서울대 교수의 강연에서 질문하고 있다.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열린 조국 서울대 교수의 강연에서 질문하고 있다. ⓒ 윤성효

문성현 : "고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때 진심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적었다고 한다. 확신을 했더라면 미리 누구를 어느 자리에 기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보진영에서 '새도우 캐비닛'(예비내각)이 필요한 것 아닌지?"

조국 :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정세에서는 한나라당은 박근혜라는 여신이 있다. 이 분은 정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침묵이다. 그러면서 '나만 믿어 주세요'라고 한다. 이런 시선을 돌려 와야 한다. '새도 캐비닛'을 통해 힘을 묶어서 보여주어야 한다. 정권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보여주어야 한다. 제가 장관 한 자리를 하겠다가 아니라, 박근혜 한 명만 보다가 진보진영에서 열댓명을 보면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예술의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 저는 학교에 있겠다."

 

문성현 : "태봉고등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청중이 하는 질문인데, 요즘 학생들은 앉으면 등록금이며 세금, 무상급식 이야기를 하다가 끝에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조국 : "2012년 선거로 다가갈수록 선거가 중요하다. 그 고리는 누구를 뽑느냐에 있다."

 

문성현 :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미국에 자유롭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조국 : "너무 큰 질문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려 하고, 동맹과 협정 등을 맺고 있다. 지금 한미 관계를 법적으로는 '독일-미국'이나 '일본-미국' 수준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한국의 대미국수출량이 대중국수출량보다 줄어들고 있다. 중국이 중요하다. 미국도 잘해야 하지만 4대강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문성현 : "복지를 진보만의 가치만으로 볼 수 있나. 박근혜 전 대표도 복지를 이야기 하는데?"

조국 : "복지는 우리가 다 누리는 것이다. 지금 의료보험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만들었다. 복지는 진보의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진보의 복지는 차이가 있다. 노동과 결합된 것이냐 노동이 없는 것이냐의 차이다. 노동이 강화되면서 복지를 해야 한다."

 

"내년 대선 후보? 그건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된다"

 

문성현 :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85%를 누가 샀나. 노동자가 샀다. 아파트 90%를 노동자가 샀다. 1987년 투쟁에서 임금이 올라서 그런 것들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비정규직은 자동차와 아파트를 살 수 없다. 그래서 노동이 있는 복지를 해야 한다. 내수의 기초가 되는 노동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 진보진영의 대선 후보는 누가 적당하냐는 질문이 있는데?"

조국 : "그건 저한테 물어보면 안 된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진보집권플랜"에 대해 강연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진보집권플랜"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문성현 : "현실은 어려운데 학생한테는 공부만 하라고 한다. 해줄 말은?"

조국 : "교육개혁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고통이다. 현재 시스템에서 여러 방안이 있다. 1차적으로 지방 국립대학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도 낮추고 취업도 유리하게 해야 한다. 사립대 등록금도 낮추고 해야 한다. 학생들의 고통은 이해가 되는데, 교육개혁, 대학개혁, 입시개혁이 있어야 한다."

 

문성현 : "강연하면서 시를 인용하던데?"

조국 : "1982년 대학에 들어가고, 1992년 교수가 됐다. 법학 공부만 하고 있다. 나이 40살이 넘어가면서 머리가 굳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설을 읽기에는 너무 길고 해서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를 읽으라고 하더라. 닥치는 대로 읽다 보니까 가슴이 말랑해지고 촉촉해진다. 강연할 때도 해당되는 적정한 시를 넣으면 전달 효과가 크다."

 

조국 교수는 이날 강연 마지막에 "오늘은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소통의 자리다. 저의 바람은 얼굴 한번 봤다거나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무엇을 해야지 하는지 고민하기를 바란다.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해야 하고, 거기서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진보집권플랜#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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